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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Nov 29. 2016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순종의 길

영화 <순종>

 레바논은 IS가 점령해 피로 얼룩진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시리아 사람들이 피난을 와 난민캠프를 형성한 곳이다. 그 곳에 김영화 선교사 부부가 있다. 

 우간다 링기디 마을도 오래전 내전으로 인해 피난 갔던 이들이 전쟁 후 갈 곳이 없어 다니다 정착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마을이다. 김종성 목사(김은혜 선교사의 아버지)님은 그들과 함께 링기디 마을에 정착했었던 분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전쟁의 공포와 가난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지만 그 속에 서 있는 선교사님들에게 마음이 집중되었다. 

  김영화 선교사님은 이들을 '가족'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나는 당신들을 떠날 수 없다고.. 자신의 진짜 혈육 가족들을 돌보지 못한 미안함과 아픈 마음이 동반하겠지만 그들을 하나님께 맡겨드리고 이 곳에 온 그 선교사님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부르심이 무엇이길래 이 공포가 가득한 곳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그 땅에서 살아낼 수 있는 것일까. 

 김은혜 선교사님은 아버지 김종성 목사님이 평생을 바친 우간다 딩기디 마을에 자신도 왔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내려놓고... 왜 그녀는 그렇게도 원망스러운 아버지의 땅 우간다로 온 것일까. 딸인 자신보다 아버지가 더 사랑한 우간다 사람들에게 그녀도 왔다. 그녀는 아버지의 추모일에... 이 곳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수록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씩 알것 같다고 고백했다. 


 우간다나 레바논처럼 극한 곳은 아니었지만 내가 잠깐 머물던 중국 어느 선교 현장에서도 나는 선교 현장에서의 영적 전쟁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곤고하다. 사랑을 줄 수 있고, 오히려 그 영혼들에게 사랑을 받기도 하면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하나님 뿐이다. 나의 필요를 채워줄 곳도, 나를 위로해줄 사람도, 오로지 성령님 뿐이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마음을 빼앗기고, 시시때때로 사건 사고가 터진다. 그 때마다 지혜를 구해야한다. 외국에 사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는데, 생활 자체가 어려운 레바논이나 우간다는 더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하며 사는 것일까. 

 선교사님들에게도 자신의 삶이 있다. 떠나온 가족들이 있다.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다. 그 가족 안에서도 여전히 갈등이 있고 사랑이 있고 원망이 있고 위로가 있다. 어느 선교사님에게 가장 큰 두려움 중에 하나는 '잊혀지는 것'이라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다.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고립된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서 그 영혼을 향한 하나님 마음을 볼 때, 한 영혼을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볼 때, 하나님이 기뻐하심을 느낄 때 그 누구도 알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풍성한 은혜를 누릴 수 있다. 


 1년의 단기선교 후 돌아오는 길, 다짐했었다. 

 이 차가운 한국에서... 선교현장에서 가져온 이 뜨거움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것과, 선교사님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일을 잊지 않고 챙겨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벌써 돌아온지 5년이 다 되었는데, 나는 모두를 놓치고 말았다. 뜨거움도, 돕겠다는 마음도 모두. 

 그렇게 우리는 쉽게 잊어버린다. 받은 은혜도, 뜨거웠던 기억도, 모두 쉽게 잊어버린다. 받았던 은혜를 매일 기억하도록 몸부림 치는 것이 은헤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난다. 

 

 선교사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과 함께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너무 멋있는 삶 같아 보였다. 저렇게 대단하고 멋진 삶을 사는 분들에 비해 내 삶이 작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를 향한 부르심은 뭘까. 나는 지금 무엇에 순종함으로 나아가야할까. 

 가정을 하나님 나라로 세워가는 것. 지금은 그것이 하나님이 주신 순종의 길이다. 부르신 곳에서 순종함으로 살아가는 것, 최선을 다해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것, 하나님이 주신 영혼들을 섬기며 예수님 닮은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것. 


 순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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