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국 살이

라이킷 84 댓글 16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Noelles Adventure Dec 09. 2020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

내겐 마스크를 안 쓸 권리가 있으니까.

국가가 뭔데 감히 나한테 쓰라 마라야?

지난번에 미국인들이 왜 총기를 못 버려서 안달인가에 관한 글을 썼다. 미국인들은 "나는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데, 그걸 국가가 제지하면 안 된다"는 마인드 때문이라 난 생각한다. 비슷하게 미국에서 코로나 추적 조사가 안 되는 이유는 "코로나에 걸렸다는 정보 포함해, 내가 언제 어디 갔다는 정보는 내 소중한 개인 사생활 정보이므로, 국가가 그걸 알려고 하면 내 사생활 보호권리는 침해하는 거다"라는 마인드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는 이유도 난 굉장히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했다. 내게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가 있는데, 그걸 국가가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마인드 때문이지 않을까?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미국 씽크탱크 연구소 중 하나인 브루킹즈에서 연구 결과가 하나 나왔다. 이들 중 40%나 되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를 최우선에 두고, 이 권리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거부한다. 설사 이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쓰면 "내가" 불편하니까 그게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나는 안 쓸란다 하는 사람도 24%나 된다. 와우! 미국인들의 개인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물론 "코로나는 가짜고 설사 있더라도 정부가 민간을 통제하기 위해 사망률을 부풀린 거다!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10%나 됨).

이를 보고 미국인들 개인주의 쩐다라고 하는데, 맞다. 진짜 개인주의가 상상을 초월한다. 왜 미국인들은 이렇게 개인주의적일까? 내가 하는 행동이 공동체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심지어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데, 사람 살리는 셈 치고 그깟 마스크 쓰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근데 미국인들 중에서는 남이 죽든 말든 내게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에 제한이 가해지는 것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다. 그것도 많이. 물론 미국인들 중에서는 상식적인 사람들도 많다. 마스크 열심히 끼고 집에만 있는 사람들도 많지만, 한국에 비해 미국은 확실히 마스크를 덜 쓴다.

복수의 미국인들은 국가가 내게 어떤 제한을 걸려고 한다는 거 자체에 엄청난 거부감과 반발심이 있다. 그래서 마스크 사실 껴도 상관없는데도, 국가에서 써라! 이러니까 니가 뭔데 나보고 쓰라 마라야? 하면서 국가에 의해 통제되지 않도록 난 안 써야지~ 이런 마인드가 기저에 있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고작 마스크 쓰라고 하는 제제에 이렇게 반발할까. 그것도 실내 수퍼마켓이나 헬스장 같은데에서 마스크 쓰라는 건데. 내가 사는 곳은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인데, 아직도 수퍼마켓에 가면 마스크 안 쓰고 사람들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아무 제제도 없고. 환장...

게다가 국가에 의한 개인 권리의 통제가, 정치적인 성향과 연결이 되면 더더욱 반감이 커진다. (요기와 요기 참조).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코로나 별거 아니고 그냥 독감이라고 다운 플레이했고, 주요 보수 언론에서도 민주당이 자꾸 지나치게 코로나의 위험을 부풀린다고 말했다. 참고로 3월에 보수 언론과 공화당이 인기가 많은 지역에서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훨씬 높았다. 트럼프는 계속해서 마스크를 안 꼈고 (7월까지 안 꼈음) 보수적인 주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할 때 마스크를 껴라"라고 8월까지 얘기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마스크를 껴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 사이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를 주장하며 트럼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 항상 마스크를 쓴다는 사람이 민주당 지지자의 반 밖에 안된다. 그리고 본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를 강조하기 위해 급기야 과학적인 사실 (예를 들면 코로나가 비말 감염이 되고 마스크는 효과가 있다)을 부인하기까지 시작했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인데, 만약에 미국에서 갑자기 "남자들은 치마 입지 마라"하면 치마 입고 시위하러 나올 사람들 많을 것 같다. 치마 어차피 안 입는 거니까 이런 제약이 걸리더라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을 텐데도. 그치만 국가에서 감히 내가 내 의상을 고를 권리에 제제를 가하다니!라는 마인드로 반발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딴 얘기지만 정말 안타까운 것은, 유색인종들이 마스크를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범죄자로 몰릴까봐라고 한다. 정말 슬프다. 미국 내 암암리에 만연해 있는 인종차별. 그에 두려워서 마스크를 쓰지 못하는 유색인종.

썸네일은 퓨 리서치 센터에서 가져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