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odel Generation 1, 캔버스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이다. 캔버스는 유화를 그리기 위한 천으로 된 도화지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그리는 일종의 밑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의미한다. 그림으로 보면 아래와 같다. www.businessmodelgeneration.com에 가면 실제로 큰 사이즈의 캔버스를 다운 받을 수 있다.
이 책은 9개의 비즈니스 모델 구성을 위한 요소, 빌딩블록들을 한장의 캔버스에 그려두고 이 모든 것을 채워가는 과정을 비즈니스모델의 탄생으로 이야기한다. 하나하나의 내용을 떠나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조금은 일반화된 내용을 풀어가는 방법으로 캔버스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 창의적이었고 어찌 되었건 이 9개의 빈칸을 모두 채우면 나름 비즈니스가 구체화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창업생태계에서 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많이 채용했고 흡사 비즈니스 모델의 교과서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과거에도 이미 가치사슬이라는 관점에서 많이 언급된 내용이기에 큰 새로움은 없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먼저 이를 캔버스라는 관점에서 정리했다는 창의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단적인 예로 유명한 하버드 경영대학의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 그림이 우리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면 오스터왈더의 그림은 조금은 편안하게 만든다.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 그림을 해석하는 그림을 보면 "가치사슬은 기업이 제품(상품 혹은 서비스)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모든 활동을 설명하는 하나의 비즈니스모델이다"라고 적고 있다. 내용적으로 보면 마이클 포터의 가치사슬이 보다 구체적이기에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에게는 적합해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먼 미래의 기업활동으로 보인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가 설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일단 오늘은 9가지 빌딩블록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저자는 9가지의 빌딩블럭을 양분해서 보고 있다. 좌뇌는 논리적인 영역이고 우뇌는 감성적인 영역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이 좌우뇌의 기능을 캔버스에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가치제안을 기준으로 좌측에 있는 블록들은 논리적 영역이고 우측은 감성적인 영역이라는 뜻이다. 역시 나름 창의적인 접근이다. 많은 사람들이 경영학, 특히 경영전략과 마케팅에 쉽게 자신의 의견을 내는 이유는 감성적인 영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명확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좌측의 핵심활동, 자산, 파트너, 그리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효율(논리)의 영역이고 고객, 고객관계, 채널,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수익은 가치(감성)의 영역이라 나누고 있다. 좌측의 요소들이 숫자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요소들인 것은 맞고 상대적으로 우측은 숫자로 명확히 나타나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요소들, 즉 고객의 충성도, 브랜드 가치와 같은 요소들이 있기에 가치라는 표현을 하는 것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이제 본격적으로 9가지 빌딩블록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그 첫번째는 고객이다. 한글로는 고객이라 쓰지만 영어로는 Customer Segment이다. 즉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어떤 고객을 내가 Target할 것인가를 정하는 의미다. 룰루레몬의 요가나 필라테스를 사랑하는 파워워먼이나 파타고니아의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타겟고객을 정의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을 우리는 지금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나의 고객이 누구인지를 인식하기 조차 어려운 세상이기에 그러하다. 쿠마상회에게는 신선한 수산물에 대한 요구를 가진 어느정도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를 고객으로 정의한다.(앞으로 쭈욱 쿠마상회를 예로 들어 이야기할까 한다. 쿠마상회를 예로 드는 것은 가장 간단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두번째는 가치제안이다. 영어로 Value Proposition인데 도대체 내가 뭐가 다르냐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언가 다른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내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을 세일즈 할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가치제안이다. 물론 내가 가진 차별점이 없이도 나는 고객과의 관계가 특별하다면 사업이 존립이 가능하다. 그런면에서 나의 가치제안이 조금 약하더라도 캔버스 전체를 채워보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쿠마상회의 가치제안은 단골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철 신선수산물의 시장가 공급과 쿠마상회만의 레서피를 통한 다양한 냉동유통 수산물 밀키트의 제공이다.
