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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Mar 23. 2023

아디다스는 왜 이런 선택을?

아디다스의 나이키 따라하기


아디다스 본사는 지난해 1월 전략발표회를 열고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대리점주 중 19명의 '퓨처 파트너'를 선정하고 나머지 점주 80여 명에 대해서는 계약 갱신을 거절하겠다고 통보합니다. 


https://news.jtbc.co.kr/article/article.aspx?news_id=NB12118433


아디다스는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수십년간 아디다스를 위해 일해 왔던 점주들에게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으로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은 아디다스만이 아니다. 아디다스의 경쟁사인 나이키는 이미 한해전에 거의 동일한 선택을 했다. 이 두개이 사건은 D2C라는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를 알게 되면 쉽게 이해된다. 


D2C는 Direct to Consumer의 약자로 제조사 혹은 브랜드가 고객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가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려는 시도를 의미한다. 이 D2C라는 시도의 이유를 거대 플랫폼의 등장에서 찾기도 하지만 데이타 경제의 일반화로 이제는 고객의 데이터 없이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객과 직접 거래해야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고 또 지속적 연결을 통해 미래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디다스는 2023년 돌연 D2C를 보류하고 도매상 중심의 기존 사업방식에 집중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여기에 나이키 마저도 그간 홀대를 해오던 도매상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D2C라는 선택을 나이키도 아디다스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그 답변은 “아니다”이다. 


먼저 단기적으로 아디다스가 도매상에 집중하는 이유는 나이키로부터 버림받은 도매상들과의 협업을 통해 그간 벌여졌던 나이키와의 격차를 좁히려는 의도로 보인다. 나이키의 가장 가까웠던 유통채널이었던 Foot locker의 매출은 나이키의 홀대로 급감했고 따라서 Foot Locker 무언가로 매대를 채워야하고 아디다스는 가장 쉬운 답안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나이키는 코로나로 급증했던 재고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기에 다시금 큰 물량을 소화해줄 도매상에서 친절한 눈빛을 보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기업 모두 매우 단기적인 목적을 위해 기존 파트너인 도매상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이다. 즉 D2C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시작은 분명히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아니라 아마존이다. 이 두기업의 아마존 의존도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낸 첫번째 나비의 날갯짓은 분명 아마존이었을 것이다.

** 나이키는 2017년 아마존과 협업을 시작했고 시장은 나이키가 약 5억불 정도의 추가 매출을 아마존을 통해 올렸을 것이라 추정했다. 2018년 매출이 363억불이니 아마존의 추가 매출기여는 1%가 조금 넘는 수준이다. 따라서 순수히 매출증대의 방안으로 아마존과의 협업을 선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단지 기존에 아마존에서 나이키 매출이 얼마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존은 단순한 유통망에서 이제는 공급자들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아마존은 점차 공급자들이 고객과 직접 만나는 것을 제한하면서 모든 고객을 나이키의 고객이 아닌 아마존의 고객으로 만들고 있다. 즉 아마존의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나이키는 선택을 해야 했고 그 선택이 D2C, 즉 고객과 직접만나는 전략이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이와 동일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는 기업이 바로 CJ제일제당이다.  26조5917억원, 쿠팡이 2022년 달성한 매출액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대장 이마트가 연결기준으로 기록한 매출이 29조3천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쿠팡이 2022년 3분기에 이어서 4분기에도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쿠팡이 두 자리수 성장을 지속하는 흑자기업이 되었다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상거래 영역에서도 플랫폼이라는 사업모델이 기존 유통기업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최근 햇반을 두고 벌어진 CJ제일제당과 쿠팡 간의 분쟁은 쿠팡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측정하는 중요한 사건이었고 승리는 쿠팡의 몫이 될 것이다. CJ는 쿠팡을 배제하고 네이버와 마켓컬리 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 사태에 가장 기뻐했을 기업은 즉석밥의 2인자인 오뚜기식품이었을 것이다. 오뚜기의 쿠팡에서의 즉석밥 매출이 급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쿠팡에서 장을 보면서 즉석밥만은 네이버를 이용하여 구매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CJ입장에서는 쿠팡에 굴복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을 것이고 결국 굴복이라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쿠팡에서 다시 CJ제일제당이 직접 판매하는 햇반을 찾아 볼 수 있다. 약간은 여담이지만 햇반 바로 옆에 위치한 쿠팡이 추천 즉석밥은 쿠팡이 만든 "곰곰 소중한 우리쌀밥"이다. 


문제는 이 사건으로 나타난 플랫폼으로의 힘의 집중을 나이키나 CJ와 같은 공급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이 때 나타나고 있는 추세가 바로 D2C이다. 이제 공급자들도 자신의 고객을 만들고 직접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이 전략은 비용증가라는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쿠팡을 통해 판매하면 마진은 적어지겠지만 많은 물량을 손쉽게 판매할 수 있다. 반면에 직접 판매하게 되면 마진은 커지지만 물량 소화가 어렵다. 거기에 마케팅이라는 관점에서 손실이 발생한다. 간접 유통망들은 판매를 돕기도 하지만 상품을 수많은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마케터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D2C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선택이 되기는 힘들다. 


나이키 Direct 매출 (단위 백만달러)



이런 이유로 나이키도 일정 수준의 간접 판매 비율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이키의 22년 실적(6월 결산법인, 2021.7-2022.6)을 보면 전체 매출에서 Direct 매출이 전체의 42%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2021년 대비 Direct의 매출은 14% 성장했고 간접 판매는 1% 감소했다. 대부분의 성장은 직영판매를 통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러한 Direct 매출 성장의 이유는 명확하다. 나이키는 Direct 중심 전략을 이야기하면서 Fist, Exclusive, Reserved 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신제품의 Direct 선출시, Direct만의 전용상품, 그리고 인기상품의 Direct 물량 배정 등의 선택은 고객이 자연스레 Direct로 움직이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직영망 중심으로의 전략 변경의 여파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이키의 한국 도매상으로 금강제화 계열사 갈라인터내셔널이 운영하는 슈즈멀티숍 레스모아는 2019년까지 120여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1000억원대 매출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하고 중단했다. 나이키가 2019년 D2C 전략을 선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레스모아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나이키의 공급 중단이 발생할 경우, 슈즈멀티숍의 사업은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나이키의 Direct 전략이 한국의 간접 유통망의 운명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매출 비교


쿠팡의 성장은 공급자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아디다스는 온라인몰을 점주들의 손에서 빼앗아왔다. 그리고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과거 점주들 중심의 간접 판매 구조를 소수의 점주와의 협업을 통한 유사 직영망 구조로 바꾸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략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본사, 즉 공급자가 직접 소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경우 모든 데이터가 아디다스에 남는다. 점주들을 통한 오프라인 판매도 유사한 수준의 데이터 관리가 필요할 것이기에 이제는 소수의 통제 가능한 간접유통망만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아디다스의 현재 매출은 나이키의 절반에 불과하다. 아니 데이터가 축적되는 Direct 매출만 보면 반에 반도 안 될 것이다. 


이미 미래의 경쟁에서 지고 있기에 무리스럽더라도 변신을 해야 하는 것이 아디다스의 현재인 것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D2C, #아마존, #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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