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Model Story 101
마지막으로 다면형 거래유형이다.
이쯤에서 플랫폼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플랫폼의 가장 기본은 다면시장이다.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는 다면시장도 혼동을 주는 듯하여 양면시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플랫폼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고객이 복수라는 사실이다. 플랫폼은 양면시장, 즉 양면 고객을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플랫폼의 개념은 조금 많이 넓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다면형 거래유형이라는 플랫폼 비즈모델은 역설적으로 정확하다. 이전에 구분된 집합형이나 제품형의 일부가 플랫폼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비즈모델을 설계하면서 기본적인 개념을 혼동한다면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약간의 혼동을 주고 있다.
또 하나 다면형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먼저 떠오른 것은 비즈모델을 정의하는 기업의 기본 단위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다. 일반적으로 SBU, Strategic Business Unit이라는 정의는 바로 비즈모델을 정의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아닐까 한다. 쿠팡에는 여러 가지 SBU가 존재할 것이다. 하나는 상품을 사입하여 판매하는 쿠팡의 주력 비즈모델이고 또 하나는 오픈 마켓 비즈모델이다. 쿠마상회를 내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쿠팡에서 전화를 받았다. 쿠팡 입점을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뭔가 내가 벌써 유명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큰 착각이다. 이 경우 쿠팡의 오픈마켓 유치팀이 "을"이고 내가 "갑"이다. 즉 최대한 많은 공급자를 오픈마켓에 등록시키는 것이 이 팀의 목적이다. 즉 오픈 마켓이라는 또 다른 비즈모델을 가진 SBU는 쿠팡의 메인사업 SBU와는 완전히 다른 조직이다. 따라서 비즈모델을 이야기할 때는 SBU 단위로 이야기하는 것이 맞다.
비즈니스 모델을 정의하는 기본적인 단위는 Strategic Business Unit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SBU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긴다.... SBU는 독립적인 손익구조를 가진 사업단위를 의미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사례를 전자책 다면 플랫폼인 리디북스이다. 리디북스의 기본 비즈모델은 전자책을 판매하는 것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같은 묶음형 상품으로 리디셀렉트와 같은 상품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은 본질적으로 같은 비즈모델을 갖고 있다. 즉 전자책을 모아서 판매한다는 사업모델이다. 정확히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거래형 플랫폼이다. 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어 리디북스에서 독자들에게 판매한다. 두 개의 만나지 못했던 시장을 연결하고 거래가 가능하게 만들어 준 것이 리디북스가 만든 새로운 비즈모델이다. 물론 리디북스는 거의 모든 출판사에게 공급영역을 개방한다. 책이 많을수록 서점의 경쟁력은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리디북스를 다면 플랫폼으로 규정하는 이유가 "책끝을접다" 라는 서비스와 라프텔이라는 플랫폼 때문처럼 보인다. "책끝을접다" 접다는 지금 들여다보면 일종의 웹툰 플랫폼으로 보이는데 이 플랫폼을 통해 리디북스의 책을 요약해서 홍보에 활용했던 모양이다. "라프텔"은 애니메이션 유통 플랫폼이다. 넷플릭스에서 많이 본 애니메이션들도 보인다. 정확히 유통의 대상이 책에서 웹툰으로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리디북스는 다양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전자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디북스는 전형적인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거래 플랫폼이다. 나름의 저작도구나 뷰어를 갖고 있지만 PC나 모바일을 통해 책을 볼 수 있고 고유의 디바이스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두 번째는 우리가 잘 아는 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직장인들의 커리어를 중심으로 하나 SNS이다. 프로필 중심으로 관리되는 나의 페이지가 핵심이고 타 SNS가 갖고 있는 콘텐츠 공유나 메신저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한다. 이 그런데 이 SNS의 핵심 기제, 이유가 경력관리다. 모두가 경력관리를 위해 정보를 제공하니 당연히 인재를 구하는 기업의 니드와 맞을 것이고 따라서 구직자와 구인기업 간의 양면시장이 성립된 것이다. 이 책에서 플랫폼을 넓게 보고 있지만 링크드인이 양면시장 혹은 다면시장이라는 점에서 보면 전형적인 플랫폼이다.
