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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혜 Jul 08. 2024

I♥PT

1세트: 이거 맞아요?

     

  “안녕하세요! ㅇㅇ피트니스 ㅇㅇ코치입니다. PT 담당되어 연락드립니다.”     

  다시 한번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우와~’ 보다는 ‘헤엑...’ 소리가 절로 나오는, 사람이 이런 몸이 가능한가? 싶은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남자 트레이너였다.

  수업 일정은 속전속결로 정해졌다.

“그럼 수업 때 뵙겠습니다!”

... 일정 한 번 잡는 것도 벌써 기가 빨린다...     


  첫 수업 당일.

수업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헬스장을 전체적으로 쓰윽 훑어보았다.

내향인은 이마저도 소심해서 직접 둘러보는 것이 아닌 눈으로만 훑어본다.

쿵쿵 거리는 심장이 헬스장의 신나는 댄스 음악 때문인지, 온갖 겁을 먹은 쫄은 나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운동 기구보다는 고문 기구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새까만 기구들이 즐비해있었고, 그 기구들에 올라타고 뛰고 잡아당기고 밀고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와, 모두들 운동에 진심이구나. 새삼 운동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수업 시간이 다가와서 트레이너 선생님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남자 선생님으로 배정을 받게 되다니 부끄러움이 한 스푼 추가되었다.

하.. 운동하면 오만상 다 찌푸릴 텐데.. 땀 뻘뻘 흘리면 어떡하지..

괜찮아. 나는 그냥 회원1일뿐인데, 뭐. 

땀 흘리며 운동하는 여자가 아름다운 거야~ 하고 정신승리를 해본다. 

  “혹시 허리 디스크나 관련한 증상이 있으신가요?”, “간단한 테스트 해 볼게요.”

PT 운동에 불편함이 없을지 이런저런 체크를 하고 본격적으로 운동이 시작됐다.


  첫 수업은 하체운동.

“이 기구는 ‘힙 쓰러스트’라는 기구예요. 자, 이렇게 골반 너비로 발 위치를 잡고... 패드에 등을 대고.. 손깍지를 머리 뒤에.. 벨트를 고관절 위로 얹어서.. 무릎은 바깥쪽으로.. 허리는 너무 꺾이지 않게.. 어쩌고저쩌고..”

  잠시만요.. 잠시만요.. 힙쓰.. 뭐시기???.. 기구 이름 하나에도 벌써 뇌정지가 왔다.

일단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기구에 다가갔다.

골반 너비로.. 패드에 등 대고..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자세를 잡아주셨다.

“ㅠㅠ선생님, 이거 맞아요?”

“네, 맞아요~”

고관절 위에 벨트를 대고 몸을 들어 올려야 하는데 무거운 몸뚱이가 올라가지를 않았다.

“더 더 더! 힘 더 주세요 회원님~!!”

(아니 힘이 없는데요ㅠㅠ)

“할 수 있어요 회원님! 들어 올려~~~”

(아니 못하겠다니까요ㅠㅠ)

“하나~ 둘~ 셋~..”

그렇게 열두 개씩 카운트를 세고 어찌어찌 3세트를 마쳤다.

벌써 땀이 뻘뻘 흐르기 시작했다.

아니 첫날부터 이렇게 빡세다고?

  내가 많이 힘들어 보였는지 선생님은 “음, 다음은 ‘와이드 스쿼트’ 할게요.”라며 기구 없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스쿼트를 알려주셨다.

스쿼트. 알지 알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테고 시도했을 스쿼트.

엉덩이 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키워주는 대표적인 하체 운동이다.

쉬워 보이지만 절대 쉽지 않은 스쿼트.

  “자, 이제 회원님 혼자 해보실게요.”

옆에서 본 대로 따라 해 보았다.

다리를 넓게 벌려서, 무릎이 나가지 않게, 쭈욱- 밑으로 앉았다가 일어나기.

근데 이거 맞나? 맞게 하고 있는 건가?

“네 회원님! 잘하고 있어요~ 아주 좋아요! 그렇지!”

잘하고 있다는 트레이너 선생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칭찬받을 일이 많이 없는데, 오랜만에 잘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뭉클했다. 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으나, 감동을 느낄 틈도 없이 “한 세트 더 갈게요~ 자, 하나~” 의 소리가 들려왔다.

  트레이너 선생님의 채찍을 맞고 당근을 먹으며 다음 기구로 이동했다.

“이 기구는 ‘레그 프레스’ 예요. 이렇게 기구에 앉아서~ 등받이에 기대었다가~ 허리를 띄우고~ 발판을 이렇게 밀어 올리면 돼요.”

오? 이건 할 만했다!

“회원님~ 무릎 모이지 않도록~~ 무릎 다 펴지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아니. 할 만하지 않았다.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옆에서 잡아주는 선생님이 있어서 든든했다.

아. 이래서 PT를 하는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그렇게 나의 첫 PT 수업은 끝이 났고, 러닝머신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며 마무리했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PT 수업은 재미있었다.

이제 겨우 첫 시작이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나는 이미 시작을 했고, 왠지 모를 뿌듯함과 자신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래, 근육통이 오기 전까지는.



(헬린이에게는 5kg도 너무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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