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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Nov 16. 2016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어쩌면 아주 소소한 것이었는지도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일본영화. 무슨 내용일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긴 제목. 듣도 보도 못한 배우. 

 뭐 이런 요소들이 이 영화를 보게 만들었다. 최근에 이런 영화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 때문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영화를 추천 받았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그 영화를 감명 깊게 보았던 어느 누군가의 소개가 생각나면서 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도 어쩌면 그 비슷한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았다. 

 울산에서는 상업 영화가 아니면 보기가 힘들다. 몇 되지 않는 영화관에서 독립 영화라던가 돈이 별로 되지 않는 영화를 상영하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크니까. 서울에 오니까 이런게 좋다. 내가 원하는 영화나 문화를 언제든 누릴 수 있다는 것.




 이 소심한 아이에 대한 소개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영화 속에서는 자세히 알 수 없었는데, 서른살의 우체부 역할이었다. 난 우체국에서 알바하는 20대 초반 정도로 생각했는데...


 소심하고 조용하며 늘 혼자 있는 듯한 이 아이에게 찾아온 뇌종양이라는 병.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막연함과 불안함. 

 그의 앞에 그와 똑같이 생겼지만 말투나 행동은 너무나 다른 '악마'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자가 나타난다. 너의 수명을 늘리는 대신 세상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없애자고. 세상에서 전화기를 없애면 하루 더 살 수 있다. 세상에서 영화를 없애면 또 하루를 더 산다. 그리고 세상에서 시계를 없애면 또 하루를 산다. 마지막... 세상에서 고양이를 없애면 하루를 또 살게 된다. 

 전화기... 영화... 시계... 고양이에 얽힌 그의 추억들과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 무언가 하나가 사라질 때마다 그 하나에 얽힌 추억들은 없던 일이 되어버린다. 하나씩 무언가를 희생하면서 자신의 삶을 하루 더 살아가는 것... 처음에는 당연하게 자신의 목숨을 위해 감당했던 것들이 점점 무서워진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어진다.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한다. 내가 사라져도 아무렇지 않을 세상이 두렵다. 처음부터 내가 없었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도 없을 이 세상이 두렵다. 살고 싶다. 그 어떤 것도 내 목숨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있는 것 중 무엇 하나 버린다 한들, 누구 하나를 내 곁에 두기를 포기한다 한들 누가 그를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그가 마지막으로 고양이를 잃게 되기 직전까지 가서... 자신의 목숨보다도 소중한 것을 깨달아간다. 자신을 찾아온 그 악마라는 존재에게 고맙다고 한다. 세상의 소중한 것이 많다는 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건 영화를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따뜻한 결말이다. 글 한 줄로 정리해서 전달하기에는 너무 뻔해보이기만 한다. 


 일상의 소소함을 보여주는 장면 장면 속에 웅장한 오케스트라 OST 곡들이 약간은 모순적으로 그 장면에 무게를 실어준다. OST를 듣고 싶지만 음원포털에는 올라와있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무언가 교훈을 끌어내고자 애쓴 것이 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그리 억지스럽지 않았다. 내 삶에서 소중한 줄 몰랐던 아주 소소한 것들이 정말 막상 사라져버린다면 나도 그 소중함을 그렇게 가슴 깊이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내 삶도 소중하지만 그것을 이루고 있는 추억과 그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는...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아직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지 모른다. 여전히 무섭고, 막연하고, 불안한 가운데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고 또 믿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 하루하루의 삶이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한 조각일런지..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또 살아가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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