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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Apr 21. 2022

배달플랫폼의 문제

두개 플랫폼의 묘한 결합

음식 배달비가 만원에 육박하고 이 배달비 때문에 식당이 망한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그 이유를 플랫폼 관점에서 분석해 보자.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은 음식 배달 시장에는 하나가 아닌 두 가지 플랫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식당과 손님을 연결하는 주문중개 플랫폼이고 또 하나는 배달이라는 기능을 수행하는 배달 플랫폼이다. 언뜻 보기에 배달의민족이 두 가지 플랫폼 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의민족”이란 브랜드로 전자의 주문중개를 자회사인 ㈜우아한 청년들의 “배민 라이더스”를 통해 배달 기능을 제공한다.


배달의민족으로 대표되는 주문중개 플랫폼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단지 식당과 손님을 연결해줄 뿐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보면 한국 배달 플랫폼의 현실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플랫폼 노동이 가진 문제점에 방점을 두고 있기에 배달 플랫폼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을 이해하는 것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손님은 주문중개 플랫폼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배달원에 의해 음식은 배달된다. 일반적인 전자상거래와 동일한 모습이다. 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하고 물류 회사를 통해 배송을 받는 것과 동일하다. 단지 그 대상물이 상품이 아닌 음식이라는 점이 다르다. 


주문중개 플랫폼은 식당과 손님을 연결하고 배달 플랫폼은 식당과 라이더 혹은 배달원을 연결한다. 이 묘한 결합이 우리의 인식을 흐리게 한다. 이제 배달이라는 기능이 추가된 식당업, 요식업의 현실은 살펴보자. 


보이지 않는 현실

식당업은 지역기반 사업이다. 나의 경쟁자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제공한다 해도 나와 거리만 멀다면 나는 나만의 시장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에 나와 유사한 음식을 취급하는 경쟁자가 있는 가는 식당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배달이라는 기능이 생기면서 갑자기 나의 경쟁 범위가 넓어졌다. 과거에는 반경 500미터가 나의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자연스레 5킬로미터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운이 나쁘면 이제 나는 아주 강력한 유명 식당과 경쟁해야 한다. 더 운이 나쁘면 그 식당은 주방도 충분히 커서 배달이라는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배달의 등장은 식당이라는 공급자 측면에서는 경쟁범위가 넓어지고 강도가 심화된 것이다. 이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보통의 식당에게는 매우 나쁜 소식이다.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배달의 등장은 모든 면에서 좋은 소식이다. 편리하고 시간을 아낄 수 있다. 물론 음식이 배달되어 오는 동안 품질은 분명히 떨어진다. 하지만 좋은 점이 많기에 배달시장은 고속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편리함도 있지만 맛집에 대한 접근성이 생긴 것이다. 우리 집이 용산구 동부이촌동인데 이태원의 식당이 배달이 된다. 이제 굳이 과거처럼 이촌동 내에 있는 식당으로 나의 선택을 한정할 필요가 없다. 편리한 것은 배달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가치였지만 이제는 선택의 자유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 상황을 살펴보자.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고 식당의 입장에서는 경쟁이 치열 해졌다. 


동여의도에서 그냥 평범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장이라 생각해보자. 맛집으로 유명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근처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몇 개 없기에 손님이 꾸준히 있었다. 그런데 배달이 코로나와 함께 나타나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맛집이라 알려진 서여의도 파스타집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평범한 식당이 마주한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보이는 현실

먼저 음식 배달의 본질은 무엇일까? 음식 배달은 식당과 손님을 연결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시장 플랫폼이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이를 주문중개 플랫폼이라 부르기로 하자. 이 주문중개 플랫폼이 여타 오픈마켓 플랫폼, 즉 공산품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과 다른 특징이 있다.


단순히 식당과 손님을 연결해주는 것으로 플랫폼의 기능이 끝나지 않는다. 배달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배송원이라는 추가적인 기능이 필요하다. 즉 또 다른 플랫폼인 배달 플랫폼이 등장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배달 플랫폼에는 부릉, 바로고, 생각대로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배달 솔루션 프랜차이즈이지 실제로 배달을 하지는 않는다. 실제 배달은 지역별로 존재하는 배달 대행사들이 수행한다. 물론 현재 쿠팡과 배민이 도입한 플렉스는 일단 여기서 제외하자. 


