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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Jan 18. 2022

극장에 가면 비로소 내가 장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You’re not disabled; theatre disables U!

실제로 신체에 다소 장애가 있는 현대인들은 자기가 활동하는 반경에서는 마치 아무 일 없듯이 일상이 가능해 불편함을 잊고 살아간단다. 하지만 이들이 공연을 보려고 극장으로 나서는 순간 상황은 다르게 전개된다. 극장이 나의 장애를 상기시켜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그래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런던에서 공연장을 다니다 보면 우리의 극장 환경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접하게 되는데 바로 다양한 관객들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 표식이 그것이다. 아마도 많은 경우 문화 예술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우리의 감각 기관에 의존하다 보니 외부 신체 기능에 장애를 가진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공연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잊히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 1년간 문화·예술 행사를 1회 이상 관람한 비율은 영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2% 대를 넘지 못하였으며 가장 비율이 높은 영화 관람도 23.1%에 불과하며, 지난 1년 동안 어떤 문화 예술 행사이든 관람한 경험이 없는 장애인의 비율이 74.2%(약 2/3)로 나타났다. 공연을 포함한 문화 예술 관람 회수에서 79.3%의 시, 청각장애인 1년에 한 번도 관람하지 않는다는 조사가 있기도 했는데 이러한 실태 조사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공연을 만들고 상연하면서 여전히 이들을 알게 모르게 소외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 휠체어를 이끌고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란 또 중간 휴식 시간에 화장실을 다녀온다거나, 간단한 음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이들에게 얼마나 쉬운 일일까 하는 점은 고민해 볼만하다. 그런데 장애를 가진 관객들이 편히 관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과연 극장이라는 물리적 접근의 편의성만 고민하고 해결되면 되는 것인지… 이 번호엔 너무 익숙해서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이곳 런던 극장가에서의 일반화된 공연 서비스를 잠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약 40년 가까이 진행 중인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 같은 대형 상업 뮤지컬 공연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지원을 받고 있는 국립극장[NT] 및 대부분의 공공 극장 프로그램북을 보면 매 시즌 공연마다 특정 날짜에 독특한 표식[아래 네 가지 이미지 설명 참조]들이 함께 하는데 너무 흔한 모습이라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영국 국립극장 프랑켄슈타인 공연 중 자막 서비스의 예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지 잘 모르겠지만 이곳 런던에서 장애를 가진 관객들은 문화·예술 행사 관람을 하고자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 ‘비용 부담’ 이 아니라 ‘교통의 불편’ 그리고 ‘관련 정보의 부족’으로 진단된다. 그래서인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공연에 이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런던 지하철 공사[TfL]나 스테이지 텍스트[Stagetext-자막 서비스], 시어터 싸인[Theatresign-수화 서비스] 같은 회사들과 연계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기 시작했고 런던 극장 협회[SOLT]는 “액세스 런던 시어터[Access London Theatre]”라는 이름으로 이들 공연 정보들을 모두 모아 일 년에 세 차례 책과 CD 등 원하는 방식으로 제작해 필요한 관객층에게 무료로 전달하고 있었다. 


[사진 1- ILOVESTAGE 제공]

참고로 팬데믹 발생 전인 2019년 9월-12월 공연을 모두 포함한 그해 시즌 책자엔 런던에서만 200개 공연[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뮤지컬과 신작 연극까지 포함]의 날짜와 가격정보를 색깔별로 나누어 담고 있으며, 참여하는 극장을 알파벳 순으로 나열하여 서비스 담당자의 연락처까지 제공하고 있어 동반하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극장으로부터 협조를 받기에 최적화되어있다. 


            하지만 정책이라는 것이 언제나 현실과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곳 런던의 극장 대부분은 비교적 시설이 노후되고 또 공연사적으로 보존할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 편의를 위한 보수가 마음만큼 쉽지 않다. 실제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판매되는 모든 공연 티켓엔 정가 외에 예약비, 그리고 추가되는 독특한 항목이 있는데 바로 1 ~ 1.5파운드가량의 극장 보수비용[Restoration Levy]이 그것이다. 누구도 예외 없이 티켓을 구매할 경우 부과되는 일종의 세금 같은 것인데 일반 관객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징수를 한 것이다. 이렇게 모이는 막대한 돈으로 오래된 극장을 보수하는 데 사용되나 문화유산이라는 틀에 갇혀 내부의 모습을 유지한 채 최소한의 공사만을 허락하고 있어 여전히 장애를 가진 관객들에게 “극장이 나의 장애를 상기시켜 불편하게 한다는 말”은 유효하다. 오래전에 담론이 형성되어 이를 헤쳐 나가려는 노력이 있으나 언제나 부족한 셈이다. 

런던 웨스트엔드 뮤지컬 라이온 킹 글 자위 작은 사이즈로 1.25파운드의 추가 극장 보수 비용이 표기되어있다.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5년 주기로 계획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국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에서 제4

차 계획의 비전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더불어 행복한 사회’이다.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문화·여가생활은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삶의 질 향상, 행복한 삶에 문화여가 생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 기인한다. 

장애인의 외출은 통근, 통학, 또는 병원 진료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공연계의 외면이 그들로 하여금 외출을 하지 않도록 하는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연극·뮤지컬 등 문화행사 관람 시 자유롭게 극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보장되어야 하지만 이제 우리도 물리적 접근의 편의성만 강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그 이외의 실질적인 공연의 향유라는 범위로 확대해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 하여 우리 모두가 갑자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편의 시설 부족, 높은 가격, 그리고 이들을 관객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홍보를 하지 않으니 거기에 따른 관련 정보 부족,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보조를 맞추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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