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개인 운동은 더더 큰 용기가 필요해서
아, 물론 혼자서는 아니다.
선생님과 함께 했던 운동으로 생겨난 자신감은 나 혼자가 된 순간 다시 쭈구리로 돌아왔다.
관심이 가려던 운동기구들도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횐님. 저한테만 의지하시면 안 돼요. 꼭 회원님 스스로 개인 운동을 나오셔야 운동에 효과가 있어요."
수업도 중요하지만, 개인 운동을 하면서 반복하며 복습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렇지만 선생님한테 의지하지 말라는 말이 왠지 모르게 서운했다.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의 독립을 위하여 모질게 내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꼭 개인 운동 나오세요. 꼭!" 하며 새끼손가락 꼭꼭 걸어 잠그고 약속한 것이 떠올라서 수업이 없는 날 큰 용기를 가지고 혼자서 개인 운동을 나갔다.
으으.. 상담 예약을 하러 헬스장에 첫 방문했던 그날의 긴장감이 다시 느껴졌다.
왜 오늘따라 유독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 왜 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지.
배웠던 기구들을 둘러보는데 이미 다른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흠.. 러닝머신 먼저 타고 있자. 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러닝머신도 사람이 꽉 차있었다.
에잇! 스트레칭 존에 가서 폼롤러로 여기저기 몇 번 문질문질 하다가 잠시 후 러닝머신에 자리가 비어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애써 급하지 않은 척, 빠르지만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러닝머신 앞으로 갔다.
러닝머신을 몇 분 타다가 '이제 기구에 사람 없겠지?' 하고 다시 내려와 기구들을 둘러보는데, 젠장 아직도 빈자리가 없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데 괜히 민망해져서 이리저리 기구 사이를 돌아다녔다.
그때 등 운동을 했던 '랫 풀 다운' 기구 자리가 생겨서 다시 한번 빠르지만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다가갔다.
이 헬스장의 장점 중 하나는 기구마다 QR코드가 붙어있어서 QR코드를 찍으면 운동법을 알 수 있게끔 헬스장 블로그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그 기구에도 QR코드가 있어서 찍어보았다.
'배웠던 동작이니까 할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기억을 곱씹으며 운동법 설명을 보았다.
'이렇게.. 잡고.. 이렇게.. 앉아서..'
?? 아니 분명 배웠던 동작이었는데, 혼자 하려니까 뚝딱이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했던가? 아닌가?
어정쩡 해지는 자세를 하고 있으니 너무 창피했다.
옆에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내 허벅지 보다 두꺼운 팔을 가진 남성분이 민소매를 입고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꼭 나를 보며 '쯧쯧. 저렇게 하는 거 아닌데. 헬린이구만.' 하는 것 같았다.
민망하고 창피하고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졌다.
마침 다른 트레이너 선생님이 내 시야에 보였고, 핸드폰을 하며 느긋이 앉아 있길래,
"선생님! 죄송한데 저 동작 한 번만 봐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아.. 죄송해요^^*~ 제가 수업 중이어서요!" 긴 머리를 휘날리며 찬바람과 함께 휑-하니 지나가셨다.
........ 더 뻘쭘해진 나 자신.
울 샘이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
샘한테 개인운동 왔다고, 연락 한 통만 하면 됐었을 것을 '아니야. 수업 중이시겠지. 바쁘시겠지. 다음에 와서 여쭤보자.'만 생각하며 차마 용기를 내지 못했다.
괜히 자세도 잘 못 잡고 이상하게 운동할까 봐 오늘 개인 운동은 접기로 했다.
다시 내가 돌아갈 수 있는 곳은.. 러닝머신 뿐이었다..
그렇게 PT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더 큰 용기를 내고 도전했던 개인 운동은 러닝머신만 주구장창 타고 오는 시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너무 우울해졌다.
나.. 이렇게 해서 PT 효과 볼 수 있는 건가?
내 근육량.. 내 체지방량..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