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생선회를 보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의 반응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부정이었다. 아무리 겨울이고 기온이 영상 5도씨(보통의 냉장실 온도) 아래로 유지된다고 해도 생선회를 택배로 받는 상품을 선택할 손님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생선회는 가장 신선해야 할 음식이기에 이 걱정은 단순한 고객 불만족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다양한 클레임과 블랙 컨슈머의 문제도 머리 주위를 맴돌았다. 역시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것도 병의 하나였고 진짜 사업을 하는데 장애요소였다. 수일에 걸쳐 직접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본 결과 첫 생선회 상품인 방어는 2일이 지난 후에도 아주 훌륭한 맛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로 숙성이라는 여의도 쿠마가 자랑하는 생선회를 먹는 또 다른 방법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한국에서 생선회를 먹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활어를 먹는 것이다. 수족관에서 펄쩍펄쩍 뛰는 광어를 잡아서 바로 회로 내는 활어회를 우리는 최상급의 생선회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생선을 일정시간숙성을 시킨 후에 손님에게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숙성이라 말하는데 이 숙성의 이유는 "감칠맛"을 끌어내기 위함이다.
감칠맛 하면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이 미원, 다시다의 글루탐산이고 이는 MSG(Monosodium Glutamate)라는 영어 약어의 마지막을 담당한다. 그런데 공부해 보니 또 다른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있다. 바로 이노신산이다. 영어로는 IMP라고 하는데 Inosine monophosphate의 약어다. 생선이 숙성하면서 생선살에 존재하는 아데노신산이 이노신산으로 바뀌면서 감칠맛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활어회의 탱탱함은 조금 사라지지만 그 대가로 감칠맛을 얻는다고 한다. 결국 온도가 유지될 수 있다면 24시간이라는 배송시간은 뜻하지 않은 숙성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사설이지만 활어회의 탱탱함은 일종의 경직에 따른 현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왠지 생선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배송시간이 숙성시간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대체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는 생선회의 색이 변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방어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생선살이 갈색으로 변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숙성이 되면서 색상이 변하는 것이기에 생선의 신선도나 맛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미식에서 눈에 보이는 요 소을 배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즉 갈변된 방어회는 실패한 방어회로 생각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택배 방어회는 불가능한 상품이었다.
민성셰프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결국 진공스킨래핑이라는 방법을 찾아냈다. 어차피 택배로 보낼 경우도 햇빛에 노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기에 갈변의 원인이 되는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진공스킨래핑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아래 사진처럼 생선회와 비닐 사이에 공기를 모두 제거하는 방법이다.
진공래핑의 종류는 매우 많았고 생선회의 모양새를 잘 잡아주는 기계를 여러 개 테스트한 결과 아주 맘에 드는 기계를 찾아냈다. 물론 진공래핑을 위해 부대비용이 조금 많이 들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방어의 자태를 보존해 줄 수 있는 설루션을 찾아낸 것이다.
방어는 방어전이라고 할 만큼 이 계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회이다. 그리고 방어의 가격도 작은 소방어와 대방어의 가격이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따라서 그냥 방어회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주문해서 먹는 것은 분명 위험한 도박이다.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되도록이면 오프라인 식당에서 먹는 것이 방어를 즐기는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방어는 활어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아니기에 수산시장과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생각처럼 쉽게 접할 수는 없다. 특히 육지로 둘러싸인 내륙의 경우 좋은 방어 경험을 찾기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이들에게 훌륭한 방어회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쿠마상회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