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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혜 Aug 09. 2024

I♥PT

에필로그 : PT를 하며 생각한 것들

    

  나는 이제 더 이상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여성의 몸무게는 '45kg'가 이상적인 수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여자 표준 몸무게', '미용 몸무게'라는 말들이 떠돌면서 '키-몸무게=110'이 제일 예쁜 몸무게라며 근거를 알 수 없는 공식들도 퍼지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기초대사량, 골격근량, 체지방량, 무기질, 단백질 등등이 모두 다르다.

이런 중요한 것들을 보지 않고 단순히 '45kg'에만 자신을 끼워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 같다.


  이전에는 스크린 속에서의 화려한 여배우들을 보거나 상큼 발랄 톡톡 튀는 걸그룹 아이돌을 보며 '우와 진짜 말랐다, 허리가 20인치도 안 될 것 같아, 어떻게 허벅지 사이가 안 붙을 수가 있지?, 헤어스타일 이쁘다, 어디 브랜드 화장품을 썼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PT를 시작한 지금은 '저 연예인은 평생 PT 트레이너 샘이 있겠지? 좋겠다, 내가 지금 눈 빠지게 컴퓨터 앞 모니터를 보면서 일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들은 운동하고 있겠지?, 덤벨은 몇 kg를 들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끼니를 챙겨 먹을 때,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을 떠올리며 적절히 챙겨 먹으려고 노력한다. 너무 좋아하던 떡볶이도 '정말 내가 먹고 싶은 건가?' 하며 한 번 더 참아보곤 한다.


  헬스장에는 나보다 어린 사람도, 내 또래인 사람도,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있다. 열심히 운동을 하는 그들을 보면 성별·나이와 상관없이 '젊다.'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무언가에 집중할 때 제일 진지해지고 멋있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 집중이 '운동'일 때, 참 열정적이고 섹시한 것 같다.

각자의 이유로 운동을 하고 있겠지만, 공통적인 점은 아마 '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일 것 같다.


  처음 PT를 시작했을 때, 비싼 금액과 시간을 들여가며 PT 운동을 하면 다 될 줄 알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이건 아마 내가 개인운동을 많이 나가지 않았고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접히는 뱃살도, 출렁거리는 팔뚝살도, 무거운 허벅지살도 아직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런 살들도 '나'라는 사람의 일부분임을 인정하게 되었고 살짝은 귀엽기도 하다.

이 살들은 힙 쓰러스트, 스쿼트, 레그 프레스 그 외의 하체 운동 기구들과 케이블 로우, 랫 풀 다운, 덤벨 숄더 프레스 그 외의 상체 운동 기구들 그리고 죽음의 타바타를 함께 이겨낸 나의 귀요미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영원히 함께할 것은 아니니 얼른 떠나가주길 바란다.

PT를 하며 좋았던 것은 무엇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위로와 나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된 자존감이 향상된 것이다.

PT 수업을 하며 집중력, 인내심, 자신감, 성취감도 얻었다. 스트레칭을 하고 런닝머신을 타면서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고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까지 내가 PT 운동을 할 수 있었던 건 트레이너 선생님을 잘 만났기 때문이다.

헬스 트레이너에 대해 긍정적인 후기들도 많이 봤지만 부정적인 후기 역시 많이 본 것도 사실이다. 이것은 비단 트레이너만의 문제보다는 회원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나는 어쨌든 회원의 입장이기 때문에 회원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나면서 매 회차 운동을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남성 트레이너여서 부담스러울까 봐 걱정했었지만 편하게 잘 대해주셨고, 약속한 수업 일정을 한 번도 변경이나 취소하지 않았다. 그리고 운동하는 내내 자세를 잘 봐주셨고 매시간마다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다. (샘 너무 감사해요~~)


  PT 횟수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마치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의 마음이다.

빨리 마침표를 찍고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어딘가 마음 한편이 아쉽다.

기껏 근육 키워놨는데 운동 쉬면.. 근손실.. 어떡하지..?

세상에. 내 입에서 '근손실'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다니. 이 부분이 제일 큰 변화인 것 같다.

어쨌든 몇 번 남지 않은 마지막 PT 수업까지 열심히 하리라 다짐한다.     

그렇게 나는 한 손에는 실내운동화를 챙기고, 신고 있는 운동화 끈을 질끈 동여매며 오늘도 헬스장으로 향한다.     


  내향형 I인 나는 PT를 사랑한다♥

  I♥PT!





(처음엔 5kg 도 힘들었던 내가 27kg 으로 운동을 하는건 장족의 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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