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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미국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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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Dec 06. 2020

미국인이 신발 신고 침대에 올라가는 이유.

한국은 물리적인, 미국은 화학적인 위생에 중점


미국 살이하며 느낀 문화 차이 - 위생개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정말 놀란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위생관념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하루 종일 신발 신고 더러운 길바닥, 흙먼지 길을 돌아다니고 집에 오면 그 신발 밑바닥이 절대 집안에 닿지 않도록 현관에 가지런히 벗어 놓는다. 신발을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니는 건 용납도 안되고, 그런 신발을 신고 침대 위에 올라가 눕는다는 건 더더욱 상상도 안 되는 일. 가끔 급한 일이 있어서 신발 신고 잠깐 방에 들어갔다 오긴 하지만, 적어도 "마룻바닥이니까 걸레질하면 깨끗해지겠지"라는 생각에 그나마 안심이 된다.


그치만 미국에서는 신발 신고 집안을 휘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본다. 더구나 바닥이 나무나 장판이 아니라 카펫. 세상에 길바닥에 더러운 것들을 다 밟고 다녔던 신발을 그대로 신고 집안을 돌아다니다니! 게다가 걸레질도 안되고 청소기 돌려봤자 깨끗해지지도 않는 카펫 위를. 더 충격적인 건 신발 신고 학교도서관 소파에 떡하니 발을 올린다거나, 침대에 신발 신고 눕는다거나 하는 친구들 모습을 볼 때면 "쟤넨 정말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 걸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물론 학부 애들이 많이 그러고, 나이 들수록 집에서 신발도 덜 신고 그러기는 한다.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고 내가 쓰는 글은 대체로 혹은 평균적으로에 관한 얘기.)


처음에 그들의 위생관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를 보고 오히려 더럽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 왜냐면, 집에서 밥 먹다가 쟁반이나 테이블에 음식을 흘렸을 때, 테이블이 적당히 깨끗해보면 나는 홀랑 주워 먹었고, 한국 친구와 물을 같은 컵에 마신다거나, 앞접시를 따로 사용하지 않고, 한 음식을 가운 데 놓고 여럿이서 나눠먹는다거나, (요즘엔 덜 그러지만) 찌개류에 각자 숟가락을 담그는 것, 혹은 가정집에서 반찬을 가운데 놓고 각자 젓가락으로 집어가는 것 등등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일 때마다 그네들은 정말 "끼약 늠 더러워~~"라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엔 문화마다 위생관념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 조차 못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 이런 게 문화 차이라는 거구나" 싶었다. 여기서 오래 살다보니 나도 이제 적응이 돼서 그런지, 남들과 (가족이라도) 숟가락이나 접시를 공유하는 게 많이 꺼려진다.


내 관찰을 정리하자면, 한국에서는 물리적인 비위생 상태를 더럽다고 느끼는 반면, 미국에서는 화학적인 비위생 상태를 더럽다고 느낀다. 물리적이란 표현은 눈에 보이는 먼지, 카펫 위에 묻은 흙 등에 민감하다는 의미에서 물리적이라는 표현을 했다. 화학적이란 말은 타액이나 비말 교환에 민감하다는 의미에서 화학적이라 표현했다. 이 글은 논문이 아니니까 이 용어가 어디서 나온 건 아니고 요약을 하다보니 내가 이름 붙인거다. 그니까 침대에 신발 올리는 걸 더럽다고 생각을 안 하니까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거.



참고로 “미국인은 타액이나 비말 교환에 민감하다면서 마스크는 왜 안 껴?”라는 의문이 들면 이 글을 참조.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48








나는 미국 오자마자 가장 먼저 산 것이 청소기이고, 이사 갈 때마다 무조건 카펫 없는 나무 바닥이 많은 집으로 골랐다. 카펫에 먼지들 어떡할 거야. 왜냐면 한국에서는 1주일에 한 번은 청소기를 꼭 돌렸으니까. 근데 미국에서는 먼지 묻은 카펫이나 길바닥에 주저앉는 등 물리적인 비위생 상태는 딱히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다. 어느 정도로 신발에 불감하냐면,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서 신문에서 "신발 신고 집 안을 돌아다니면 밖에서 묻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더 노출될 수 있으므로 집에서는 신발을 벗자"라고 알려줘야 할 정도다.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제발 발 올리지 마라" 방송을 해야할 정도다. 그러니 평소에 신발 신고 집에도 돌아다니고, 길바닥에 그냥 엉덩이 깔고 앉는 것을 전혀 꺼리지 않았겠지. 게다가 카펫 청소나 집 바닥 청소도 정말 가끔 한다. 1달에 1-2번 하면 진짜 많이 하는 경우다. 내 박사 친구들 중에 청소기를 가지고 있던 사람은 한국인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일단 청소기 자체가 집에 없고, 가아아끔 청소하고 싶으면 아파트 관리인한테 빌려다가 청소하는 정도였다. 어우 드러워


