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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Jan 17. 2022

GPT3-인공지능(AI)으로 드라마 쓰기

누구나 다 드라마 작가가 될 수 있나? [실제 체험기]

영화배우인 톰 행크스에게 연예 기자가 팬이라고 밝히면서 “당신이 지금까지 한 연기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인생이 얼마나 짧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데 이건 우울한 일이지만 대신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하는 일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을 하자면 내가 바로 다음에 할 역할입니다” 는 답을 내놓았다. 뻔하고 지루한 답변으로 매우 톰 행크스다운 응답으로 여기게 하는 이 인터뷰는 기자가 아닌 인공지능이 알아서 쓴 것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진짜 그 사람이 한 말 같이 정리해 놓아 천연덕스럽기까지 하다.  

         “인공지능이 상식을 갖추기 시작한다. GPT3 등장으로 인공지능은  다른  변혁의 길목에 들어섰다.” 국내 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작년 초에 소개되어 정말 하루가 다르게 지금까지도 매일 화제가 되고 있는 ‘GPT3’ 우리 공연 예술인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궁금해진다.  IT분야라고 그냥 관심 없이 지나치기엔 우리 공연 예술인에게도 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식 포스터 @theaitre.com

무료로 풀기로 했다가 갑자기 상용으로 판매가 가능하게 변경한 이것으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데 작년부터 지금까지 개발자들이 끓어올랐던 이유는 자신들이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GPT3에게 시켜보고 잘하면 빨리 다른 일을 찾아보라는 조금 우스운 공포심의 발로였다. 이제 공연 평론가와 인공지능이 작성한 평론을 동시에 놓고 보면 약 52% 정도만 맞출 수 있다. 확률 분야에서 50%대는 그냥 알 수 없다는 말과 동일시된다.  


         지금 GPT3를 검색하면 온갖 종류의 일들을 테스트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 공개할 당시 필자는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코드를 신청했고(신청 당시 뭐하는 사람인지, 이것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를 묻는다.) 운 좋게도 인공지능으로 스토리 텔링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다. 어려운 ‘코딩’을 말로 하기만 하면 간단한 모바일 앱을 만들어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었고 세계 각지에서 GPT3 활용 프로젝트 성과 공유가 잇따라 거기서 이야기를 작성해주는 방에 접속한 후 희곡의 인물을 설정하고 쓰고자 하는 이야기의 줄거리 또는 방향성을 대략 4-5줄(아직까지는 영어로만 가능) 입력하면 나머지를 GPT3이 대신 완성해 써주는 방식이었다. 한 번에 결말까지 다 작성해 주기보다 읽어가면서 계속 엔터를 눌러 다음 이야기로 원고지를 계속 늘여가는 일종의 “조건부 확률 예측 모델” 방법이었다.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완전히 삭제하고 다시 설정을 바꾸어가며 내용을 확인했고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는데 문득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AI가 한 번에 끝까지 다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과 인공지능으로 누구나 드라마를 쓰는 시대가 올까? 그땐 작가는 직업을 잃을 것인가? 저작권은 누구에게 주어질까?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생각했던 작품이 런던의 체코 센터(체코의 예술 문화, 건축, 과학 등을 영국과 파트너십을 맺고 알리는 체코 문화원)와 프라하의 스반다 극장(Švanda theatre)에 의해 공동 제작되었다. 사람이 로봇에 관한 연극을 하기보다 로봇이 인간에 대한 희곡을 쓰게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발생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한다. 2021년은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가 자신의 희곡(R.U.R)에서 ‘로봇’라는 단어를 처음 고안했고 지구인에게 알린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작품 <인공지능: 로봇이 희곡을 쓸 때, AI: When a Robot Writes a Play>은 ‘세상에 소개되는 첫 AI 희곡’이라고 언론에 보도했지만 2016년 런던 아트센터에서 컴퓨터가 쓴 뮤지컬 <Beyond the Fence>가 있어 적어도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필자가 모르는 그보다 더 빠른 시도가 있었을지도…)

이번 AI가 쓴 작품의 첫 스트리밍 서비스(지난 2월 26일)에서는 인공지능도 몰랐는지 아니면 면역이 없었는지 심한 버퍼링으로 온라인상 멈춤 현상이 반복되었다. 컴퓨터가 인간의 사랑과 외로움을 상상하며 그린 드라마는 단편적인 장면의 용접처럼 보였다. 등장인물 간 대화를 지속하는 방식은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플롯을 만들어내거나 여러 명의 인물이 한 번에 등장하는 장면에선 맥락을 읽어내기 어려운 대사가 나타나기도 해 베케트(Samuel Beckett)의 부조리 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결국 왜 그렇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해석을 남겼고, 특히 유머 감각이 형편없었는데 아마도 그 유머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에게 배웠음에 틀림없을 테니 적어도 인공지능의 책임은 아닌 듯하다. ㅡㅡ; 하지만 가끔 희곡에 나타나는 사랑, 삶과 죽음에 대한 대사들은 우리의 심리를 너무나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인간보다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기도 했다. 인간의 사랑에 관한 정서를 그린 이번 작품에 지나칠 정도로 ‘섹스(SEX)’에 집중되어 있음은 온라인상 만연하고 있는 포르노 그래피에서 끌어 쓴 게 아닌가 싶다.


         진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무조건 찬양하지는 않는다. AI가 간단한 기사를 작성하거나 줄거리를 정리하고 기존 성과를 분석하는 것은 기대 이상일지 모르겠으나 희곡처럼 복잡한 관계를 설정하고 미묘하게 풀어내는 드라마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입장이다. 아마도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상상력의 영역엔 인간이 기계보다 앞서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은 길이가 긴 구절이나 문맥에서 일관성을 잃거나 모순될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한 작품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희곡에서 여러 등장인물 사이에 대화가 길어질 경우 대사에 나오는 지시 대명사(그녀, 그것, 그)가 무엇을 지시하는지 문맥으로 찾아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엔 이런 약점마저도 추가 학습을 통해 해결되어 간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직 한국은 “K 뉴딜”이라는 예산으로 <디지털 땜> 만드는데 상당 부분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인공 지능용 학습 데이터” 가 많아야 대본도 쓰고 노래도 만들고 소설도 작성할 수 있으니 인간 세상을 그려낸 소위 ‘이야기만 들어있는 땜’을 먼저 짓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창작과 소비자 사이엔 갭(Gap) 없다. 누구나 쓴다는 얘기다. 창작 희곡의 개념이 바뀔 것이다. 클릭이나 말로 희곡을 쓸 수 도 있겠다. 1시간짜리 수많은 인스턴트 희곡 속에서 인기 있는 창작 한 편이 가장 주목받는 날이 멀지 않다. 현재의 희곡 작가는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까?


         영국 국립극장(NT)에서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연극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여성(생명체)을 또 하나 만들어 남성(생명체)에게 보여주는 장면에 이런 대사를 주고받는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여인을 만들어주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인가?

남성(생명체):             그렇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사랑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느끼는 것인데, 그렇다면 너도                        영혼이 있단 말인가?


영혼을 가질 수 있는 인공 지능이 있을까? 그렇다면 현대의 프랑켄슈타인은 개발자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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