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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Feb 08. 2021

20분만에 배달되었습니다.

쿠팡이츠의 빠른 배달

쿠팡이츠로 배달음식을 시키고 난 후에 받은 스마트폰 메세지이다. 음식을 주문한 후 20분만에 음식이 도착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있을까? 심지어는 배달비도 일정 금액이 넘어가니 무료다. 그런데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무언가 걸리는게 있다. 어떻게 20분만에 배달이 가능했을까?


지난 글에서 우버의 시간당 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두 개의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 거의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23불과 9불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연구에서 기준이 되는 노동시간이 달랐기 때문이다. 한 연구는 실제 노동시간, 즉 손님을 태우기 위한 이동시간과 손님을 태우고 이동한 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본 반면에 한 연구는 앱을 킨 시간을 모두 노동시간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이미 직업이 있고 한가한 저녁시간에 용돈벌이를 위해 우버앱을 켰다면 전자의 노동시간이 맞고 내가 실업자이고 아침 9시에 앱을 키고 저녁 6시에 앱을 종료한다면 후자의 노동시간이 맞다. 이해를 위해 전자를 운행 노동시간으로 하고 후자를 참여 노동시간으로 하자. 우버의 경우 참여시간으로 계산하면 캘리포니아의 최저임금인 15불에 못 미친다는 결론에 이른다. 


문제는 우버를 호출하고 3분만에 차량이 도착하는 상황이다. 이는 쿠팡이츠로 주문을 하고 음식이 20분만에 도착한 경우와 거의 유사하다. 그 이야기는 내 주변에 우버 앱을 키고 손님을 기다리는 기사가 많다는 의미이고 이를 쿠팡이츠에 대입하면 식당 근처에 배달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배달요원이 많다는 뜻이다. 또한 이 말은 쿠팡이츠에 참여하고 있는 배달 노동자들의 참여시간 대비 운행시간이 적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대기시간이 많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대기 시간은 왜 생기는 것일까? 경제학적으로는 당연히 배달 수요대비 공급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배달을 위해 대기하는 것은 플랫폼 경제에서는 자유의지에 의한 참여이니 이를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경기와 코로나와 같은 재난은 수많은 사람들을 추운 날씨에 식당 앞에 모이게 만들고 있다. 


음식 배달시간이 얼마가 적절할 것인가는 플랫폼 사업자가 결정하기도 하지만 사회가 결정한다. 20분만에 조리된 음식이 내 손에 배달된다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오더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절박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은 이 시간을 두고 경쟁을 하고 있다. 배민도 속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뉴욕시는 2018년에 우버 기사숫자를 제한했다. 너무 기사가 많아지면 시간당 소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급을 제한다면 공급자들의 소득은 올라간다. 비록 차량을 기다리는 시간은 조금 늘어날지라도 말이다. 이러한 공급자 숫자의 제한이 쿠팡이츠에도 적용이 될지는 의문이다. 


빠른 배송은 분명히 좋은 서비스이다. 압력밥솥의 쾌속 모드도 20분이 필요하다. 우리가 40분을 아니 한시간을 기다릴 수 있으면 배달하시는 분들의 소득은 조금 더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운행  노동시간이 아닌 여 노동시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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