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살메르 선셋 포인트
자이살메르에서 일몰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로 유명한 ‘선셋 포인트(Sunset Point)’에 갔다. 현지 아이들이 외국인들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의 표정은 흐뭇해 보였다. 하지만 내게는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소녀가 있었다.
선셋 포인트가 있는 높은 언덕에서 아래 마을로 길게 뻗어 있는 송수관을 미끄럼틀 삼아 타고 있는 소녀의 눈과 마주쳤다. 그때부터 소녀는 내가 한국에서 온 여행자인 걸 알았는지, 나를 향해 소리를 쳤다. “코리아 포토”라고 말이다. 소녀는 내 카메라에 담기기 위해 위험천만한 놀이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금도 그 소리를 잊을 수 없는 것이 마법과 같이 느껴진다.
내가 소녀의 사진을 담아줘야지 저 위험한 놀이를 그만두겠지 싶어서 사진을 담고 있으니 소녀가 측은하게 여겨졌다. '지금 내 귀에 들리는 저 노랫소리처럼 아름답기만한 소녀인데, 저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이렇게 위험한 놀이로 나의 시선을 끌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것이 저 소녀가 외국인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서글펐다.
나 같은 외국인이 이곳에 오지 않는다면 저 소녀도 위험한 놀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데, 해가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이 시간에 소녀는 그것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낯선 외국인 카메라에 담기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난 지금도 이 소녀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때의 생각에, 또 사진 속 소녀의 미소 때문에 가슴이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