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odel Story 101
이 책의 두 번째 플랫폼 비즈모델의 구분기준은 거래유형이다. 도대체 거래유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흔히들 쓰는 단어지만 정확한 사전적 의미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일단 정확한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혹자는 B2C, B2B, O2O 등을 거래 유형이라 정의하기도 하고 혹자는 대금의 지불방식에 따라 유형을 구분하기도 한다.
플랫폼이 가진 양면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거래라는 행위는 플랫폼에서는 아주 자연스럽다. 특히 필자가 구분하는 시장플랫폼에서는 거래는 필수적이다. 플랫폼 운영자는 이 거래의 중간에 서서 운영을 한다. 이 운영에는 정보의 매칭, 신뢰의 제공, 활동 지원 등이 포함된다. 정보의 매칭은 두 시장 간에 존재하는 정보의 간극을 매워주기도 하고 엄청나게 많은 정보 가운데서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을 쉽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신뢰의 제공은 양면시장 참여자들이 서로를 믿을 수 없을 때 플랫폼 사업자가 중간에서 서로를 인증하고 보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활동의 지원은 두 시장 간의 거래가 보다 원활히 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물류서비스나 카드할인과 같은 거래 활동을 돕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이 책의 거래 유형으로 돌아가보면 거래라는 행위의 형태(집합형)와 중심대상(제품형) 그리고 운영방식(다면형)을 다 섞어서 거래유형이라는 말로 포괄하고 있다. 혼동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의 생각으로는 거래 유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면 거래에 있어서 플랫폼 사업자가 어떤 관여하는가가 가장 핵심이 될 것 같지만 이 책의 저자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기에 조금 깊게 살펴보기로 한다. 즉 공급자와 플랫폼 사업자와의 관계, 플랫폼 사업자와 수요자와의 관계, 이 두 개의 관계가 어떤 유형으로 만들어졌는가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훨씬 상식적일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먼저 집합형 거래유형은 플랫폼 사업자가 그 제품 혹은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판매하는 형태라 정의하고 있다. 일단 이 정의가 무리스럽다.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오픈마켓처럼 거래를 중개하는 플랫폼의 형태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미에 보면 집합형의 최종 모습을 중개형으로 정리하고 있다. 많이 혼동된다. 일단 포괄적으로 모아서 거래를 한다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가 본다.
거래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대상 상품 혹은 서비스가 모여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 전제조건이다. 물론 범위의 경제가 발생할 정도로 충분히 많이 모였는가는 플랫폼의 경쟁력이지만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구색을 갖추는 것은 플랫폼의 기본이다. 따라서 집합형이라는 약간 오묘한 단어를 선택했지만 시장 플랫폼과 거의 동일한 정의로 보인다.
시장 플랫폼의 특징은 마켓플레이스를 만들어주는 것이고 그 특징이 집합인 것은 당연하다. 상품이 모여있지 않으면 시장이 성립되지 않으니 말이다. 여기에 예시로 제시된 플랫폼 기업들은 데일리호텔, 배달의민족, 오픈테이블, 넷플릭스, 하우투메리 등이다. 거래의 대상이 상품, 서비스, 예약, 혹은 이들의 복합 등에 따라 이름을 다양하게 붙일 수 있지만 그 본질은 공급자들이 가진 상품을 모아서 다수의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한다는 면에서는 같다. 거의 모든 시장형 플랫폼, 혹은 거래 중개 플랫폼은 이런 형태, 유형이다. 하나하나씩 예로 든 비즈모델을 살펴보자.
데일리호텔은 호텔이 가진 남아있는 방을 마지막 순간에 판매하는 모델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 호텔 비즈니스에서 빈방을 가진 호텔과 마지막 순간에 타임딜을 원하는 고객간에 거래를 중개하는 것은 정확히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호텔과 소비자라는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플랫폼을 성립시켰고 그 가치는 아마도 가격이었을 것이다. 빈방으로 남기기 보다는 저렴하게 판매하려는 호텔과 싼 방을 찾는 소비자간에 니드를 잘 파악해서 만든 훌륭한 거래 플랫폼이다.
