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시작
한동안 여의도에서 서식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고 김민성 셰프를 여의도에서 만난 것은 아니다.
한남동 부즈라는 몰트바에서 누군가와 심각하게 몰트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와인이 아닌 몰트에 푹 빠져있었다. 그런데 주인장이 안주라면 조그만 접시를 내미는데 연어알이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아무 말없이 후루룩 한 입에 연어알을 털어 넣었다. 적절한 짠맛과 더불어 연어알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훌륭한 이꾸라였다. 바텐더에게 이런 연어알을 어디서 구했냐고 묻자 옆에 있던 한 깡패 같은 친구가 손을 든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욕을 안 하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여의도에서 쿠마라는 일식집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김민성이라는 친구를 만난 스토리다. 쿠마라는 일식집을 찾았고 쉽게 단골이 되었다. 혼자 가게를 찾는 날에는 스텝밀이라고 직원들이 먹기 위해 만든 민성셰프의 요리를 먹었다. 자연스레 이런저런 잔소리와 조언도 하게 되었고 성님 성님 소리를 일상으로 듣게 된 것이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러던 중 민성 셰프의 전화를 받았다. 신선 수산물 플랫폼을 선언했던 "오늘회"가 망하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오늘회와 거래하고 있던 민성 셰프에게 잔소리 삼아 쿠마라는 자체 브랜드를 만드는데 집중하라고 조언을 하기는 했지만 오늘회와의 거래액이 그렇게 커져있는 줄 은 몰랐었다. 코로나라는 타격과 오늘회가 만들어 놓은 엄청난 미수금이 이 친구를 어렵게 만들어 놓은 모양이었다.
그러던 중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인 중에 한 분이 나에게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쿠마를 올리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해온 것이다. 아주 클래식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쿠마라는 브랜드, 김민성이라는 지명도, 그리고 뭔가를 얹으면 충분히 프로그램에 선정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원금의 크기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뭔가 곤궁에 빠진 민성을 도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여 프로그램에 응모를 했다. 최종 발표에서 민성은 천부적인 입담으로 복잡한 비즈니스 모델에 지친 심사위원들을 위로했고 마지막에 이 프로그램에 왜 지원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성님이 하라고 했습니다"라고 대답함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렇게 쿠마 상회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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