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체를 바라보고 어떻게 담아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사진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나 덕목을 말한다면 ‘본다’는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결과물인 사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가라면 볼 줄 알아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다음이 질문이 따라온다. 나 자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 적이 있는가? 평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또 내가 즐겨 찾는 장소가 어디인지. 그런 것들을 떠올려 본다면 그 답은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것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더라도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그것들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사진가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나는 무엇을 가지고 놀았고 또 어디를 찾아가는 것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지금 내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고, 무엇에 관심을 갖고 사는지. 가만히 나를 돌아본다면 보여지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사진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해본 적이 있나? 아니면 그냥 무의미하게 담고 지우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담아 온 사진에 만족을 하는지, 아니면 여전히 무엇을 담아야 할지 모르지만 계속 사진을 하고 있는지.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다시 돌아온 고향 바다를 사진에 담는 것이 참 좋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을 할 수 없었다. 뭔가 빠진 것을 계속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다를 터전을 삼고 있는 묵호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묵호항에 돌아와 갓 잡은 고기를 팔고, 또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어구들을 손질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손에 뭔가를 하나씩 들고 언덕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집으로 가는 묵호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에서 에너지를 받았다. 어느 누구 하나 알아주는 사람들은 없지만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진실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제서야 만족할 수 있는 사진이 나오는 것 같았다. 나만의 주제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뿌듯하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