배달의민족은 식당과 소비자 사이에서 주문을 중개하는 플랫폼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오픈 테이블은 식당과 고객 사이에서 예약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약이라는 상품을 거래한다고 생각하면 일반적인 거래 플랫폼과 다르지 않다.
넷플릭스로 넘어 오면 약간 이야기가 달라진다. 넷플릭스는 플랫폼일까? 아니면 영상 서비스일까? 우리는 BTV에서 특정 채널을 구독한다. 예를 들어 KBS의 드라마 채널을 구독한다고 생각하면 이를 플랫폼이라 부를 수 있을까? 넷플릭스는 마찬가지로 다양한 콘텐츠를 모아서 유료로 제공하는 영상서비스 사업자가 맞다. 비즈모델은 내가 만들어서 판매하는 제조업으로 보는 것이 맞다. 단면시장으로 흡사 호텔의 뷔페서비스와 동일하다. 물론 넷플릭스의 가입자가 2억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약간은 플랫폼적인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본질적으로 비즈모델은 서비스로 봐야 한다. 영상 콘텐츠를 사거나 만들어서 제공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으니 말이다.
여기서 나의 고민은 플랫폼 운영자의 개입정도에 따른 비즈모델의 구분을 해야 하지 않을까이다. 즉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의 두 시장과 플랫폼 간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거래 유형은 다르게 분류돼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 관점에서는 완벽한 개입으로 보아야 한다.
거의 100% 사입운영을 하고 있는 쿠팡과 거의 100% 거래중개만 하는 11번가는 동일한 거래유형으로 보이지만 비즈모델 측면에서 보면 매우 다르다. 정보의 매칭은 동일하지만 신뢰의 제공과 활동의 지원이라는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쿠팡이 이 세 가지를 모두 자신의 통제하에 놓는 것과 달리 11번가는 그렇지 않다. 누가 더 훌륭한 플랫폼인가는 시장이 증명하겠지만 이 두 가지 비즈모델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쿠팡과 공급자와의 관계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이다. 쿠팡과 수요자의 관계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관계이다. 반면에서 11번가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시켜 주는 중개자에 불과하다. 거래라는 관계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발생하고 11번가는 그 거래를 연결하고 보증하고 관리할 뿐이다. 플랫폼 운영자의 통제 영역이 어디까지 인가는 비즈모델을 규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물론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운영하는 사업자도 존재한다. 이는 두 개의 비즈모델을 가진다고 설명하는 것이 옳다. 쿠팡은 판매액 전액을 매출로 잡고 재고라는 아주 번거로운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 공급자와의 분쟁도 아마 큰 문제일 것이다. 반면에 11번가는 이런 고민이 없다. 비즈모델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법인데 고민거리가 다른데 하나의 유형으로 묶여 있으면 혼란이 발생한다.
이 관점에서 넷플릭스를 바라보면 비즈모델이 정리가 된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의 선정은 넷플릭스의 경영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진다. 즉 누구나 공급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 선택은 플랫폼 운영자가 한다. 따라서 선택된 공급자의 콘텐츠만 넷플릭스에 올라온다. 넷플릭스 상에서 공급자는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 넷플릭스 그 자체이다. 플랫폼 운영자가 공급자의 역할을 담당한다. 넷플릭스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보면 고객이 월정액을 내고 제공된 콘텐츠를 시청한다. 정확히 단면시장에서의 비즈니스이다.
이를 폐쇄적 시장 플랫폼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유연성을 좀 배제하고 나면 그냥 단면시장 혹은 가치사슬형 서비스로 정의하는 것이 편안하다. 오프라인에서 존재하는 이마트, 패션 편집샵이나 호텔의 뷔페 모두 동일한 비즈모델을 갖고 있다. 물론 여기에 내가 직접 생산한 상품도 있고 외부에서 조달한 상품도 있다. 상품을 집합한 행위는 같지만 모든 영상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가 개방된 유튜브나 지그재그와 같은 패션 오픈마켓과는 분명히 다른 비즈모델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집합형이라는 개념을 다룰 때는 일부 비즈모델은 단면시장, 혹은 가치사슬형 서비스에 더 가까울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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