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의 기술
여의도 쿠마에서 만들어진 시메사바는 정부의 지원금으로 구입한 참치 냉장고에 보관된다. 참치 냉동고는 영하 50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는데 그래야 참지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처음 알았지만 일반적인 가정용 냉동고는 대략 영하 15도, 업소용 냉동고도 영하 20도 남짓밖에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급속냉동이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영하 50도에서 냉동을 해야 하고 그래야 배송 중에 음식이 녹아버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냉동고에 보관된 시메사바는 돌덩이와 유사했다. 문제는 해동방법이었다.
시메사바가 주는 매력은 두 가지다. 첫째는 감칠맛인데 고등어가 가진 특유의 감칠맛을 식초를 중심으로 한 조미액에 담가 숙성을 시키는 것이기에 그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둘째는 회가 주는 시원하면서 탱탱한 식감이다. 물론 생선에 따라 회로 먹을 때 모두가 탱탱한 식감을 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고등어는 나름 씹는 느낌을 주는 생선이기에 이 느낌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초절임의 결과 그 느낌이 조금 더 강해진다.
문제는 배송과정에서 일부 해동된다는 점이고 또 해동을 너무 빠르게 하면 이 탱탱함이 완전히 사라져 흐믈흐믈해진다는 점이다. 쿠마상회를 처음 시작한 시점이 "혹서기"였기에 얻은 교훈은
여름에는 시메사바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한 여름에 시메사바의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24시간 배송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행히 참치 냉동고의 등장으로 혹서기를 제외한 계절에 시메사바의 배송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음식을 받고 나서 섬세하게 해동하지 않으면 이 요리의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청난 해동 기술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냥 최대한 자연스럽게 시메사바가 녹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짜 배려가 필요하다. 2만 원짜리 요리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다.
먼저 시메사바를 받고 6시간 내에 먹을 계획이 아니라면 냉동고로 직행하는 것이 맞다. 아직은 냉동된 상태이니 영하 20도의 냉동고가 이 친구에게는 최적의 은신처다. 하지만 오늘 저녁이 그날이라면 일단 배송된 상태를 확인한다. 완전히 냉동된 상태로 배송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에 대부분의 경우 딱딱하기는 하지만 약간 해동된 느낌일 것이다.
가장 좋은 선택은 김치냉장고에 넣는 것이다.
일반적인 김치냉장고는 영하 0~2도 수준이니 냉동된 음식을 가장 천천히 녹이는 방법이다. 조금 번거로워도 한 시간 정도 지난 후에 다시 냉장고 신선실로 옮긴다. 냉장고는 영상 5도 수준이니 이제 살살 시원한 음식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이제는 음식을 언제 먹을 것인가가 관건이지만 이제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음식이 도착했는데 당장 먹고 싶다면 유일한 방법은 냉수에 얼음을 띄우고 시메사바를 그 안에 넣어 해동하는 방법이다. 여러 차례 실험을 해보았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옆에 서서 꾹꾹 눌러가며 계속 상태를 확인하며 해동하기를 권한다.
시메사바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일반적인 일식집에서도 가장 손이 많이 가고 맛있게 만들기 어려운 요리다. 그리고 쿠마의 시메사바는 그중에서도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최고의 요리를 배송받아먹는다면 약간의 배려는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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