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번째 주제
지금은 2022년 8월이다. 글쓰기 모임은 한창 진행 중이다. 처음 정해둔 룰대로, 매주 <글쓰기 좋은 주제642> 라는 책에서 끌리는 주제를 골라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주는 160번부터 174번 주제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했다. 근데 딱 끌리는 주제가 없었다. 가끔은 끌리는 주제가 너무 많아서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이 되는데, 이번 주는 그 반대였다. 그래서 생각하고 생각해서 고른 주제가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다.
작년 이맘때면 2021년 8월인데, 솔직히 정확히 뭘 했는지 제대로 기억나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남겨놨던 기록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살펴본 건 작년에 쓴 회사 업무일지.
작년 이맘때 나는 적당히 바빴던 모양이다. 내가 작성한 사업제안서가 통과한 덕분에 사업 협약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작년 8월 첫 주 업무일지는 온통 협약과 관련된 내용이다. 생각해보면 이 사업을 따온 덕분에 작년 한 해 회사에서 꽤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업무일지에 '힘들지만 신난다.', '열심히 해야지.' 같은 낯간지러운 말이 적혀 있지 않지만, 그때를 떠올려보면 그런 마음으로 일했던 것 같다. 업무 일지도 엄청 빼곡하고 꼭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일들은 굵은 글씨로 형광표시까지 되어 있다.
열심히 살았던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국 연봉협상 때 팽당해서 이직하게 될 줄 알았으면 애초에 작년 한 해도 대충 보낼걸 그랬나 싶다.
그리고 이 시기에 쓴 일기도 찾아봤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근데 간간히 욕도 섞여 있다. 아주 적나라한 욕이 섞여 있는 걸 보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화가 안 나는 건 아닌가 보다.
- 요즘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당분간 재택근무를 해야 한단다.
- ooo은 메일 확인을 할 줄 모른다. 메일을 보낸 다음에 꼭 전화를 해야 하고, 전화하면서 메일 내용을 30분씩 설명해 줘야 한다. 메일 답장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 고객사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다. 안 되는 건데. 계속 진짜 어쩌라고
이제 개인적인 부분으로 넘어가서, 개인 스케줄러를 확인해봤다.
진짜 나도 열심히 살았다 싶다. 작년에 나는 어떤 프로젝트로 책 출판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국 책으로 인쇄하기는 했지만 그 뒤 후속작업은 그냥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난 이게 문제다. 책 형태로 인쇄하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들였는데 그 뒤에 남은 약간의 작업을 끝내지 못한 채 이렇게 흐지부지 되다니. 이런 식으로 끝나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힘들게 했으면, 제대로 끝을 보지 왜 고생만 하고 제대로 마무리는 못 지었을까? (지금이라도 마무리를 해볼까?)
한창 좋아하던 프로그램은 돌싱글즈와 뭉쳐야 찬다 시즌2. 지금도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사람 참 안 변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글을 쓰다가 생각났는데 작년 이 맘 때쯤 미친개한테 물려서 고생을 했다. 여름 더위에 찌들었는지 정말 미쳐버린 개에게 크게 물렸다. 그 자국이 아직도 흉터로 남아있다. 보상을 받을 수도 없었다. 그 미친개에게는 주인도 없었다. 그냥 세상에서 버림받은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뒤에 신고는 했지만 개는 어디에 갔는지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 개가 그냥 어디에서 확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아픔도 줄어들고 분노도 줄어들었다. 미쳐서 떠돌고 있는 개보다 그냥 내 처지가 더 나은 것 같아서 그 개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일이 이쯤에서 마무리된 게 다행이었다. 사실 난 정말 크게 다칠 뻔했다. 그때 옆에 있던 고마운 사람이 그 개를 떼어내고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과의 인연도 작년까지였다.
난 작년 이맘때 이렇게 지냈다.
당근을 통해 글쓰기 모임을 모집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일곱 분 정도가 모여서, 글쓰기 좋은 주제 642라는 책에서, 원하는 주제를 골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제가 고른 주제는 <165. 작년 이맘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