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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Aug 16. 2019

넷플릭스가 위험하다

디즈니가 오고 있다.

2019년 디즈니는 미국의 박스오피스를 달구고 있다. 어벤저스, 캡틴마블, 토이스토리4, 알라딘 그리고 라이온킹으로 이미 9조원을 돌파했고 하반기 개봉이 예상되는 프로즌2와 스타워즈를 통해 역사상 처음으로 미화 10억불, 한화로 흥행수익 12조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디즈니의 흥행성공을 바라보면 한숨을 내쉬는 회사가 있다. 작년 까지만 해도 최고의 컨텐트 플랫폼이라 불리우던 “넷플릭스(Netfliix)”가 바로 그 기업이다. 


올해까지 많은 컨텐트 관련 서적들이 앞을 다투어 넷플릭스를 세계를 장악한 컨텐트 플랫폼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물론 다가올 컨텐트 플랫폼 경쟁의 승자로 넷플릭스를 예상하고 있다.(참고서적: 플랫폼전쟁, 2017 김조한) 누군가에 의한 시장에 대한 예측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픈 것은 넷플릭스의 승리나 위기가 아니라 넷플릭스가 플랫폼인가이다. 


먼저 매일경제 기사 한 개를 보자. 기사에서도 스트리밍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흔하게 쓰이기에 혼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오늘의 목표는 이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적절한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와 `묶어팔기`의 경제학, 2019.3 매일경제 안갑성 기자

모든 소비자가 번들에 들어간 개별 영화에 같은 가치를 부여하진 않지만, 규모가 큰 번들에선 개별 제품에 부여한 가치의 차이는 평균에 의해 중요치 않게 된다. 만약 판매자가 구독자가 번들에 있는 모든 영화에 대한 지불용의가격(willing to pay)의 평균적인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해당 가격보다 약간 낮은 가격을 설정하고, 구독자로부터 최대 시장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  기고자들은 책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넷플릭스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은 영화관 상영에 대한 정석적이지 않은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영화 스튜디오와 비교하면 넷플릭스 전략은 잃을 게 거의 없다. 과거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영화관 관객 동원 실적이 엉망이면 전체 비즈니스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영화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극장판을 반드시 성공시킬 필요는 없다. 대신 좀 더 다른 각도에서 극장판을 볼 수 있다. 영화관 상영을 통해 추가 수익을 올리거나 아카데미상 등을 받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다시 논점을 돌려 먼저 아래 그림을 보면 디즈니와 넷플릭스 주가의 과거 6개월간의 변동을 볼 수 있다. 디즈니는 지속 상승하는 모습을 넷플릭스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주가 추이, 자료원: Seeking Alpha
넷플릭스 주가추이,  자료원: Seeking Alpha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컨텐트와 훌륭한 추천엔진을 통해 매력적인 컨텐트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다. 한국의 봉준호 감독의 “옥자”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었다. 새로운 형태의 가입형 컨텐트 서비스 모델은 많은 사람들의 건당 컨텐트 구입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 주었고 2019년 상반기까지 짧은 기간에 190개 국가에서 1.51억명의 가입자를 모으는데 성공하였다. 한달에 약 10(8$~$16불)만 내면 무제한으로 3만5천 시간 분량의 넷플릭스 컨텐트 모두를 볼 수 있는 것은 아주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매출은 160억불이고 이익은 12억불을 만들었다. 시장 측면에서도 65%의 미국 가구가 넷플릭스를 보게 된다. 이를 위해 2018년 120억불의 컨텐트 소싱비용을 지출했고 올해 2019년에는 150억불을 계획하고 있다. 컨텐트 소싱에 들어가는 비용은 사전적으로 지급되고 매출은 사후에 천천히 유입되기에 넷플릭스의 현금흐름은 좋지 못하다. 2018년 순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0억불이고 2019년에는 35억불까지 늘어날 예상이다. 


