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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 교수 Sep 05. 2019

한국 유선방송은 안전한가?

외산 OTT가 몰려온다(넷플릭스, 디즈니+, 그리고 애플티비+)


2018년말 기준으로 한국에서 코드, 즉 방송을 보기 위해 “유선방송(코드)”을 돈을 지불하며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의 숫자(단말장치 수)는 3,249만명이다. 전체 인구수가 5,170만 수준임을 감안하면 인당 보급율은 63%에 육박한다. 그리고 그 코드는 아직도 조금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미국처럼 코드커팅이 진행 있다고 보기에는 컨텐트를 보기 위한 코드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증가율이 감소하여 2020년 2%대까지 하락하리라는 예상은 사실로 보이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고 성장세의 감소는 인구대비 63%라는 포화점에 이르렀기 때문이라 해석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코드커팅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코드컷팅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의 등장으로 유선방송 가입자의 숫자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들은 인터넷만 연결되면 추가의 장비없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컨텐트를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컨텐트 소비에 있어 코드커팅은 아직은 일상적인 현상은 아니다. 코드커팅 비율이 11%에 이르는 미국의 경우 케이블시청을 위한 월 사용료가 50~80불이라는 현실과 충분히 볼만한 OTT인 넷플릭스의 등장이 코드커팅시대를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로컬 컨텐트(한국어 컨텐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한국의 통신사업자 중심의 경쟁구도, 그리고 결정적으로 낮은 가격이 코드커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물론 코드커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거의 비슷하다. 스마트TV를 포함하여 다양한 방법이 한국에도 존재한다.


코드커팅의 개념을 모바일이 유선을 대체한다는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면 광대역망을 필요로 하는 컨텐트 소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비스들 예를 들어 검색, 미디어, SNS, 구매 등의 서비스는 이런 이유로 모바일로 이미 전환되었다. 물론 유튜브와 같이 짧고 집중을 요하지 않는 컨텐트의 소비도 이미 모바일로 그 중심은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분명코 위치에 상관없이 모바일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은 편리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와 같이 전통적 의미에서의 컨텐트 영역에서는 아직 모바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모바일의 스크린이 아무리 커진다 하더라도 몰입을 요한 컨텐트의 매체가 되기에는 아직은 부족하다. 물론 모바일을 TV로 싱크하는 방법이 있지만 충분한 수준의 품질이 제공되지 못한다.  


즉 코드커팅은 무선으로 컨텐트 소비가 이동하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한시간, 영화의 경우 두시간 가까이 집중을 필요하는 컨텐트의 소비습관은 최소 텔레비전이라는 기기를 떠나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디즈니의 겨울왕국2가 극장에서 출시되어지면 우리는 극장으로 달려간다. 전편의 인기를 바탕으로 또 다시 천만명의 관객을 만들어낼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수많은 사람들이 500인치라는 거대한 화면과 집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이 컨텐트를 즐기려 할 것이다. 이 이유가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쳤다면 그 다음 기회는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나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40~50인치의 화면과 비교적 우수한 음질의 스피커로 영화를 보는 선택이 있을 것이고 또 하나는 모바일의 작은 화면 5~7인치로 혼자 즐기는 방법일 것이다. 정리해보면 음악과 음향에 대한 고려를 제외하더라도 극장, TV, 모바일은 500, 50, 5 라는 스크린의 크기로 비교될 수 있다. 단순히 이동성과 편리성만을 고려하기에는 10배 단위의 화면 크기의 하락은 충분히 커 보인다. 


넷플릭스의 한국살이

여기서 한국시장에서 코드커팅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에서 넷플릭스를 보기 위해서는 3가지 방법이 있고 이 역시 코드를 쓰는 방법과 코드를 쓰지 않는 방법이 있다. 먼저 코드를 쓰는 방법은 엘지U+의 IPTV를 가입하고 추가로 넷플릭스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엘지U+를 통해서는 한국의 지상파방송 3사가 제공하는 컨텐트와 케이블 PP들이 제공하는 컨텐트를 소비하고 여기에 추가적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방식이다. 케이블 사업자중에서는 딜라이브가 넷플릭스와 제휴하고 있어 딜라이브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에서는 딜라이브+넷플릭스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즉 넷플릭스를 제대로 보기 위한 방법으로 코드커팅이 아니라 코드를 유지하는 방법들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 방법으로 넷플릭스를 가입하면 모바일이나 PC 화면으로 보는 것은 무료로 제공된다. 즉 코드커팅으로 넷플릭스를 보는 것과 코드를 구매해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비용이 동일하다. 



