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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OVESTAGE Jan 15. 2022

2022년 공연계 전망과 한국 공연의 해외 진출

더 이상 참고해야 할 서구 뮤지컬의 대상이 없어지는 순간이 왔다? 

2020 연말부터 시작된 백신 프로그램 도입 후 중증 환자의 수치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공연장의 주 관객인 노년(장년) 층 거의 모두가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마침내 영국 보리스 총리는 단계별 락다운을 해제하는 내용을 담화를 통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2021년 극장가는 올 5월 17일부터 공식적인 오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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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무엇보다 런던 극장가의 중추적 역할을 하던 소위 “인기 작품(banker productions)”들 -판텀, 레미, 위키드, 맘마미아, 라이온 킹, 마틸다- 등의 뮤지컬 공연들은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대극장 작품들은 영국 내뿐 아니라, 런던을 찾던 외부 관광객들의 대량 선 구매가 이루어진 것들로 5월 중순 조금씩 오픈한다 하더라도 국제 여행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다시 찾을 때 까지는 정상 복귀가 쉽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뉴욕의 브로드웨이도 크게 다르지 않죠. 하지만 코로나 제제와 거리 두기가 폐지되면 공연 시장은 다시 한번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에 당분간 웨스트엔드의 익숙한 작품들은 바로 복귀하기보다 영국 내 지방 투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선보이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물론 여기에도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구요, 팬데믹으로 가계 재정이 어려워 지방 투어에서 예전과 같은 성과가 있을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 기존 공연들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아마도 공연의 콘서트 버전 같은 이벤트 성, 스타 캐스팅, 독점 공연 등으로 어필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파이(Hiran Abeysekera)와 호랑이(Richard Parker) Photo by Johan Persson

영국 내 지방 관객들이 익숙한 작품을 찾는 반면 런던의 비교적 젊은 직장인 관객들은 이미 웨스트엔드에서 하고 있는 작품들을 봐왔기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선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흔하게 보이던 작품들이 조금씩 힘을 잃어가면서 신작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져 극장가의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공연 예술을 기다려온 런던 관객들과 젊은 프로듀서, 작가, 창작진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죠. 


우리 한국 작품의 해외 진출의 기회

         영미 공연장을 놀이동산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디즈니를 포함해 수십 년간 시장을 독점했던 공연 제작사들이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과거의 성공을 이어가는 작품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의 고갈, 신작의 실패로 기존 작품의 아시아 공연권, 투어링으로 전략이 바뀐 가운데, 독립 프로듀서의 작품들이 점점 주목받고 있죠. 올 한 해도 런던 극장가의 전반적인 티켓 매출은 떨어지겠지만 신작으로 활기를 띠고 프로듀서의 세대교체가 예상되는 것은 오랫동안 해외 진출을 모색해온 우리 공연예술계에선 분명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에 머물며 비교적 다양한 작품을 접하는 필자는 우리 한국의 콘텐츠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에도 유일하게 한국의 공연장만 오픈된 것을 두고 앤드류 로이드 웨버를 포함한 영국 공연 프로듀서들의 한국을 따라야 한다는 발언(기사)들을 접하면서 국가의 소프트파워가 상승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한국의 코로나 진단키트 70% 해외 시장 점유, 로이터, BBC, 월스트릿 저널 등 해외 매체의 연속적인 한국 보도와 영화 부문에  ‘미나리’, 넷플릭스 드라마의 관심 집중, 대중음악의 BTS까지 한국 문화의 세계적인 눈부신 활약으로 인해 문화 콘텐츠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제조업 분야에서 늘 언급되는 ‘성장 단계에서 성공한 제품을 복제하는 것은 그들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부분에서 장점이 되지만 그 이상으로 도약해야 할 땐 더 이상 참고해야 할 대상이 없어지는 순간’이 공연시장에서도 우리에게 다가온 듯합니다.  

         작년엔 국내 뮤지컬계는 해외 진출을 위한 표준 계약서 작업이 있었고, 이를 참고해 연극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듯 하지만 다른 문화 콘텐츠에 비해 우리 연극계는 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듯 보입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내 작품이 해외에 소개되면 좋다고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정보인 대본이(영문은 고사하고 한글 대본조차) 해외에선 잘 검색되지 않고 있으며 온라인으로 구매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아무리 작은 연극이라도 공연장에서 쉽게 대본을 구매할 수 있는 서구의 시스템과는 대조적이죠. 해당 공연 관계자에게 요청해도 대본의 외부 유출이 걱정되어 보내주지 않는 폐쇄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국내 극단이나 제작사의 외국어 홈페이지 전환율과 콘텐츠의 소개 면도 한글 페이지와 비교하면 완성도가 매우 낮습니다. 예산이나 인력의 문제라고 이해되나 그 많던 한국어 자료들이 외국어로 전환되면서 단 한 두 페이지로 축소되어 있는 것은 무척 아쉽습니다. 


         따라서 해외 마켓은 시장을 개척하는 상업적 진출이 아니라 여전히 국제 교류 수준에 머물러 있는 듯하고, 잘 만들어진 트레일러 영상과 더불어 번역되는 자막의 완성도 재고되어야 하는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생각됩니다. 왜 우리 공연이라고 안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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