반면 화학적인 비위생 상태, 예를 들면 화장실에 갔다가 손을 안 씻는다든가, 여럿이서 같은 포크를 사용한다든가 (침을 결국 교환하게 되므로) 같은 물컵을 사용하는 등등의 경우는 정말 더럽다고 느낀다. 실제로 식당에 가서 요리를 나눠 먹을 거라고 하면, 당연히 앞접시를 따로 주고(우리나라는 요구해야 주는 경우가 대부분), 가운데 놓인 요리에는 개인 포크를 사용하지 않도록, 공동 포크나 국자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요즘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뭐 좀 침 묻는 거 어때 이런 태도가 있긴 하다. 혹은 가족끼리인데 어때라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다. 밥과 국, 찌개류는 각자 그릇에 담아 먹더라도 반찬은 대체로 가운데 두고 집어 먹고, 식당에 가도 반찬은 테이블 당 하나를 준다. 서빙스푼 없이. 그리고 길 가다가 침 뱉는 사람도 너무 많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한국이든 미국이든 가리지 않고 재채기 하는 것 자체를 비위생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리지 않고 재채기 하는 사람들을 매우 자주 봤다. 설사 가리더라도 손으로 가리는 정도? 근데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하면 사람들이 진심 ??? 이런 표정으로 다 쳐다본다. "지금 가리지 않고 재채기를 해서 침방울을 이 공간에 다 퍼뜨린다고? 저런 예의없는 놈!"이런 표정이다.


또 한가지 재미난 건, 미국인들은 집 밖에서 이를 안 닦는다. 박사 때 하루 종일 오피스에 있으니까 점심 먹고 저녁 먹고 이를 닦았는데, 미국애들이 여기서 사냐고 왜 여기서 이를 닦냐고 했다. 읭? 지금 생각해보니 이를 닦으면 침을 뱉어야 하는데, 그걸 다같이 쓰는 화장실에서 뱉는 것이 뭔가 더러워보였기 때문일까? 암튼 미국애들은 진짜 집 밖에서 이를 안 닦는다. 침 뱉는 게 그렇게 더러워 보여서 이를 안 닦는다니... 뭐가 더 더러운건지 참나!







내 생각엔 꽤 그럴싸한 관찰 결과인 것 같다. 박사를 같이 했던 가젠 (스리랑카 애)이랑 이 얘기를 했었는데, 가젠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스리랑카에서도 집안 청소를 하루에 한 번씩 꼭 하는데, 샤워나 머리 감는 건 1주일에 한번 해도 전혀 더럽다고 안 느낀다고. 반면 미국에서는 집안 청소는 1달에 한 번도 안 하면서, 샤워는 하루에 꼭 한 번씩 해야 깨끗한 거라고 해서 놀랐다고 한다. 헐 이것도 신기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샤워를 안해도 별로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니?


내가 이제 궁금한 건, 도대체 왜 미국에서는 물리적인 위생보다 화학적인 위생에 더 민감하고, 왜 한국에서는 물리적인 위생에 더 민감할까? 뭔가 "다인종, heterogeneous 한 유전자가 분포된 미국" vs "상대적으로 매우 단일 (homogeneous)한 유전자를 가진 한국"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걸까. 궁금하다. 이런 것에 대한 연구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참고로 호텔에 가면 간혹 보는 베드 스카프 (bed scarf)는 서양인들이 신발 신고 침대에 올라 앉을 경우를 대비한 커버다. 요즘엔 그냥 인테리어로써 쓰이는 경우도 많다.


베드 스카프의 용도









추가



내 글은 타당성을 따지는 글이 아니라 보편성에 대한 관찰일기이다. 보편성은 사실관계를 따지는 문제다. 예를 들면 "인류 역사상 살인과 강도는 늘 있었다."는 것이 보편적인 발언이고. 타당성은 "살인과 강도가 과연 옳은가 그른가"를 따지는 가치판단의 문제다. 내가 인류 역사에서 늘 살인과 강도가 있었다고 쓴다고 해서, 살인이나 강도를 가치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내 글은 한국은 문화가 A인 것 같고, 미국은 저래서 B인 것 같다는 보편성에 관한 글이지, 이래서 뭐가 더 우월하고 저래서 더 미개하다 등의 가치 판단을 하는 글이 아니다.