세번째는 채널이다. 어떻게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물류, 세일즈를 할 것인가이다. 많은 초기 기업들이 우월한 상품을 만들고 이 과정을 해결하지 못해 실패한다. 주위에서 사람을 구해달라고 하면 거의 모두 마케터를 찾고 있다. 하지만 훌륭한 마케터를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은 그들이 제공하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자에게는 쉽게 억대 연봉을 제시하면서 마케터에게는 인색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전문 마케팅 회사에게 외주를 주면 억대연봉을 넘어서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들이 가져다 주는 결과를 믿지 못하는 것도 하나의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채널은 소프트한 문과의 영역이고 적절한 역량을 가진 자원의 육성하거나 실력있는 파트너를 믿고 일을 맡기는 것이 최적의 답안이다. 현재 한국처럼 훌륭한 마케팅, 물류, 커뮤니케이션 선수들이 넘쳐나는 곳은 없다. 쿠마상회는 아직 너무 작아서 외주 마케터를 쓸 수 없기에 창업자들이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육성하고 있다. 물론 물류는 CJ대한통운과 두발히어로라는 물류기업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네번째는 고객관계이다. 영어로 Customer Relationship인데 기업과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관리해 나갈 것인가이다. 쿠마라는 일식당은 과거에 신선수산물과 냉동해산물을 대중에게 판매했었다. 직접 판매할 역량이 없다고 판단하여 신선수산물 유통 플랫폼인 "오늘회"와 "인어교주해적단"에 납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모든 고객은 플랫폼의 고객이었고 그 누구도 쿠마와 연결된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오늘회가 부도가 나면서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쿠마도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 그래서 일단 시작 시점에 쿠마상회의 Direct 비율은 80%로 정했다. 대부분의 상품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고객에게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유명식당에서 대량으로 요구하는 일이 있어 20%는 남겨두었다. 이렇게 해야 고객과의 관계를 고민하게 된다. 직접적인 Customer Service를 통해 고객의 불만을 인지해야 개선방향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관계는 물론 다양한 고객 세그먼트를 대상으로 정의해야 하지만 초기 시점에는 타겟 고객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만 정리하면 될 듯하다.
다섯번째는 수익원은 매출액을 어떻게 정의할까이다. 대개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매출이다. 거래가 있어야 매출이 만들어지고 매출이 있어야 영업이익도 생기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할때 어떻게 돈을 벌건지를 묻고 결국은 매출원, 수익원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조금 복잡해진다. 개념적으로는 고객에게 가치를 잘 전달하면 수익을 얻는다고 되어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수익원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만 플랫폼 모델과 같은 경우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지 정의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설득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쿠마상회의 경우 단순한 모델이기에 신선수산물이나 밀키트를 판매하여 매출은 발생한다. 거래액 전체가 매출액이고 타 가게의 상품을 판매할 경우도 매입 후 판매를 가정하니 역시 동일하다.
여섯번째는 핵심자원이다. 핵심자원을 이 책에서는 앞서 말한 다섯가지를 실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산이라 이야기한다. 물적자원, 지적자산, 인적자원, 재무자원으로 핵심자원을 구분하는데 이쯤 부터 약간은 끼워맞추기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역시 하나의 블록으로 존재한다.
현실적으로 쿠마상회의 자원은 인적자원 뿐이다. 물론 사업을 조금 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재무자원이 필요하기는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원은 김민성이라는 27년 경력의 수산물 전문 쉐프와 마케팅과 사업운영을 총괄하는 필자이다. 물론 핵심자원은 김민성이라는 쉐프이고 그의 쿠마라는 식당을 통해 축적한 고객, 쿠마라는 브랜드, 일본에서 배워 온 레서피 그리고 최근 시작한 유튜브의 2만이라는 팔로워이다. 쿠마상회가 생각하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김민성 쉐프가 만들어 낸 상품을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하고 그의 수산물에 대한 전문성을 사업으로 만들어 줄 관리 능력도 필요하다.
일곱번째는 핵심활동인데 이 역시 앞서 말한 다섯가지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활동이라 정의하고 있다. 세부 활동으로는 생산, 문제해결, 플랫폼/네트워크로 나눠서 설명한다. 핵심 자원과 활동은 어찌보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하면서 당연히 필요로 되는 요소일 것이다. 내가 어떤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정의하고 나면 그 가치를 어떤 자원을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인가가 핵심 활동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 따르면 쿠마상회의 경우 가장 중요한 활동은 생산활동이다.
여덟번째는 핵심 파트너십으로 이 책에서는 파트너쉽을 구축하는 이유 세가지로 파트너십을 채우고 있다. 첫번째는 최적화와 규모의 경제, 둘째는 리스트 불확실성의 감소, 마지막은 자원/활동의 획득이다. 간단히 말해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집중할 수 있는 영역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리스크를 줄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트너십이 하나의 핵심 블록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핵심역량을 제외한 기능을 외부 파트너에 의존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포함 시키는 것은 조금 많이 간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은 비용구조이다. 비즈니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숫자를 만들어가야 한다. 예상 매출, 예상 이익, 그리고 현금흐름을 예상해야 한다. 내가 만들어 내는 가치를 위해 어떤 비용이 소요될 것인가를 모르고 사업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결국 마지막을 비용으로 장식하면서 이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약간 허방해진 느낌이다.
결론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는 너무 많은 컴포넌트를 채우라고 요구하면서 약간 어려워진 느낌이다. 고객 세그먼트, 가치제안과 핵심자원과 활동, 채널과 고객관계, 매출과 비용 정도로 크게 합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물론 파트너십 전략은 모든 비즈니스가 고민해야 할 전략 아이템 중 하나이기에 굳이 비즈니스 모델에 포함시킬 필요까지는 없어 보인다. 사업은 고객을 어떻게 정의하고 나의 가치제안이 무엇이고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가를 정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마지막으로 이를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를 풀어내는 것이 핵심일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수치적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수익원과 비용구조를 정의하는 것은 반드시 포함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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