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진짜 인턴이 왔다_(1)

[41~44개월] 후반전 돌입

by 하이히니

대회 일이 잘 마무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는 다시 시끄러워졌다. 몇 달 전 입사한 신입 인턴들이 새로운 팀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우리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던 경우씨와 윤주씨도 우리팀이 아닌 새로운 팀으로 가서 나머지 기간을 채워야 했고, 반대로 우리팀에는 새로운 인턴이 두 명 들어오기로 되어 있었다.


우리팀에 새로운 인턴이 들어오는 후반기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아마, 정상적인 팀장이라면 경우씨와 윤주씨가 어느 팀을 가느냐보다는 우리팀에 어떤 인턴이 오게 될 것인지를 더 신경을 쓸 것이다. 사실상 채용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하는 인력이기 때문에 정규직 TO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을 받고, 급여 수준도 정규직에 준한다. 우리팀에 올 알바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직원이 오는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권팀장은 그런 것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관심 있는 것은 하나였다. 우리 ‘경우’를 도대체 어떤 팀에서 받아줄 것이며, 어떤 팀에 가야 경우가 편하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느냐. (차라리, 이쯤부터는 그냥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읽는 것이 편할 수 있다.)


권팀장은 처음 경우씨가 인턴이 되었을 때도, 인턴이 하기로 되어 있던 일을 나와 옥반지에게 배분하려고 했었다. 우리가 이를 거부하자 권팀장은 경우씨를 받아줄 만한 팀을 찾으러 다녔지만 그런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팀장이 출장 간 사이에 몰래 인턴 명단을 바꿔치기했다가 개쪽까지 당하고 싸움까지 났던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을 토대로 권팀장도 성장해서, 이번만큼은 이런 짓을 안 했으면 좋았으련만...권팀장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울 마음이 없었다. 권팀장은 다시, TO가 있는 팀을 돌아다니며 경우씨를 위한 적절한 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 덕에, 이 시기에 팀장들은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다. 누가 불필요한 경우씨를 받아들이고 TO를 까먹게 될 것인가! 누가 다 된 팀에 경우씨를 뿌릴 것인가! (정말 장난 아니고, 정규직 한 명 들어와야 할 자리인데 경우씨가 들어오게 되면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 어떤 팀장도 경우씨를 받아들일 마음이 없었다.

“경우가 애가 참 괜찮아. 어? 어때? 그쪽 팀에서 받아줄 수 있나?”

“권팀장, 우리팀은 그런 사람이 와서 할 일 없어. 제발 좀 그만. 어?”


사실 이건 인사팀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인사팀에서 배정해도, 상대 팀장이 끝까지 거절하면 도리가 없기에, 권팀장은 지속적으로 경우씨를 받아줄 팀을 섭외하러 다녔다. 이게 얼마나 소문이 났는지, 권팀장이 찾아올 것 같으면 화장실로 피해버리거나 전화 통화를 하러 가는 팀장들이 있을 정도였다.


그 꼴을 보고 있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웃긴 일이었다. 업무를 뒷전으로 하고 경우씨의 안위만 살피고 있는 것이, 정말 둘의 사이를 사랑이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권팀장은 경우씨를 받아주는 팀을 찾지 못하자 점점 초조해지고 있었다.


한편, 하수석님은 승진을 하게 되었다. 그것도 다시 본부장으로!

여러 가지 정치적인 사안들에 밀려 잠시 보직 해임 상태였으나, 이번 인턴들의 인사이동에 맞춰 본부장으로 승진을 하게 된 것이다. (근데 정말 하수석님 대단하지 않은가? 보직자가 보직 해임되었을 때 실무를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경우가 몇이나 될까?)


그 순간부터, 권팀장은 돌변했다.

“하본부장님~! 이렇게 되실 줄 알았다니까. 아, 이거 부담스러워서 지금 어떻게 해야...이거 참.”

“아직 본부장 발령 나기도 전인데, 왜 그래요.”

“말씀 낮추세요. 예?”

“...”

“근데 본부장님, 이번에 그쪽 본부로 가시면 그 본부에도 인턴 새로 많이 들어가야 하지 않습니까?”

“본부에 인턴 TO가 꽤 많은 걸로 들었던 것 같네요.”

“아, 그럼 그 팀에서 우리 경우 좀 들어갈 곳 없겠습니까?”


하수석님은 이제야 권팀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경우만? 윤주씨는?”

“윤주야 어디든 갈 팀 있겠지만 경우는... 경우도 그렇고 본부장님도 그렇고 다 우리 식구였는데 경우 떠나보낼 때 본부장님네 본부 간다고 하면 저도 안심되고 또...”

“이런 데 저는 관여하고 싶지가...않네요. 아직 정식 발령이 난 것도 아닌데...인사팀에서 알아서 발령하겠죠.”