내가 쓰는 글은 내 경험을 바탕으로 써서 성급한 일반화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걸 부인하지 않는다. 내가 겪은 거 쓰는데, 당연히 그게 어떻게 한국 전체를 대변할 수 있겠어요? 근데 내가 겪은 일들과 통계적인 사실 (statistical fact)를 보면 얼추 비슷하게 들어맞는다. 그래서 내가 경험하고 관찰한 문화 차이가 적어도 평균적으로는 존재하는 문화 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면, 두루마리 휴지에 관한 내 관찰은 실제로 존재하는 문화차이다. 참고로 링크된 저 글의 요점은 한국에서 식탁 위 두루마리 휴지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의 비율이 미국에서 똑같은 걸 이상하게 보는 사람의 비율보다 높다는 거다.



https://brunch.co.kr/@ilovemypinktutu/5



댓글에 내가 한국에서 경험한 위생관념 (예를 들면 반찬을 가족끼리 쉐어한다거나 화장실을 쓰고 나서 손을 안 씻는 걸 많이 봤다)에 뭇매를 맞았다. 이 또한 보편성에 대한 관찰 글이지, 그래서 한국의 위생관념이 미국보다 떨어진다는 가치판단을 하는 글이 아니다. 뭐가 더 더럽고 뭐가 더 우월한 위생관념인지에는 난 별 관심도 없다. 그냥 위생관념이라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 한 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게 신기한 걸 뿐. 그리고 "나는 안 그런데?"라는 댓글도 많이 봤는데, 당연히 십분 이해한다. 어떻게 내 경험이 한국인 전체를 대표할 수 있겠나. 내 글은 어디까지나 통계상 평균적으로 (혹은 중간값을 봤을 때) 이러이러하다는 글이지, 한국인 하나하나가 다 이렇게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아니다.



참고로 한국 사람들이 반찬이나 찌개를 가족끼리 셰어 하는 일은 실제로 보편적이라서, 신문 기사를 찾아보면 "찌개에 다 같이 숟가락 넣는 거 이제 그만해요~"이런 기사를 자주 본다. 우리가 대체로 그렇게 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거다. 이게 옳다 그르다가 아님. 반면, 미국에서는 밥을 같이 나눠먹는 일을 검색해보면 "미국인들 해외 나가서 밥 나눠 먹는 걸 보고 놀라지 마라. 그 나라에서는 그게 정을 나누는 방식이니까. 그런 문화에 미국인도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라는 기사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온다. 그 말은 미국인들은 대체로 같은 그릇에 뭘 먹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게 더 낫네 저게 더 낫네의 문제가 아님. 마지막으로, "우리 집은 안 그러는데?" 반문이 든다면, 내 글은 통계적 평균에 관한 관찰이지 한국인 가정 하나하나의 행동양식을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 분 한 분의 집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나도 모르는 게 당연하고, 너희집도 그럴거야! 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 집은 안 그래"라면 good for you! (영어를 굳이 쓰려는 건 아니었고 한국말로 이걸 어떻게 번역을 해야 뜻이 전달이 잘 될까 모르겠어서 그냥 영어로 쓴 것일뿐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논문이 아니라 에세이다.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다만 내 글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해줬으면 좋겠다. 내 글은 한국인들 대체로 물컵을 같이 쓴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 글은 한국인들은 타액을 교환하는 것에 미국보다 덜 예민하다는 것이 내 글의 요지다. 또 미국인들이 전부 신발 신고 집안을 걷고 모두가 신발 신고 침대에 올라간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내 글은 미국에서는 신발신고 집안을 돌아다녀도 더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이 요지다. 내가 일반화하는 명제는 내가 겪은 “물컵 같이 쓴다”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에서 위생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대체로) 다르게 정의된다는 명제다.


이 글의 제목인 “미국인이 신발신고 침대에 올라가는 이유”에 대한 답이 바로 내 글의 요지다. 미국인은 상대적으로 신발신고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에 불감하다는 것이 내 글의 요지다.


문화라는 건 말 그대로 대체로 이러저러하다는 뜻이라 모든 집이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한국인은 밥과 국을 먹는 문화다, 한국인은 좌식 생활을 하는 문화다, 한국에서는 추석을 쇠는 게 문화다라고 말하더라도, 그게 전 국민 하나하나가 밥과 국을 매일 먹고, 모든 한국인이 좌식 생활을 하고, 모든 한국인이 추석을 지낸다는 말이 아니다. 내 글의 요지인 한국과 미국의 위생관념이 다르다는 것도 일종의 문화차이다. 따라서 모든 한국인이 혹은 모든 미국인이 100% 동일한 위생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아니며, 대체로 위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한국과 미국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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