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드푸르 메헤랑가르성
인도의 거리에서는 구걸을 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아직 학교를 다녀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 할 시간인데도, 당장 먹고 살아가기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는 꿈도 못 꾼다. 학교 공부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무를 배우는 게 당연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인도에서는 당연한 것은 통하지 않는다.
세상에 이치가 있다면, 인도에서는 그것보다 더 절박한 현실이 있다. 그래서 학교 공부를 통해 세상을 배우는 것은 사치일 뿐이다. 대신 거리에 나가 구걸을 하면서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 그들에게는 그곳이 세상의 전부이고, 지금 구걸을 하는 것이 세상의 모든 것일 뿐이다. 나는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어쩌면 구걸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인지 알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외국인을 보면 펜이나 돈을 달라며 달려드는 거리의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은 아픔으로 가득 찬다.
내가 이런 아이들에게 당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어서, 무엇인가 해줄 수가 없어서 아픔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다만 이렇게 사진만 찍어줄 뿐이다. 카메라 속에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활짝 웃는다.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웃고 떠든다. 거리의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다른 아이들처럼 천진난만하게 친구들과 장난을 치며 잠시 힘든 삶을 잊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