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일번지 동해시, 일출을 맞는 동해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하다
동해에는 “일출 일번지”라고 불리는 ‘추암’이 있다. 해마다 새해를 맞아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특히 사진가들에게 유명한 ‘일출의 명소’가 된 지 오래이다. 얼마나 유명한 곳이면 애국가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동해시민들은 그 복잡한 추암에서 일출을 맞이하기가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추암이라는 곳이 동해시와 삼척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기도 하지만,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주차하기도 어렵고, 또 수많은 관광객들 틈사이로 일출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해시민들은 각자가 찾아가는 장소가 따로 있다. 특히 동해시의 모든 행정시설들이 다 모여있는 천곡동 주민들은 ‘한섬’이라는 곳으로 모여든다. 굳이 차를 가져가지 않고 걸어서도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한가로이 일출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섬에서 해마다 새해 첫 일출을 맞이하다 보니 일출의 명소 동해에서 동해시민들이 새해 첫 일출을 맞는 모습들을 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한섬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그렇게 시작해놓고 보니 '과연 얼마 동안 담아야지 남들에게 내놓을 만한 결과물이 나올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과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평소 내가 생각하는 사진가의 자세 중 한 가지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꾸준히 작업을 했는가?’였기 때문이다. 그 꾸준하다는 기준을 어디에 둘까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기에 그 기준을 '10년'으로 삼았다. 그래서 <한섬 프로젝트>도 적어도 10년은 담아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어느새 시간은 손살 같이 지났다. 한 번의 강산이 변하고, 두 번째 강산이 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에 외국에 나가 새해를 맞이했던 몇 번을 빼놓고는 한국에 있을 때면 빠짐없이 새해마다 한섬을 찾아 새해 첫 일출을 담았다. 지금껏 담아온 사진들을 잘 정리해서 “20년 기념 전시”를 한 번 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