그렇다면 왜 넷플릭스는 코드커팅이 아닌 코드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서비스를 고집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은 50인치 TV에서 IPTV나 케이블방송이 제공하는 셋톱박스 없이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사용해야 할 망사업자(결국 코드를 제공하는 사업자)와의 망 사용 대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겠지만 아직은 망사업자의 도움(셋톱박스의 도움)없이 충분히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OTT(Over the Top, 셋톱박스 없이 영상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넷플릭스, 티빙, 옥수수등) 사업자들은 셋톱박스없이 TV에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유선방송시장 경쟁의 변화

게다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에서의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의 태도변화(긍정적 방향으로의)은 사업자의 대형화를 가능케 하고 있다. 먼저 엘지U+와 CJ헬로의 합병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고 이에 대항하는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도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남은 딜라이브를 KT진영인 스카이라이프가 가져간다면 유선방송 영역은 진정한 삼국지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KT진영이 31%(딜라이브를 인수하면 37%), SK진영이 23.8%, 그리고 LG진영이 24.5%를 차지할 것이다. 물론 남아있는 20%의 시장을 두고 지속적인 인수합병이 이뤄질 것이나 케이블 방송의 지역독점에 따른 가격 프리미엄 등을 감안할 때 그다지 격렬한 경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재편이 통신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이후 서비스의 개편이 IPTV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미래의 경쟁은 OTT와 유선삼국간의 컨텐트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한가지 집중해야 하는 것이 VOD 서비스를 바라보는 IPTV와 케이블 방송간의 차이이다.  유선삼국이 제공하고 있는 IPTV는 셋톱박스를 통해 제공하지만 서비스 제공에 있어 그 본질은 OTT와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방송이 망의 속성상 VOD 사업에 집중할 수 없었던 반면에 IPTV 사업자들은 컨텐트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이미 다양한 채널 VOD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케이블방송사들의 VOD 매출비중은 2016년말 기준 18.8%에 불과한 반면에 IPTV의 VOD 매출 비중은 31.8%에 육박하고 있다. 엘지가 넷플릭스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국 유선방송 시장에서 사업자들의 대형화는 수익개선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3사가 모두 수익을 창출하면서 경쟁하는 시장으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유선방송의 결합판매는 유선방송의 가격을 지금 수준에 머무르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OTT 즉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티비 플러스와 한국의 IPTV 삼국과의 경쟁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유선삼국이 거의 동일한 컨텐트로 영업경쟁을 해온 것과는 달리 해외 OTT 삼인방의 등장은 시장의 경쟁양상을 약간은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해외 OTT 삼인방의 한국진출은 코드커팅이 아닌 코드와의 협업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유선삼국간의 경쟁은 해외 OTT 삼국의 등장으로 컨텐트 경쟁으로 이동할 것이고 그 결과 지금 넷플릭스와 엘지간의 결합처럼 유선삼국과 해외OTT 삼국간의 합종연횡이 경쟁의 주된 소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OTT들의 목적은 국내의 CJ처럼 유선삼국 모두의 코드위에 올라가는 것이기에 궁극적인 모습은 유선삼국의 코드 위에 모든 OTT들이 채널형태로 올라가는 모양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동안은 독점 컨텐트 제공이라는 유선방송 시장의 마케팅 슬로건을 보게 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시청자들은 유선방송 위에 글로벌 컨텐트 세트를 추가적으로 구매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국산 OTT의 미래

그렇다면 한국에 존재하는 국산 OTT 사업자인 왓차, 웨이브(푹수수), 그리고 티빙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국산 OTT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컨텐트가 이미 IPTV에 존재하므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먼저 가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상파 3사의 배제이다.  지상파 3사가 푹수수를 통해 SKT 진영에 합류했지만 지상파가 자신의 컨텐트를 푹수수에만 제공한다는 가정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마도 둘의 통합에 대한 방통위의 전제조건도 그를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오리지널 컨텐트의 제작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지상파3사의 캐스팅 보트는 없는 것으로 가정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유일하게 오리지널 컨텐트를 보유하고 제작능력을 가진 CJ의 경우만이 오리지널 컨텐트를 가진 OTT로 인정해야 할 듯하다. 즉 국내 OTT 중에서 제작능력을 가진 CJ만이 선택지를 갖는다고 보인다.  이 가정하에 해외, 국산 OTT의 앞으로의 행보와 미래를 간단히 살펴보자 


