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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Feb 23. 2021

토스 다큐멘터리를 보고

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


토스의 웰컴 드링크, 새로운 직원이 입사했을 때 주는 고급(?) 드링크이다. 예쁘고 맛이 있어서 완드링크했다. 

배달의 민족으로 성공을 거둔 김봉진 대표가 자신의 재산의 반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 사건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무엇보다 훌륭한 결정인데 그 해석이 분분이다.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와서 나름의 이야기를 전했다.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한 가지는 물려받은 "부"가 아니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재벌들은 자신의 노력이 아닌 선대의 노력을 상속받으면서 사회적 책임을 개인이 아닌 회사에게 부담시켰다. 


김봉진 대표나 카카오의 김범수 대표의 결정은 이제 한국에도 다른 종류의 경제리더의 탄생을 알리는 것이라 기쁘다. 아니 이런 해석이어야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많은 신경제리더들이 그 뒤를 따랐으면 한다. 혹자는 이제는 모든 돈 번 사람들에게 이러한 행위를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맞다. 사회는 요구해야 하고 리더들은 이에 반응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리더는 리더로서 존경받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제껏 한국의 경제 리더들은 사회적 책임을 거부해왔다. 단지 자기 자식과 자신 주변 사람들의 치부만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면서 존경이라는 단어를 강요했다. 전형적인 천민자본주의였다. 여기에 김봉진 대표는 수준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였다. 그의 선택에 찬사를 넘어 존경을 보낸다. 


지난주 토스의 시사회를 다녀왔다. 시사회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김봉진 대표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토스도 그렇게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현재 기업가치 2조가 넘는 기업이다. 물론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우아한 형제들의 성공과 같이 토스도 크게 성공하고 이어서 역시 신경제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숙제를 하자면, 토스가 만들어 놓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양면적이었다. 하나는 멋지다는 생각이었고 또 하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을까의 우려였다. 


멋지다는 평가는 이번 주말에 읽은 넷플릭스의 No Rule Rules라는 책에서 느끼는 그런 부러움이었다. 많은 회사를 다녔고 큰 조직도 운영해 보았지만 이런 조직문화를 가져보지 못한 과거의 사람으로서 갖게 되는 그런 부러움이었다. 치열함, 자유로움, 열정 그런 단어들 속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말이다. 나름 그렇지 않은 조직에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왔던 사람으로서  조직의 많은 부분이 저런 에너지로 채워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뭉클 들었다. 조금 더 기존에 한국을 망쳐왔던 유교적 관념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그런 에너지가 너무 좋게 보였다. 꼰대가 없는 회사만큼 좋은 곳은 없다는 생각에도 동의한다. 


물론 이쯤에서 들었던 뒤로 처지는 사람, 그만큼 열정이 없는 사람, 개인적 사정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도록 하겠다. 이 모든 것을 고민하면서 토스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두 번째 앞으로 더 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정확히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이다. 플랫폼을 강의하면서 토스를 금융 플랫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이야기한다. 알리바바의 앤트 그룹이 알리페이로 시작해서 금융 중개업으로 확장했듯이 토스는 송금이라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금융중개라는 전형적인 플랫폼으로의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토스가 가진 공급자 사이드의 결핍에 있다. 물론 신용조회와 같은 서비스에서의 공급자들과의 협업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신용조회를 우리는 금융이라 이야기하지 않는다. 참고로 앤트 그룹은 신용조회를 자신의 서비스(쯔마 신용)로 제공하고 있다. 즉 플랫폼의 고유 기능인 금융중개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의 도구로 제공하고 있다. 토스가 플랫폼으로 성립되기 바라는 것은 토스에서 다양한 대출, 투자, 보험 등의 금융상품이 넘쳐나는 그런  모습을 기대한다는 뜻이다. 


공급자 사이드의 결핍은 금융상품을 갖고 있는 공급자들 즉 전통 금융회사들이 토스라는 1800만 명의 사용자가 몰려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협업하면서 해결되야한다. 중국의 앤트 그룹이 80개의 은행 100개의 투자회사와 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알리페이가 강력해서도 있지만 무언가 다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공급자를 아군으로 만드는 것은 플랫폼이 성립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언젠가 대형은행 임원들과 대화를 할 일이 있었다. 토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답변은 없었다. 카카오 뱅크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토스는 그냥 관심의 대상은 아니었다. 토스가 한걸음 더 나아가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는 것은 공급자를 확보하는 것이고 그 대상은 기존의 금융그룹이 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지주 회사가 10개나 있으니 그 누구라도 토스와의 협력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올리고 싶은 회사가 있을 테니 말이다. 


필자가 일을 했던 플랫폼 아닌 플랫폼으로 네이트온이 있었다. 토스에 맞먹는 2000천만 명이 사용했다. 모바일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세상에서 거의 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네이트온은 플랫폼이 되지 못했다. 네이트온을 사업 플랫폼이 아닌 기술 서비스로 생각했기에 플랫폼을 향한 노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공급자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사고 자체가 없었다. 아무리 수천만의 소비자, 사용자를 확보했어도 공급자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없다면 플랫폼으로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토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존의 금융권을 나의 아군, 아니 친구로 만드는 노력을 하라는 것이다. 필자는 인문계(젊은 친구들은 모르는 단어일 듯) 고등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했다. 언젠가 고등학교 야구게임에 응원을 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응원을 경험했다. 상대가 실업계 고등학교의 야구팀이었고 응원의 구호는 "우리는 인문계, 너희는 실업계"였다. 스포츠를 하면서 고등학교의 등급을 운운했던 것이다. 상대방의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해서 그들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선수가 되었건 응원단이 되었건 엄청난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어쩌면 토스도 ㅈ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편 가르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능력 있는 자가 이끌고 간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다. 김봉진 대표가 우리나라 경제계의 대표적인 리더로 자리잡기를 바라듯이 토스도 성공해서 그 길을 따라가기 바란다. 그러려면 옆에 있는 동료를 너무 무시하면 안 된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었지만 결국 디즈니를 HBO를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적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는 디즈니의 선택이었지 넷플릭스가 자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의 대가는 경쟁을 불렀다. 


넷플릭스는 정확한 의미에서 플랫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거의 모든 영화감독들이 넷플릭스를 플랫폼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힘이 강해졌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디즈니 플러스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지금 넷플릭스의 경쟁자는 모바일 게임이다라는 언급으로 디즈니를 적이 아닌 아군으로 에둘러 이야기했다. 지금이라도 같이 산업을 만들자는 시그널링이다. 


토스의 다큐멘터리는 젊은 MZ세대들에게 새로운 조직문화와 일터에 대한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아니 곧 과거가 돼버릴 수 있는 금융산업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한번 토스가 크게 성공해서 또 하나의 한국의 경제리더로 자리잡기를 바란다. 


본 글은 토스로부터 다큐 시사회 참석 등을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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