단지 이 링크드인이라는 플랫폼의 기본 목적은 연결에 있다. 직업, 커리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SNS를 통해 사람들은 서로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판타지리그는 조금 어렵다. 현존하는 프로리그를 기반으로 가상의 팀을 만들어 타 참여자와 경쟁하는 게임의 한 형태이다. 주어진 예산으로 팀을 만들어서 경쟁한다는 맥락에서는 일반적인 온라인 스포츠 게임과 다른 점이 없다. 단지 현실 게임에서의 결과를 바탕으로 경쟁을 하고 시상도 한다는 점이 조금 다를 것이다. 이 게임이 왜 플랫폼이고 다면적인 성격을 갖는다고 분류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했고 다양한 스포츠 리그들이 참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를 다면 플랫폼이라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미 존재하는 스포츠 리그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커뮤니티 플랫폼은 플랫폼 구성 주체가 사용자들인 경우를 의미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등 명확한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고 참여자들의 공급자와 수요자 역할을 동시에 갖는 플랫폼이다.
판타지리그는 일종의 SNS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현실의 스포츠를 내가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가상 게임의 존재이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커뮤니티의 가치를 공유한다. 당연히 스포츠와 관련된 뉴스와 콘텐츠들이 쉽게 유통되고 관련된 미디어들이 광고를 제공할 것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사람들이 모여진 광장 플랫폼이다.
아마존의 킨들은 전자책 서비스이다. 기존의 서적 유통과는 다른 킨들이라는 전자책 뷰어를 제조하여 판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출판사는 전자책을 만들고 소비자는 전자책을 구매한다. 독서라는 고객의 니드에 아마존은 킨들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함으로 출판사와 독자를 모두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Amazon Direct Publishing은 아마존이 갖고 있는 이 전자책 플랫폼 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출판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플랫폼이다. 과거의 출판계가 갖고 있던 작가라는 공급자 풀이 수십, 수백 배로 확대되었고 콘텐츠는 풍부해졌다. 이 플랫폼을 통해 초보 작가들이 돈을 벌 수도 있고 스타작가가 탄생할 수도 있다. 수많은 작가와 독자라는 양면시장으로 성립된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연결도 거래도 이뤄지지만 아마존은 이를 위해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
플랫폼인데 단순한 연결이 아니라 거래를 포함하는 모든 환경을 제공하는 인프라 플랫폼이다. 단순히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뷰어, 저작방식, 거래방식 등을 모두 아마존이 정해서 만들고 이 룰을 통해 만들어진 전자책이 대중에게 유통되도록 돕는다. 플랫폼은 플랫폼인데 단순한 거래 플랫폼이 아니라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인프라 플랫폼으로 이해해야 한다.
포켓 서베이는 한 번도 써보지 못했지만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설문조사 서비스로 보인다. 카카오와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그렇다고 플랫폼은 아니다. 이 서비스를 카카오가 제공한다고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카카오가 자신이 가진 메신저를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다면시장을 대상으로 한다기보다는 시장조사가 필요한 기업을 위한 솔루션이다. 여기서 솔루션이라는 단어를 기억해 두자.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할 때 솔루션이라는 단어는 매우 중요하다.
단면시장을 대상으로 한 솔루션이고 카카오톡과 같은 새로운 기술환경을 이용해 정확한 시장의 니드 파악이 절실한 고객의 가치를 올려낸 단면시장에서의 비즈니스모델 혁신 사례로 적합해 보인다.
클래스101은 온라인 학습을 제공한다. 다양한 배울 거리들이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어져서 판매된다. 코로나로 비대면이 일상화되기 전에도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는 존재했었고 그 가장 큰 이유는 비용과 편리함에 있었다. 교육을 위한 장소가 필요 없기에 비용이 절감되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기에 바쁜 사회인들에게 학습이라는 새로운 자기 개발의 기회를 제공하는 훌륭한 서비스이다. 이 책에서 클래스101의 차별적 요소로 준비물을 챙겨준다고 말하는데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단순한 서비스 요소에 불과하다. 강사진을 섭외하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기에 개방을 통해 많은 교육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교육 플랫폼 Udemy 등과 다른 포지션을 취한다. 교육이라는 영역이 개방이 가져다주는 부정적 요소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에 클래스101처럼 폐쇄적인 서비스로 비즈모델을 갖는 경우는 매우 많다. SERI CEO가 그렇고 DBR이 그렇다. 이들과 클래스101과의 차이는 과금방식에만 존재한다.
