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촬영지를 가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피렌치 시가지 모습이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이 광경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이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영화 속 주인공 ‘쥰세이’는 이탈리아에 복원기술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일본에서 유명한 화가인 '세이지 아가타'인데, 그 뒤를 이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는 그림들을 다시 살리는 복원기술을 배우려고 한다.
사진 속 저 화방은 쥰세이가 복원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러 오는 곳이다. 이 골목길에 세워둔 자전거를 쓰러트려 다시 일으켜 세우는 장면을 촬영한 장소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산타 크로체 다리'를 건너는 쥰세이의 모습이 여러 장면으로 나온다. 공방으로 출근할 때에, 기차역으로 서둘러 갈 때에도 이 다리를 건넌다.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바라본 ‘아르노강변’의 다리들이다. 쥰세이는 영화 시작 부분에 자전거를 타고 이 다리들을 건너지만, 나중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 다리들을 건넌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쥰세이가 복원작업을 하던 '루도비코 치골리'의 1910년도 작품이 훼손되어 경찰서에 다녀온 뒤 망연자실하며 앉아 있던 공화국 광장. 쥰세이는 복원기술 실력을 짧은 시간에 인정받아 루도비코 치골리의 그림을 다시 복원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던 중 3년 만에 단짝친구 ‘타카시’가 피렌체에 찾아와서는 헤어진 ‘아오이’가 밀라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느 날 쥰세이는 복원 작업을 하다 말고 밀라노로 향한다. 결국 방치해 둔 그림을 ‘조반나’ 선생님이 어떠한 이유에서 찢어버리게 되지만…
<루도비코 치골리 사건>으로 쥰세이가 일하던 공방은 폐쇄가 된다. 조반나 선생님과 쥰세이가 마지막으로 작별을 하던 ‘성 니콜로 다리’.
쥰세이는 일본으로 떠나고 선생님은 권총으로 자살하게 된다.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피렌체에 잠시 온 쥰세이는 공방 옛 동료였던 ‘타카나시’를 만나 이 다리 위에서 범인이 조반나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그리고 공방의 모든 구성원들이 그 사실을 알았지만 공방을 지키기 위해 경찰에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타카나시 역시 쥰세이의 한결같은 모습에 질투를 느껴서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 해 공방이 문을 열자 다시 피렌체에 온 쥰세이는 10년 전 아오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두오모 쿠폴라에 올라간다.
쥰세이가 묵묵히 올라갔던 쿠폴라의 계단. 직접 올라가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서로 마주치면서 재미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쿠폴라 정상의 모습이다. 앞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곳에서 쥰세이와 아오이는 기적과 같은 만남을 하게 된다.
쿠폴라에서 내려온 두 사람은 여기 ‘아눈지아따 광장(선포 광장)’의 기마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게 된다. 이후 일정을 어떻게 하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던 쥰세이. 아오이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피렌체를 찾아왔다고 말한 뒤 쥰세이를 데리고 가야 할 곳이 있다고 두 사람은 어디론가 향한다.
바로 여기. 아르노 강변에 있는 어느 작은 공원이었다. 이 공원에서 쥰세이와 아오이가 첫 키스를 하며 듣던 음악이 연주가 된다. 쥰세이가 아오이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주 긴 편지' 속에 그때 첫 키스를 나누며 듣던 음악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런 쥰세이를 위해 준비한 아오이의 선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영화 음악 중 메인곡이자 첼로 연주곡인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곡이다.
쥰세이와 하룻밤을 보낸 후 아오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게 너무나도 냉정하게 떠나야 한다고 했다. 쥰세이가 준비한 모밍커피도 마시지 않은 채 말이다. 그런 아오이를 쥰세이는 뒤쫓아가던 그 길이다.
이 사진 오른편으로 쥰세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피렌체 중앙역인 ‘S.M.N(산타 마리아 노벨라)’역으로 향한다.
피렌체 중앙역인 S.M.N역의 모습. 쥰세이는 역무원이 알려준 방법대로 ‘ESI(에우로스타 이탈리아)’를 타고 15분 일찍 밀라노에 도착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영원히 헤어지지 않는 만남을 하게 된다.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가 개봉한 지 20년이 되었다. 그 사이 난 이 영화를 200번을 넘게 봤고, 중요 장면들과 대사들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영화를 두 번이나 다시 보았고, 지난 유럽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찾아봤다. 언젠가 다시 피렌체에 가보고 싶다. 그때는 혼자가 아닌 그들처럼 꼭 둘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