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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린로즈 Dec 02. 2023

사진의 연속성

사진가는 하나의 주제를 꾸준히 탐구해야 한다.

 

한섬 2023



 사진에 대한 올림픽이 있다면 전 세계 1등은 한국일 것이다. 아니 한국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크고 무겁고 값비싼 DSLR를 가진 인구가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은 TOP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진에 대한 인프라가 풍부한 것은 아니다. 이율배반적으로 DSLR보급률에 비해서 문화예술시장에서 사진의 위치는 그리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사진전을 찾는 인구의 수와 사진이 작품으로 판매되는 양은 그렇게 자랑할 만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한국 사진의 현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사진에 무엇을 담으려 하는지, 그래서 사진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보다는, 보이기 좋게 결과물에 후보정을 중시하는 현실과 남들 눈에 띄기 좋게 값비싼 장비들을 거추장스럽게 달고 다니는 현상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사진인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렇게 많은 사진인들 중에 진짜 사진인을 구분하고, 나는 사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것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나를 보면 사람들은 “사진작가신가 봐요?”라는 질문이 늘 뒤따라왔기 때문이다. 그러고는 자신의 카메라나 핸드폰을 내밀며 사진 좀 담아달라고 부탁하기 일쑤이다.


 사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대답하기 참 부끄러웠다. 남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직 '나의 사진은 이렇다'하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없을 때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진가가 되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곤 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늘 고향 묵호에서 담았던 피사체들에서 찾았다. 그 피사체들을 꾸준히 담았던 내 모습에서 찾은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은 사진을 하는 것이 내 사진의 모토였다. 그렇게 해야만 나 자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그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노력을 부단히 하게 되면 결과물은 스스로 따라온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서 배웠다.


 사진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장면이 사진 속에 그대로 남아서 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증거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내가 길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온 작업들이 그 증거 그대로 나를 대변해 주고 나를 사진가로서 완성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사진가가 평소 고민한 것들이 사진 속에 그대로 담긴다. 그런 결과물인 사진을 통해서 사진가를 대변하고, 그 사진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래서 사진가는 볼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을 담아야 하고,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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