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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한아름 Dec 18. 2018

I want just dance. '스윙 키즈'

fucking Ideologie

 남편이 준 자유 시간! 혼자 무슨 영화를 볼까... 국가 부도의 날도 보고 싶었지만 보고 나면 울화통이 터질 것 같고... 얼마 전에 봤던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음악이라도 쿵쾅거려서 좀 흥겨운 영화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스윙키즈' 

 이름만 봐도 신나보이는데, 영화 '써니'와 '과속스캔들' 감독이 만든 영화란다. 그 두 영화를 떠올리니 왠지 믿고 봐도 될 거 같은 영화. 


 영화가 주는 경쾌함이 좋았다. 음악으로, 화면으로 박자를 표현하는 기법도, 춤으로 모든걸 얘기하는 것도.. 해학적인 요소들이 빠지지 않았다. 스윙키즈 팀의 중국인 역할을 맡은 배우는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별 일 안해도 웃긴 존재감. 탭댄스는 가슴을 쿵쾅거리게 한다. 브라스 밴드의 빵빵한 스윙 연주는 시원한 짜릿함을 준다. 


 한 사람 한 사람에 담긴 삶의 스토리가 그 시대 역사를 보여준다. 춤을 추고 싶으면서도 미제 춤에 빠지는 건 반동 분자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에 자존심 상해.. 또 목숨을 거는 일이기에.. 몰래 춤을 추는 로기수. 유명해지면 색시를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오디션에 나타나 상모를 돌리던 병삼이 형. 만주에서 살다가 4개국어를 하게 된 (요즘 시대였다면 영재나 천재급으로 대우받았을텐데) 소녀 가장 판래. 뼈가 굵어서 그렇지 살은 없다는 영양실조 맨 샤오팡. 라스베가스에서도 흑인이라서 쫓겨나고 일본에서 근무하며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를 낳았지만 한국에 쫓겨온 하사 잭슨. 


 춤만 추는 영화가 아니다. 웃기기만 한 영화도 아니다. 그렇다고 심각하기만 한 영화도 아니다. 인물을 통해 세상을 본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게 된다. 


Fucking Ideologie(빌어먹을 이데올로기)


사회주이건 민주주의건, 공산주의건 자본주의건... 그게 무엇이관대 사람을 죽이는게 정당한 일이 되어야 하는가. 

기수의 친구가 기수에게 눈물 흘리며 토로하던 대사가 내게는 가장 와닿는 명대사였다. 정확한 문장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자기 할머니가 왜 그놈의 이데올로기 때문에 죽어야 하냐고. 나는 지금이 제일 정신이 멀쩡하다고. 

 

 

 공산주의, 주체사상을 내걸고 반동분자는 다 쓸어버리라고 미국을 저주하고 남한을 저주하며 사람 죽이는 일을 정당화 하고 자신을 신격화 하여 아들에게 나라를 세습하고 인민들은 씨를 말린 김일성이나, 먼저 공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미국까지 끌고 들어와 북한군 다 죽이고 빨갱이라면 치를 떨며 다 죽이며 반공 사상 주입시키고 잘 살아보자며 경제 강국 부르짖는 사이 군사력으로 독재정치하려던 역대 대통령이나 뭐가 다른가. 

 그토록 기다려온 광복을 지나 이제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 좋은 우리 나라 만들고 싶은 젊은 지식인들을 이용해서 자기 뱃속 불리고 자기 권력 유지하기 바쁜 지도자들. 공산주의나 민주주의나 뭐 다를게 없다. 

 결국 미군과 남한군에 공격 당한 북한 피해자들, 북한군과 중공군에 공격 당한 피해자들이 서로 원망하고 저주하며 쌓아온 분단 역사. 누가 책임질건가 도대체. 

 

 그런데 지금도 '종북','빨갱이' 혹은 '꼰대' 운운하며 서로를 겨누고 있는 진영 다툼, 세대 다툼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 


 작슨(배우들이 이렇게 발음함)이 그랬다. 

그래도 너희는 같은 민족이니까 오래 싸우진 않을거 아니야 

그 말이 왜 그리도 슬픈지.. 


 너무 슬픈 역사에 너무 신나고 경쾌한 춤과 비트를 얹어놓았다. 이 얼마나 모순된 영화인지. 



 영화를 본 사람들의 실제 리뷰가 대부분 "재미있게 보다가 뒤로 갈 수록 슬퍼짐. 반전이 있었음" 뭐 이런식이다. 흥행하는 영화의 여러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는 영화다. 흥겨운 춤과 음악이 있고, 뮤지컬적 기법이 있고, 해학적 요소가 있고, 반전이 있으며, 사람 사는 이야기가 있고, 교훈이 있으며, 슬픔도 있다. 역사가 있고 그 역사를 기억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바가 있다. 스타 배우만 없을 뿐.

 과속 스캔들이나 써니도 그랬지만, 흥행을 담보하는 배우를 캐스팅한게 아니라 이 영화에 맞는 배우를 캐스팅 했다. 과속스캔들의 박보영과 석현이가 그랬듯이, 써니의 이진주나 강소라가 그랬듯이, 이 스윙키즈에서도 빛을 발할 배우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청춘시대 때부터 좋아했던 박혜수 배우가 나와서 너무 좋았음)

 


 알고 보니 아직 개봉 전인 영화더라! 맨날 유행 다~~지나고 마지막에 흥행 영화를 봤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제일 일찍 본 거 같다. 벌써 예매율 1위라는데~ 그럴만한 영화라고 본다. 

 

 별점 같은 걸로 점수를 매기진 않겠다. 이 시대 세대 갈등, 진영 갈등, 젠더 갈등... 혐오 문화 가득한 세상에서 담담하게 견디며 살아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박수를 보낼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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