과거 중국집에 배달원이 존재했지만 전업으로 배달원을 둘 만큼 배달 수요가 많지 않은 식당들은 배달 주문을 받지 않았다. 여기에 배달 대행사들이 등장한다. 배달 주문이 많지 않은 식당들의 주문들을 모아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면 이 식당들도 배달 주문을 받을 수 있기에 지역별 배달 대행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5명, 10명의 라이더를 모아서 배달을 대행해주는 사업이 다. 지금도 실제 배송은 이 대행사들이 중심이 되어 이뤄지고 있고 부릉과 같은 전문 배달 플랫폼이 생기면서 이들은 이 플랫폼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XXX 배달대행에서 부릉 마포지사로 이름을 바꾸는 것이 추세가 된 것이다. 보다 발전한 시스템과 부릉이라는 브랜드 기업이 영업을 통해 만들어 내는 대형 프랜차이즈 오더가 더해지면서 만들어진 시장이다. 배달 플랫폼은 배달 대행사들과 식당이라는 양면시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플랫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배달비를 정하는가에 있다. 우리가 아는 일반 상품 배송시장은 물류회사들의 경쟁을 통해 가격수준이 정해졌고 현재도 배송기사들의 처우문제가 노정되면서 일부 인상요인으로 작용되고 있다. 즉 시장이 배송가격을 정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소화물 택배를 사업으로 운영하면서 대규모 물류 투자와 거점 투자가 이뤄졌고 시스템 투자를 통해 원가절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음식 배송이라는 영역에서는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 조금 어렵다. 음식배송은 아주 작은 시장 안에서 아주 작은 단위의 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음식 중개에 있어 배달은 필수적인 기능이고 라이더라 불리는 사람에 의해서 이뤄진다. 배달 플랫폼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려면 배달의 수요자인 식당과 배달의 공급자인 라이더 간의 균형을 통해 배달비가 결정돼야 한다. 만약 수요가 많다면 배달비가 오르고 보다 많은 라이더가 시장에 나올 것이다. 반대로 수요가 적어서 배달 일감이 적다면 배달비는 하락하고 시장에 참여하는 라이더 숫자는 적어질 것이다. 카카오 대리운전을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영업이 종료되는 9시에 대리운전 요금은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음식 주문도 마찬가지로 점심과 저녁이라는 피크타임이 존재한다. 물론 예전과는 달리 배달 주문 시간은 분산되었지만 여전히 피크타임은 존재하고 이 피크타임은 전업 배달원의 소득 산출의 기준이 된다. 배민1으로 한 시간에 3건의 배달이 가능하다면 배달 건당 소득이 3000원이면 피크타임에만 최저임금 9000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피크가 아닌 시간대에 배달 수요까지 감안해 풀타임 배달원을 대기시키기 위해서는 건당 배달비가 두배 이상 상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배달비의 변동은 주문중개 플랫폼에도 영향을 미친다. 높은 배달비는 주문 숫자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문중개 플랫폼은 가능한 배달비를 낮게 만드는 것이 사업 성공의 필수다. 그래서 배달비에 대한 주도권을 주문중개 플랫폼이 가지려 했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배달의민족은 배달 플랫폼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 여기서 이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배달비가 만원이라면 지금만큼 배달 시장이 커졌을까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기존의 배달 플랫폼 시장은 이름만 플랫폼이지 양면시장을 정상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은 아니었다. 지역별로 서비스 업체들이 존재했고 이들과 주문중개 플랫폼, 배달 플랫폼 간의 협상을 통해 배달비는 정해졌고 실제 배달을 하는 라이더들은 정해진 배달비를 감안한 배달대행사들의 사업 관점에서 소득과 인센티브가 결정됐다. 따라서 우리가 누렸던 3천 원 남짓의 배달비는 비정상적인 노동, 예를 들어 부당노동 착취 등의 형태를 통해 가능했다. 부릉, 생각대로, 바로고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시장에 들어왔어도 이들이 혁신한 것은 IT시스템이었지 배달 서비스가 갖고 있는 노동의 문제가 아니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보면 이 플랫폼 노동의 문제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즉 우리가 누리던 낮은 배송비는 정상이 아니었다. 


여기에 배달의민족과 같은 주문중개 플랫폼이 배달대행의 영역에 진입하면서 문제 아닌 문제가 발생한다. 배민은 식당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특히 아직까지 배달을 하지 않던 유명 맛집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 이때 식당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배달 기능이다. 배민은 아마도 이전에는 부릉과 같은 배달 플랫폼을 추천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이 기능을 수행하겠다고 마음먹은 모양이다. 그래서 “배민라이더스”라는 서비스가 생겼다. 배민이 배달대행을 직접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에 대한 지배력이 60~70%를 오가는 상황에서 수조 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니 수익창출에 대한 요구도 있었겠지만 주문중개의 핵심인 배달 기능을 소유함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배민라이더스”의 등장은 라이더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나름 대화가 가능한 대형 기업이 생겼으니 말이다. 이 결과 배민은 배달시장을 혁신하기 시작한다. 아니 기존의 비정상을 정상화시키기 시작했다. 배달이 갖고 있는 기존의 다양한 문제들도 이제는 정식으로 노정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당 임금의 이슈와 더불어 무리한 인센티브 구조로 인해 나타나는 라이더들의 난폭운전, 사고 등도 이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고가 두 번나면 권고사직이라는 노동적 시각에선 말도 안 되는 일도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목적은 과속에 의한 사고방지에 있었다. 하루에 두 번밖에 없는 피크타임을 감안한 소득이 만들어져야 하고 안전운전이 이뤄져야 한다면 당연히 배송비는 올라간다. 여기에 코시국으로 인해 배달이 더욱더 늘어나면서 한정된 라이더 공급은 배달비를 소비자의 상상 이상으로 올리는 결과를 만든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상승한 배달비는 배달의 혜택을 누리는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고 배달비의 상승으로 주문이 줄어들면 주문중개 플랫폼의 성장은 멈출 것이다. 이를 가장 두려워한 곳은 바로 주문중개 플랫폼 배달의민족이다.  


두 개의 이유를 합해보자


배민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아닌 받지 못한다. 한번 시도했다가 언론의 질타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광고가 유일한 수익모델이다. 광고라는 모델은 광고주인 식당들이 자신의 의지에 의해 지출한다. 그런데 배달의민족에서 식당이 광고를 집행하면서 또 하나 만들어진 국룰이 있다. 바로 배송비 무료 혹은 높은 배달팁이다. 높은 배달팁을 책정하는 것은 식당의 자율이자 의지다. 손님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를 식당이 일부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배달비가 많이 올랐다. 그 오른 배달비를 소비자가 부담한다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여기에 맨 처음 이야기한 보이지 않는 문제가 나타난다. 넓어진 경쟁의 범위는 보통의 식당들에게 여전히 높은 배달팁을 강요한다. 배달팁이라는 경쟁력도 없으면 가게를 닫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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