클래스 101은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단면 서비스로 보는 것이 맞다. 고객이 원하는 교육 콘텐츠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시장 성공의 판가름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산업에서는 흔치 않은 플랫폼이다. 마리얼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OTA라 불린다. 온라인 여행사라는 사업모델은 양면시장을 대상으로 하지만 단면 서비스로 정의하는 것이 맞다. 몇 가지 이유로 모든 서비스 제공은 온라인 여행사가 주체가 돼서 이뤄진다. 특히 항공티켓 발권과 같은 서비스는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의 최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이드가 만든 여행상품을 여행 소비자에게 연결하고 거래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기존 여행사가 만들어 판매하던 패키지 투어와는 다른 수준의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이 탄생했다. 전형적인 거래 플랫폼이다.
네이버웹툰은 전형적인 플랫폼이다. 웹툰 작가들과 웹툰 소비자를 연결한다. 네이버웹툰을 단순한 거래 플랫폼으로 볼지 인프라 플랫폼으로 볼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웹툰을 제작하고 퍼블리싱함에 있어 디바이스가 필요하거나 특별한 저작도구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각 플랫폼마다 고유의 저작도구가 있지만 그렇다고 플랫폼마다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기 다른 저작방식을 택하고 공급자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은 아니기에 웹툰 플랫폼은 단순한 거래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최근 벌어지는 네이버나 카카오의 행태를 보면 단순한 거래 플랫폼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IP의 활용과 2차 윈도우로의 확장 그리고 글로벌 유통 등에 있어 작가들을 자신의 플랫폼 안에 가둬두려는 시도가 보인다. 이는 독점 콘텐츠의 확보라는 방식으로 주로 이뤄지는데 인프라 플랫폼 간의 경쟁이라기보다는 거래 플랫폼에서의 독점 상품 확보 정도로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위한 플랫폼이다. 2003년부터 시장에 존재해 왔던 "중고나라"가 못해낸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를 당근마켓은 5년 만에 만들었다. 이 사실은 당근마켓을 어떤 플랫폼으로 볼 것인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중고나라가 중고상품의 거래 플랫폼이었다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위한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말장난 같지만 두 개의 차이는 분명하다. 당근마켓은 사람들을 중고거래를 위해 만날 수 있도록 지역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었지만 그 거래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중고상품의 거래는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갖기에 이 과정에 플랫폼이 관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알라딘과 같은 온라인 서점이 중고거래에 성공한 경우를 제외하고 중고거래가 플랫폼으로 성공한 경우를 찾기 어려운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사업의 확장도 우리 동네 소식과 광고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단순히 다면 플랫폼으로 보는 것은 역시 커뮤니티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이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이자 기제는 중고상품의 거래이다.
눔은 건강관리를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식단과 운동 정보를 관리하여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앱의 사용을 위해서는 3만 원이라는 비용이 필요하다. 정확히 건강관리를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솔루션이다. 여기에 B2B 고객이 있다고 해서 그 본질이 바뀌지 않는다. 이 서비스를 기업 혹은 정부가 이용하여 의료보험의 비용을 줄인다 해서 비즈니스 모델이 바뀔 수는 없다. 단지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가 바뀌었을 뿐이고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변한 것이 없다. 전형적으로 단면시장을 위한 솔루션이다.
여기까지가 플랫폼의 거래유형별 분류다. 집합형, 제품형, 다면형으로 나누어 설명했는데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이 분류로 들어왔으면 좋았으리라 생각된다. 무언가 생각이 있기에 이런 분류를 택했을 거라 생각되지만 한두 페이지로 정리된 분류의 기준만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이 분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집합형은 플랫폼 사업자가 실제 그 제품, 서비스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판매하는 형태를 말한다. 하나의 집합체로 큰 생태계를 갖추게 되면 힘을 발휘하는 플랫폼이 여기에 속한다.
예) 데일리호텔, 배달의민족, 오픈테이블, 넷플릭스, 하우투메리,
제품형은 제품자체가 하나의 기반이 되어 생태계가 이뤄지는 형태를 말한다.
예) 플레이스테이션, 넷프레소 버츄오
다면형은 명확한 정의가 없다.
예) 리디북스, 링크드인, 판타지리스, 킨들 디렉트 퍼블리싱, 포켓서베이, 클래스 101, 마이리얼트립, 네이버 웹툰, 당근마켓, 눔
갑자기 내가 너무 깊숙이 이 책을 비판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이 그만한 가치가 있기에 깁게 들어가 분석을 해보고 있다고 이해했으면 한다.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단어를 이 책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고민한 책은 없기 때문이다. 캔버스가 미국 작가의 책이고 다음에 읽을 책이 일본 작가의 책인 반면에 이 책의 저자가 한국 교수이기에 이런 수준의 깊숙한 분석이 왠지 원치 않는 껄끄러움으로 해석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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