넷플릭스

먼저 넷플릭스는 아무래도 구관인 엘지와 현재의 공조를 지속하지 않을까 한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미 100만에 가까운 한국 가입자를 엘지가 모아준 것을 볼 때 두 사업자의 공조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넷플릭스가 SK나 KT로 확장하는 옵션과 엘지 독점이라는 현재의 선택 사이에서 저울질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디즈니로서 가장 무난한 선택은 아무 와도 제휴하지 않고 그냥 OTT로 제공하는 것이다. 방송삼국과 제휴를 위해 필요한 개발비용 등을 감안할 때 일단 디즈니 컨텐트 만으로 OTT 제공이 가장 손쉬운 시나리오로 보인다. 이후 방송삼국 중 누군가의 디즈니를 대상으로 한 구애가 있을지는 고민해볼 일이지만 엘지가 아닌 SK나 KT 입장에서는 차별화 요소로 디즈니를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

애플에게 있어서 APPLE TV의 존재는 넷플릭스나 디즈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가능케 한다. 아직 APPLE TV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론칭하지 않았지만 최근 애플의 아이튠즈 은퇴 보도와 APPLE TV플러스의 11월 출시는 APPLE TV의 공식출시를 예상케 하고 있다. 즉 애플은 넷플릭스나 디즈니가 갖지 못하고 있는 APPLE TV라는 셋톱박스를 갖고 있는 것이다. APPLE TV에는 이미 훌루, 넷플릭스, HBO Now와 같은 스트리밍 채널이 서비스되고 있기에 애플은 APPLE TV를 출시하고 그 위에서 APPLE TV 플러스를 론칭할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셋톱박스 대행을 APPLE TV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가격이 120불에 육박하니 만만한 수준이 아니지만 아마도 애플빠에게는 선택가능한 옵션으로 보인다. 애플 역시 그냥 OTT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레 APPLE TV와 APPLE TV APP을 통한 시청을 유지하지 않을까 한다. 


APPLE TV 초기 화면: 훌루, 넷플릭스, HBO등의 Apple TV 채널들이 보인다


티빙

가장 어려운 선택을 가진 사업자이다. CJ입장에서 컨텐트를 제작하고 있기에 유선방송이라는 윈도우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즉 IPTV에 CJ 컨텐트는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다. 물론 티빙이라는 OTT의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VOD 형태의 컨텐트 제공은 중단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디즈니가 넷플릭스에게 자신의 컨텐트 제공을 중단하면서 포기한 수천억원까지는 아니더라도 CJ가 방송삼국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상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행이 티빙도 CJ EnM 소속이지만 제작본부의 희생으로 티빙을 키우려는 선택은 매우 아픈 선택으로 보인다. 어마어마한 제작비용을 투입하는 해외 OTT와 경쟁하기에는 해외컨텐트가 부재하고 유일한 오리지널을 포기하자니 당장의 수익이 아까운 아주 오묘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은 티빙을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집착이 강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자신만의 컨텐트로 해외파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웨이브(푹수수)

국뽕 OTT로 자리를 잡고 지상파의 컨텐트가 해외파에게 공급되지 않는다면 국내 시장을 유선삼국과 함께 지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아직은 지상파3사의 드라마와 예능이 많은 시청시간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푹수수의 운명도 티빙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일단 자체 제작능력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고 쓸 수 있는 돈도 제한적일 것이다. 심지어는 티빙과의 경쟁에서도 큰 장점이 없어 보인다. 유일한 방향이 있다면 아시아시장을 대상으로 아시안 넷플릭스로 자리잡는 길이 있지 않을까?


왓차

경쟁이 시작되면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 보일 듯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유료방송시장은 IPTV 삼국지가 비교적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삼국지 경쟁에 외산 OTT들은 나름의 경쟁요소로 작용할 것이기에 유선방송 삼국과 외산 OTT간의 밀회는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국산 OTT들의 영향력은 CJ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브(푹수수)와 왓차가 진짜 컨텐트 제작자 대열에 합류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참조: 한국 유료방송 가입자수 2018년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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