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왜 이름을 메타(META Platforms)로 바꾸었을까?
2022년 페이스북은 자신의 사명을 메타로 바꿨다. 아이들용 인스타그램 개발 시도를 포함한 알고리즘 조작에 대한 내부고발자 이슈 등을 덮으려는 시도였다는 뇌피셜도 있었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 바로 페이스북이 갖고 있는 애플이라는 인프라 플랫폼에 대한 부러움이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021년 여름 최고점을 기록한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이나 이익의 규모면에서 페이스북의 성장세가 꺾인 것은 아님에도 시장은 페이스북의 미래를 좋지 않게 보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2023년에 들어서면서 메타 플랫폼즈의 주가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2022년 초 페이스북이 겪은 주가 폭락은 페이스북에게는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남겼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된다.
여기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하면서도 어색하다. 어느 날 나타나서 세상을 바꿔버릴 듯하더니 아직은 우리 삶에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그 메타버스이다. 그런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페이스북은 갖고 싶었고 그래서 사명을 Meta Platforms Inc.로 바꾸게 된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은 왜 메타버스가 갖고 싶었을까?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페이스북도 애플이나 구글처럼 인프라 플랫폼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가진 미디어 플랫폼은 사업이 커져갈수록 문제도 많아지는 구조를 갖고 있기에 아주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애플과 구글이 부러웠던 것이다. 좀 덕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광장이나 시장 플랫폼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인프라 플랫폼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부러움은 아마존도 마찬가지이다. 아마존의 AWS라는 클라우드 비즈니스나 알렉사를 중심으로 한 음성인식 플랫폼은 인프라 플랫폼의 방향성을 갖고 있다. 여하튼 페이스북은 그래서 미래라고 생각되는 메타버스에서 애플이 가진 사업구조를 갖고 싶어 했고 이를 만들기 위해 회사의 중심으로 메타버스로 옮기고 있는 중이다.
2022년 메타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그 모습이 정확히 드러난다. 사업보고서 상에 비즈니스는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패밀리 앱(Family of Apps)이고 다른 하나가 가상현실 랩(Reality Labs)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메신저, 그리고 WhatsApp이 포함된 메타의 애플리케이션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단지 다른 하나의 사업영역이 Reality Labs라는 것이고 매출을 구분함에 있어서도 이 원칙은 계속 지켜지고 있다. 비록 숫자는 2% 남짓이지만 이를 미래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이미 2015년부터 페이스북 내에서 논의되어 왔던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마크 저커버그는 VR/AR로 대표되는 메타버스를 분명한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어 보인다. 메타버스를 통해 현재 모바일에서 페이스북이 갖고 있지 못한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것이 기업의 비전이라는 생각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페이스북과 같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 가진 가장 큰 위험은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이라는 영역에서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에 머무는 한 변화의 선두에 서는 것이 불가능하고 이 취약(Vulnerable)한 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영원히 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Our vision is that VR / AR will be the next major computing platform after mobile in about 10 years. It can be even more ubiquitous than mobile – especially once we reach AR - since you can always have it on.
The strategic goal is clearest. We are vulnerable on mobile to Google and Apple because they make major mobile platforms. We would like a stronger strategic position in the next wave of computing. We can achieve this only by building both a major platform as well as key apps.
이게 바로 서비스 플랫폼과 인프라 플랫폼 간의 차이다. 모바일이라는 상위, 혹은 인프라 플랫폼 반열에 오르지 못하는 한 페이스북의 미래도 위험하기에 애플과 구글과 같은 인프라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페이스북은 애플을 복제하기 시작했다. 애플이 현재 갖고 있는 모바일 인프라 플랫폼 사업구조를 그대로 메타버스라는 영역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용 디바이스와 OS 플랫폼, 그리고 애플리케이션 거래 플랫폼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히 메타버스용 OS를 만드는 것은 애플과 구글과의 경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없다고 믿기에 선제적으로 오큘러스 퀘스트라는 디바이스에 투자를 하면서 AR/VR 어플을 개발하고 유통하는 플랫폼을 동시에 육성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iOS, 그리고 앱스토어를 만들어 냈던 그 역사를 메타버스에서 재현하고 싶은 것이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꾼 것은 절박함에 기인했을 것이다. 우리는 플랫폼 기업을 두려워하고 이들에게 돈과 인재가 집중되는 사실에 절망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보기에 최고의 두뇌들은 페이스북이 아닌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인프라 플랫폼 구글과 애플에 집중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미래라면 그를 위한 경쟁에 페이스북은 사명을 바꿀 정도로 절박하고 회사의 거의 모든 자원을 투자할 만큼 전략적이다. 이 관점에서 메타가 펼치고 있는 단말기에 대한 전략, 그리고 유니티(Unity)라는 게임엔진 기업의 인수 등의 경영적 선택들을 바라봐야 한다. 그만큼 인프라 플랫폼은 갖고 싶은 영역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