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리수 성장과 두분기 연속 흑자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메기는 쿠팡이었다. 아니 혁신가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아마존이 선택했던 직접 배송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시장에 선보였고 다른 경쟁자들은 감히 이런 수준의 투자를 따라하지 못했다. 쿠팡에게 유일한 문제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창업이래 쿠팡은 지속적인 적자를 보고했기에 경쟁자들은 쿠팡이 제풀에 넘어지기를 기대해왔다. 그런데 상황은 그 반대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쿠팡은 2022년 26조5917억원이라는 두자리 수 매출성장과 더불어 2분기 연속 흑자를 보고한다. 대략 25%에 접근하고 있는 시장지배력과 2분기, 어쩌면 3분기 연속 흑자라는 쿠팡의 실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먼저 시장지배력이라는 면에서 25%라는 숫자는 실질적 시장지배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지형을 이해하려면 매출액보다는 거래액을 비교해야 하는데 정확한 숫자가 아직은 존재하지 않지만 쿠팡의 거래액은 이제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의 30%에 육박한다고 보는 것이 맞고 이 숫자는 타 산업에서의 50%에 준하는 숫자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정거래법은 하나의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하면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유통이라는 영역은 워낙 방대해서 하나의 사업자가 전 영역을 커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다른 시장과 동일한 기준에 숫자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 즉 타 산업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음식배달에서의 배달의민족이나 택시중개에서의 카카오택시가 시장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기 위해서는 70%이상의 숫자가 필요하겠지만 전자상거래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실질적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아마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41% 수준이고 미국 정부는 이미 아마존의 독점적 행위에 대해 반독점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의 지배적 사업자의 기준을 미국의 아마존이 갖고 있는 시장 점유율을 기준치로 바라보는 것이 적합하다. 즉 하나의 사업자가 시장의 30%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시장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러기에 쿠팡이 25%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쿠팡이 2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는 사실이다. 2022년 쿠팡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연간 기준 1,1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보인다. 과거 조단위의 결손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분기 흑자가 정상적인 운영의 결과라면 2023년에는 단연히 연말기준 흑자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 흑자의 의미는 시장의 메기였던 쿠팡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쿠팡이 시장에 제시하는 사업방식이 인정받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재무적인 리스크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메기가 아주 강한 메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이와 유사한 오픈마켓 시장에서 쿠팡과 경쟁하고 있던 G마켓, 11번가, 위메프, 티몬의 시장지위가 계속해서 약해짐을 의미한다. 쿠팡이 네트워크 효과를 받는 플랫폼에서 이제는 재무적으로 안정까지 되었다는 것은 한차원 높은 플랫폼이 되었다는 의미이고 이는 분명 경쟁 플랫폼에게는 아주 나쁜 소식이다. 거기에 경쟁자들은 아직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G마켓 마저도 적자전환 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에 이제 오픈마켓이라는 영역에서 쿠팡을 견제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네이버와 SSG는 상대적으로 다른 시장을 바라보고 있기에 아직은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오프라인 유통망을 함께 갖고 있는 이마트 그룹은 자신이 가진 오프라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쿠팡과 약간은 다른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마트는 2022년 별도로는 2,586억 연결로는 1,356억을 보고했다. 본체에서 번 돈을 SSG, G마켓을 포함한 자회사들이 1,200억원 정도 깎아 먹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마트가 계속해서 쿠팡과 싸울 수 있는 여유와 자금이 얼마나 있는지도 지켜봐야 할 지점이다.
네이버 역시 현재는 쿠팡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지만 종국에는 쿠팡과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색이라는 절대무기를 가지고 스마트스토어와 결제라는 수단을 결합한 네이버의 전자상거래 모델은 분명히 쿠팡과는 다른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이고 그 플랫폼을 선택하는 판매자들의 선택지에는 쿠팡이 언제나 존재하기에 영원히 다른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23년을 기점으로 쿠팡을 우리는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 이제는 쿠팡을 전자상거래의 지배적 사업자로 가정하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경쟁 플랫폼은 이제 쿠팡과 직접적인 경쟁은 올바른 선택이 아닐 것이고 공급자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쿠팡과 CJ간의 전투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공정거래위와 같은 정부기관은 쿠팡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할 준비를 해야 한다. 전체 전자상거래가 아닌 오픈마켓이라는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쿠팡의 지배력을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쿠팡이 선택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배적 사업자의 관점에서 리뷰할 필요가 있다. 아이템위너, CPLB, 로켓와우 등 여러가지 정책을 지배적 사업자 관점에서 바라보면 다른 시점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