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Ciao Europe

하이델베르크에서의 첫 노숙자 신세가 되다.

2005년 9월 24일 하이델베르크

by 그린로즈
하이델베르크역 플랫폼


18시 49분 쾰른을 떠난 ICE는 고속 열차답게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20시 정각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여 한 시간가량을 쉰 후, 21시 05분이 되어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대학 도시 하이델베르크로 출발했다.


22시가 되어서야 하이델베르크에 도착했다. 시내 외곽에 있는 기차역은 조용했다. 이제 유스호스텔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를 타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유스호스텔행 33번 버스는 오지 않는 것이다.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는다. 내 고집도 대단하지 그때 곁에 있던 현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될 것을, 아니면 택시를 타고 가도 될 것인데,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버스가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중앙역 주변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내가 묵을 방은 없었다.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나의 첫 노숙이 시작된 것이다.


역 대합실의 긴 의자에 배낭을 놓고 자리를 잡았다. 잠자리는 그런대로 잘만한 듯했지만, 하이델베르크의 가을밤의 날씨는 이방인인 내겐 꽤나 추웠다. 그리고 너무 시끄러웠다.


새벽 1시가 되었는데 막 도착한 기차에서 내린 승객들의 소리가 내 잠을 방해하였다. 그때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이 시끄럽고 추운 대합실보다 차라리 기차를 타자!" 어차피 유레일은 연속패스이기 돈도 따로 안 들고 남은 자리에 부담 없이 타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얼른 기차 스케줄을 확인했다. 마침 1시 13분 슈트르트가르트 행 기차가 있는 것이다. 난 기차가 출발하는 플랫폼으로 뛰어갔다. 얼른 기차에 올라타고 피곤감에 금세 잠이 들었다.


기차가 달리는 중에 검표원이 찾아오면 유레일패스를 보여주고 또 잤다. 그렇게 해서 난 첫 노숙자 경험을 해보고 노숙자 신세에서 벗어났다.


결국 두 번이나 기차를 갈아탄 후 다음 여행 목적지인 프랑크푸르트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얼른 괴테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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