문제는 디즈니가 이 시장에 디즈니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뛰어들기로 결정했을 때 더 커지기 시작되었다. 디즈니는 전통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전설 Pixar, 수퍼히어로의 산실 Marvel, 스타워즈 그리고 스포츠 프로그램의 대장 ESPN, 네셔널지오그래픽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 누구나 알고 있는 컨텐트들을 이제는 중간자(Middleman, 예를 들어 넷플릭스)을 거치지 않고 디즈니가 직접 소비자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넷플릭스와 같은 월정액 모델로 말이다. 게다가 가격은 $6.99로 책정해두고 있다.(넷플릭스의 기본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12이다) 디즈니는 초기 사업전략을 가족고객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낮은 가격으로 디즈니의 핵심 컨텐트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료출처: 월트디즈니 컴퍼니


소비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간의 컨텐트를 비교한 후 가입을 선택할 것이고 이때 넷플릭스가 디즈니를 이기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디즈니는 이미 NBCUniversal을 소유한 Comcast와의 협력을 통해 Hulu라는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갖고 있고 이후 ESPN, Disney+를 Hulu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돌아와서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컨텐트 사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잠시 생각해보자. 두 기업 모두 컨텐트를 제작하거나 구매하여 상품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잘 이해하고 있는 사업의 형태이고 우리는 이를 “서비스”라고 부른다. 즉 컨텐트 서비스 사업자인 것이다. 좋은 컨텐트가 만들어지면 서비스는 경쟁력을 갖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밀리게 된다. 우리는 이를 단면시장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 시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시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와 플랫폼을 혼동하여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플랫폼이라는 단어가 갖는 모호성 때문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갖는 특징은 명확하고 그 특징으로 인해 사업의 안정성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플랫폼은 과연 무엇인가? 동일한 컨텐트 영역에서 플랫폼이란 칭호가 적합한 곳은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이다. 유튜브는 자신이 컨텐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컨텐트 제작자들이 참여하여 수많은 컨텐트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자다. 유튜브의 기본은 생산자와 소비자 두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사업형태인 것이다. 플랫폼은 스스로가 경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를 동시에 지향하면서 환경을 만드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모델인 것이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예는 “시장”을 만들어 판매자와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시장 운영자이다. 유튜브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컨텐트 시장의 운영자이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이 성립되고 나면 엄청난 안정성을 갖는다. 사업이 안정적이라는 것은 모든 사업가가 바라는 일이고 모든 투자자가 좋아하는 일이다. 그 이유로 모든 "성립된" 플랫폼 기업은 아주 높은 기업가치를 갖는다. 아래 그림을 보면 그 크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즉 유튜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UGC(User Generated Content)를 위한 환경을 제공함으로 이미 컨텐트를 만들고 소비함에 있어서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올라선 것이고 그 대상 컨텐트는 UGC를 넘어 고품질의 프로페셔널 컨텐트로 확대되고 있다. 매일 3천만명이 방문하고 5억개의 컨텐트가 소비되는 유튜브가 플랫폼인 이유는 양쪽의 시장에서 유튜브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화가 유튜브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계산해 보자… 강남스타일은 10억뷰를 기록했고 이를 통해 만들어진 광고수입은 7.8백만불 한화로 93억원이다(구글의 몫은 제한 후 돈이다). 계산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00억으로 잡고.. 10억뷰당 100억이 나온다는 의미이다(결국 1번의 뷰당 10원으로 계산하면 되다). 영화는 보통 120분이니 이를 12분 단위로 잘라서 10개로 만들면 영화 하나를 1억명이 보면 100억원의 매출이 나온다. 봉준호감독이 만든 영화가 무료로 유튜브에서 제공될 때 1억명이 볼까라는 가정이 성립하고 영화제작비가 100억이라면 이 가정은 성립한다.  영화라는 컨텐트가 몰입도가 중요하고 100억이라는 예산이 글로벌 기준으로는 큰 돈이 아니기에 영화가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핵심 컨텐트가 되는 데는 몇가지 허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튜브 성장 속도를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디즈니의 등장으로 넷플릭스가 긴장을 한다. 두 기업 모두 공급자이기에 보다 더 좋은 공급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해야 한다. 전통의 컨텐트 강자 HBO는 HBO Go라는 이름으로 역시 동일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애플이 이 시장을 들어오겠다는 발표는 이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주머니와 가장 많은 광팬을 가진 기업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플랫폼인 유튜브는 시장을 점령한 후 그 어떤 누구의 도전도 받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의 구성원인 공급자와 소비자로부터 인정을 받았고 그 인정이 누군가의 진입으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이라라는 영화를 보면 영생하는 신과 인간이 나온다. 서비스가 mortal한 인간이라면 플랫폼은 죽지 않는 immortal 인 것이다. 


플랫폼의 생각법은 이렇듯 플랫폼 기업들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너무도 많은 기업들이 플랫폼을 외치지만 진정한 플랫폼을 성립시킨 기업은 아주 소수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인 이유는 시장을 나눠서 가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눠가질 수 없는 이유는 역시 플랫폼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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