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영상화 비용이 너무 높아...
작년 상반기 영국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환자실에서 퇴원하던 시점에 이미 확진자가 9만 명 ·사망자 1만 명이 넘어가면서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한 극장 봉쇄 조치를 조금씩 연장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과 달리 영국의 공연장들이 비교적 오래되어 바(bar), 좁은 로비 공간, 화장실 등 부대시설들의 부족으로 한국에서 취하고 있었던 공연장 안전 예방조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에 영국 공연계 인사들과 언론에서 한국을 거론하며 부러움을 표현한 바 있었다. 이렇게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하자 많은 프로듀서들과 극단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작품을 온라인으로 소개하는데 앞장서게 된다.
실제 영국 의회 내 문화 관광 상임위(Digital, Culture, Media and Sport Committee)가 요청해 문체부(DCMS)가 발표한 <Covid-19의 공연 문화계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따르면 이 무렵 첫 12주 동안 영국 전국의 약 15,000편의 공연 작품이 취소되었고 매표 수익 £303백만 파운드(한화 약 4,850억)의 손해가 발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따라서 공연계는 비교적 디지털 공연 분야를 내실 있게 준비해왔던 런던 국립극장을 선두로 전통적인 무대 공연 제작 방식에서 즉각적인 디지털 콘텐츠로의 태세 전환이 이루어졌고 그 방식은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분주한 움직임은 팬데믹으로 활동이 중단된 예술가들에게 수입원이 될 수 있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공연계의 몸부림이었고 위기 속에서도 공생을 배웠다는 교훈을 찾게 되었다. 그러면서 닫혀있었던 극장을 두고 어떤 이는 ‘연극계는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긴 겨울잠에 들었다’고 시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최근 켄트 대학의 리처드 미섹(Richard Misek) 교수팀이 이끈 예술과 인문학 연구 협회(Arts and Humanities Research Council)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있었던 디지털 작업으로부터 빠르게 벗어나는 ‘탈 디지털화’의 움직임이 보고되고 있다.
리처드 교수팀은 224개의 영국 극장들과, 예술 위원회(ACE) 또는 다른 외부의 동등한 단체로부터 공공 기금을 받은 제작사들을 조사했는데, 대유행 초기엔 이들 중 126개(극장과 단체의 합계)가 적어도 한 편의 디지털 공연을 제작하고 실제 프로그래밍했으나 올 가을 시즌엔 그 수가 단지 60개 조직으로 줄어들었다. 이전에 온라인 작업에 참여했던 126개 조직에서 변화를 살펴보면 56%가 이번 가을부터는 디지털 제작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점을 염두하고 영국 전역에서 공연 제작 여건을 갖춘 약 40여 개 공연장 스텝들과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공연의 디지털화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과 더불어 거리 두기도 없어진 지금의 환경에서 더 이상 디지털에 투자할 경제적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를 찾아냈다.
영국에서 보인 공연의 디지털화는 자금이나 여러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 있던 대형 공연장에 비교적 유리했기에 중소형 공연장 측은 새로운 디지털 프로젝트에 쏟을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했고, 그래서 이제 다시 관객들 앞에 서서 라이브로 공연하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런던과 뉴욕에서 문화 창조 산업 내 트렌드를 조사하는 <AEA 컨설팅>에서 2016년 영국 정부의 의뢰로 ‘극장에서 디지털 콘텐츠 개발이 관객, 제작 및 유통에 미치는 영향력 이해(Understanding the Impact of Digital Developments in Theatre on Audiences, Production and Distribution)’라는 연구 조사에서 말하고 있는 결과에 상당히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연구는 공연과 관련해 영국 정부의 정책과 지원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세 기관인 예술 위원회(ACE), 영국 극장 협회(UK Theatre), 런던 극장 협회(SOLT)가 동시에 의뢰하고 그동안 발표된 논문과 표적 집단 조사, 인터뷰, 스트리밍 공연을 관람한 관객 조사, 각 극장별 케이스 스터디 등 폭넓게 진행되었다. 당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지난 18개월을 돌아보면 ‘공연을 영상화하는 것은 절대로 공연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다만 Covid-19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에 영국의 공연 산업을 빠르게 회복시키는데 그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 할 수 있는데, 최근 탈 디지털화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듯 보인다.
공연장 내 거리 두기도 없어진 지금 영국은 디지털에 투자할 동기나 영상화의 명확성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리처드 교수팀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지난 1년 반 동안 스트리밍 공연이 널리 퍼지면서 나타났던 순기능에 주목한다. “이러한 돌발적인 공연계의 태세 전환(직접 무대에서만 공연하는 것)이 바람직한 움직임인가?”라는 물음이다. 장애를 가진 관객이나, 취약 계층, 노인층,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보호자, 야간 근무자, 극장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 너무 먼 지역에 있어 시간적 물리적으로 공연장으로 제때 다가갈 수 없는 잠재적인 관객들은 어떡하나?라고 이 연구는 묻고 있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대규모 조직과 비교적 자금이 여유 있는 공연장이나 제작사와 중소 규모의 극단들 사이에 “디지털 격차”가 있다고 덧 붙였다. 그러면서 규모와 상관없이 모든 극단들이 디지털 전문 지식을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현재의 디지털 격차는 더 커지면서 관객들 계층에서 “디지털 소외”가 나타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리처드 교수팀의 이번 연구에서 주목하고 싶은 점은 지난 18개월간 영국과 세계는 공연의 영상화 (큰 범주에서 디지털화)를 관객의 입장에서 경험했고, 수많은 예술 단체들이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프로그래밍을 실험해 왔다는 것이다. 펜데믹 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보였던 공연의 디지털화를 공연 시장의 발전 또는 진보라고 바라보는 관점이 있을 수 있다면 발전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의 끊임없는 투자와 예술 단체들의 창작 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경고한 점이다. 1년 이상 진행된 이번 연구는 강화된 디지털 활동이 공연 예술에 대한 접근을 개선하는 방법과 이것이 미래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빠르게 탐구하게 된 계기가 되었음은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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