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쿠마상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플랫폼 교수 Apr 25. 2024

드라이아이스 참사

무식의 대가

생참치가 또 잡혀서 다시 한번 참치를 팔아보기로 했다. 그런데...

본래 생참치는 이런 모양이어야 했다. 


아직 봄인데 갑자기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상승해 버렸다. 아직 생참치 배송이 하루 남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게다가 얼려 놓은 냉매의 양도 딱 배송 나갈 정도만 있다. 어제 너무 많은 생참치가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냉매만 많다면 기온상승을 걱정하자 않을 텐데 말이다. 그때 문득 드라이아이스가 생각났다. 작년 여름 쿠마상회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보리굴비를 보낼 때 드라이아이스를 써봤던 기억이 말이다. 허겁지겁 드라이아이스를 주문했다. 가격도 한 개에 천 원 꼴이다. 하지만 비용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이날 나가야 할 참치의 수량은 100개 남짓 그중 택배 배송에 모두 드라이아이스를 두 개씩 넣었다. 한 개도 아니고 두 개씩 말이다. 그 순간까지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되어 버렸다. 


가장 먼저 연락이 온 곳은 제주였다. 제주와의 거리를 감안해 나는 드라이아이스를 추가로 두 개를 더 넣었기에 효과는 엄청났다. 생참치는 마치 영하 50도에서 냉동된 것처럼 돌덩이가 되어 제주에 도착한 것이다. 생참치가 아니라 냉동 참치가 된 것이다. 생참치의 매력은 우리 근해에서 잡혔기에 냉동되지 않은 참치의 맛을 즐기는 것인데 드라이아이스가 이를 냉동참치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물론 상태의 정도는 주문마다 달핬지만 대부분의 참치가 냉동상태로 손님들의 손에 도착했다.


문의가 올 때마다 변명이 아닌 설명을 드렸고 추후 보상안 마련을 약속했다. 생참치는 이미 모두 팔려 동일 상품으로 다시 보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대응과 이야기는 의외로 순조로 왔다. 초보 사업자의 고민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경험을 살려 최적 해동으로 맛있게 드셨다는 분들도 있었다.


괴유불급이라는 한자성어가 오랜만에 소환되었다. 초보 사업자는 자꾸 적어둬야 한다. 


드라이아이스는 냉동제품이 나갈 경우에만 생각하자. 
냉매는 미리미리 충분히 준비하자.
드라이아이스는 사전 테스트를 통해 최소량만 사용하자.


#쿠마상회, #여의도쿠마, #생참치, #드라이아이스


매거진의 이전글 참치 떼가 나타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