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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s Adventure Dec 08. 2020

미국은 왜 총기를 못 버려 안달인가

권리를 줬다가 뺏는 것이 힘들기 때문.

미국은 총기 규제에 왜 그렇게 들고일어나는가?

권리를 줬다가 뺏는 것이 힘들기 때문.




이번에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국인들이 사생활과 기본권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를 그나마 감이 잡힌다. 미국에서 산지 10년째지만 비로소 올해야 이해가 됐던 부분이 사생활과 기본권의 범주를 미국이 어떻게 정의하느냐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인들이 왜 저렇게 예민하고 이기적으로 굴까 싶었던 사안들은 대표적으로 (1) 총기규제에 아주 심하게 반발, (2) 사유지 침범에 대한 강력 대응, (3) 코로나 추적에 응하지 않겠다는 사람들, 그리고 (4) 마스크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들. 우리나라 관점에서는 "도대체 이게 왜?"라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우선 1번 총기 규제에 관한 입장 차이를 써 보겠다.



밑에 구구절절 쓰겠지만 축약하자면, 미국에서 인식하는 인간의 기본권, 헌법상 기본권이 아니라 통상 사회에서 인정되는 기본권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그리고 이 기본권의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기 마련인데,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해석이 갈린다. 오늘도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한국인으로서 "도대체 미국인들 왜 저래?"라는 의문을 갖는 데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기본권의 범주



한 가지 깨달은 것은, 나라마다 사회마다 그리고 시기마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다르게 정의된다는 것이다. 헌법에 적힌 기본권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으로 통상 인정되는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일컫는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하루에 한 번 샤워할 수 있는 권리가 권리로도 인식되지 않았을 거다. 지금도 지붕과 벽이 있고 화장실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인간에게 기본적으로 주어져야 하는 권리라고 인식하는 사회가 한 군데가 아닐 거다. 그런 곳에선 하루에 한 번 샤워를 못하는 실정을 더러 자기 권리가 보장되지 않았다고 여기지 않을 거다. 그치만 요즘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사회에서 하루에 한 번 샤워를 못하는 상황은 뭔가 권리가 보장이 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마치 우리나라에 열악한 고시원 사진 혹은 작디작은 자취방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많이 보는데, 이것 역시 과거에는 "이게 뭐? 지붕 있고 벽 있으면 누울 자리 있으면 되는 거지"라고 인식됐던 것이, 시간이 흘러 "인간이 기본적으로 이런 정도의 생활환경에서는 살아야 한다"라는 권리가 우리 마음속에 생겨난 것과 흡사하다.


미국에서는 수정 헌법 제2조(Second Amendment)는 총기규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소환되는 헌법이다. 복수의 미국인이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이 수정 헌법 제2조 때문일 거다. 이 헌법은 옛날에 미국이 동부에서 서부로 개척해나가면서 본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선 총기 소유가 반드시 필요한 권리라고 간주됐기 때문이란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헌법이 없으니까, 총기 소유는 기본권으로 인식되지도 않지만, 미국에서는 헌법에 떠억하니 "개개인이 총기를 소유해도 되는 게 인간의 기본권이다 땅땅땅!"이렇게 되어 있으니, 미국인 입장에서는 총기 규제가 본인의 기본권을 침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지금 200년도 넘은, 무려 헌법에 두 번째로 명시된 내 권린데! 왜 내 권리를 규제하나? 내 기본권을 가만 놔두라!라는 인식 때문에, 총기 규제가 미국에선 어려운 것 같다.


사실 지금껏 미국에서 자주 논의된 총기 규제는 그렇게 심한 규제도 아니다. 끽해야 정신이상 이력이 있는 사람은 총기 소유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 (실제 몇몇 주에서는 이게 통과가 됐지만 소수임), 그리고 총을 사는 사람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적어도 누가 무슨 총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등록제를 실행하자는 것 (허가제가 아니고 등록만) 정도다. 내 생각에는 이런 규제들은 총기 소유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통제하려는 것보다는 관리를 좀 제대로 하자는 규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미국인들이 물론 안 그런 사람도 굉장히 많음 왜 이렇게 총기 규제(라 쓰고 관리라 읽는)에 반대하는 걸까?


또 다른 예를 들면, 식품 위생법. 음식점을 하려면 위생법에 기반해서 검사를 받아야 하고, 식당이 위생 상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통과될 때까지 음식점 문을 닫아야 한다. 이 당연한 소리를 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미국인들 중에 간혹 "국가나 주 정부가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면 식당을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고, 거기에 못 미치면 나는 식당을 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긴다는 거냐!"하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목격도 했는데, "아 이 사람들은 국가가 내 행동을 규제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싫어하고 권리 침해라고 생각하는구나" 처음으로 그들이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갔다는 소리지 동조하진 않는다. 그러니까 난 식당 할래! 한다고 식당을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가가 내가 식당을 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 몇몇 미국인에겐 기분이 나쁘다는 거다. 심지어 본인이 식당 할 마음도 없더라도 이런 규제 자체에 반발감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도대체 국가가 왜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는 규정한다는 거야?라는 마인드.






미국에서는 국가에 의한 규제에 반발심은 일종의 정치적 성향이다 (물롱 내 생각임). 이렇게 규제 같지도 않은 규제에 반발하는 미국인들은 대체로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이건 공공연한 사실일뿐더러 내가 CCES 설문조사 데이터를 통해 직접 목격한 통계적 사실. 미국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언행이나 사업에 대해 제제를 가하는 것 자체에 반발심이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큰데, 미국 내 이 민감함과 반발심이 그나마 적은 집단이 대체로 민주당 지지자들이고, 더 큰 집단이 대체로 공화장 지지자들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통계적으로 사실 (statistical fact)이라는 소리. 당연히 안 그런 사람 있음. 규제에 대한 거부감이 정치적 성향이다 보니, 공화당 성향을 가지니 사람들은 본인에게 해당되지 않는 사안이라도 (식당을 열 생각이 없고 총을 소유할 마음이 없어도), 국가가 내 무슨무슨 권리를 제한한다는 것 자체에 일단 덮어놓고 반발감을 갖는 것 같다. 내 권리인데 국가가 왜 지맘대로 뺏는 거야?라는 심리가 기저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특히 총기 소유권은 헌법에 명시가 돼 있으니까, 규제 같지도 않은 규제를 하려고 해도 내 권리 줬다 뺏지 마!라고 반응하는 것 같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건 내 생각과 견해입니다. 썸네일은 보스톤 글로브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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