“아시면서... 인사팀에서 찔러 넣어도 그쪽에서 반대하면 나가리인 거 아시잖아요. 인사팀에는 제가 잘 말해볼 테니까, 아..경우 좀 본부장님 본부에서 좀 일할 수 있게 해 주시면...”


띠용?


하수석님이 본부장으로 발령 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본부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를 외치며, 수석님을 회의실로 불렀고, 경우씨를 그 본부에 넣어달라고 애원했다. 수석님은 이 일에 굳이 관여하지 않길 원했지만 권팀장은, 결국 ‘인사팀에서 우리 본부로 발령을 내면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결국 경우씨는 하본부장님의 본부로 발령이 났다. 하지만 본부 내의 팀장이 끝까지 반대했고, 경우씨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다 어쩔 수 없이 당시 인사팀과 사이가 좋지 않은 팀으로 억지로 발령을 냈는데, 그 곳에서는 참교육을 당하며 회사에서 한 번 울기도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참고로, 윤주씨는 나름대로 윤주씨가 원하던 부서에 배치받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팀에서 빠진 사람은 세 사람. 그럼 그 대신 누가 이 팀에 새로 들어왔을까?


일단 경우씨와 윤주씨의 자리는 두 명의 인턴이 대신하게 된다. 한 명은 나보다 나이가 2~3살 많은 남자 인턴 상혁씨였고, 한 명은 나보다 드디어! 나이가 많지 않은 동갑 남자 인턴 원경씨였다. 할렐루야!!! 그들은 정말 내가 꿈꿨던 정상적인 인턴이었다. 정상적인 인턴이라 함은, 낙하산이 아니고, 나와 옥반지가 선배라는 것을 적당히 인지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어찌보면, 기본적인 것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사실상 윤주씨와 경우씨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던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감사했다. 게다가, 당시 난 팀내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지 않은 후배를 거의 4년 만에 처음 만난 상황이어서 약간 흥분까지 되었다. 그 둘은, 마주치면 인사를 먼저 한다거나, 전화를 잘 당겨 받는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예의를 잘 지켜주었다.


그리고 상혁씨와는 약간의 해프닝도 있었다.

“상혁씨는 원래 집이 어디예요? 원경씨는 고향이 멀다던데...어디더라?”

“저는 수내 쪽이요.”


수내라...수내는 꽤 오래전, 내가 어린 시절 잠깐 사귀었던 일종의 첫사랑(?)이 살던 동네였다. 내가 사는 곳과 수내는 그다지 가까운 곳이 아니었고, 내 주변에 수내에 사는 사람은 딱 한 명. 창혁 오빠뿐이었다. 내 첫사랑.


“오. 수내...!”

“수내에 아는 분 계세요?”


난 이때 끝까지 그냥 입을 다물고 있어야 했다.


“아는 사람..있죠...제 심장을 뛰게 한 사람...오빠 잘 지내지...?”


괜한 장난을 시작하는 게 아니었다.


“오. 진짜 아는 분 계시나 봐요.”

“우리 창혁이 오빠가 상혁씨랑 동갑이었던 것 같은데...아련하네요. 후...!”


여기까지 듣고 있던 상혁씨는 갑자기 표정이 이상해졌다.


“창혁이? 창혁이 알아요? 설마 주창혁?”


띠용? 상혁씨가 창혁이 오빠를 어떻게 알지... 수내라는 동네가 이렇게 좁은 건가? 난 당황했고, 뭔가 일이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내가 말한 창혁이 오빠가 주창혁은 맞았지만, 여기서 발을 빼야 했다.


“아, 아니요. 다른 창혁이예요.”

“그 이름 별로 흔하지도 않고, 저랑 동갑에다가 수내에 산다면서요. 내가 아는 사람 맞을 것 같은데...성이 뭔데요?”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럼 창혁이한테 물어봐야겠다. 혹시 김현수 선임님 아냐고. 저 창혁이랑 같은 아파트 살아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 같이 나왔고요. 우리 이름도 비슷해서 어렸을 때 친해졌었는데...”


이럴수가...! 경거망동한 내가 제일 잘못이 크지만, 누가 이럴 줄 알았겠는가! 난 수내에 살고 있는 사람을 단 한 명, 그것도 수년 전에 만났던 창혁이 오빠. 딱 한 명을 알 뿐인데...하필 그 사람이 상혁씨랑 아는 사이라니!

세상에 좁아도 이렇게 좁을 수 있단 말인가!!


“네? 정말요?”

“네. 지금 창혁이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창혁이랑 저랑 원준이랑 베프거든요.”

“네?”

"아, 원준이는 모르시나? 원준이는 창혁이 여자친구들 거의 다 만나봤거든요."

"여자친구요? 저 주창혁이라는 사람 모른다니까요? 아니라고요."


와. 사실 난 저때, 상혁씨의 유도신문에 넘어갈 뻔했다. 하마터면, "아, 원준이 오빠요?"라고 할 뻔했다. 원준이 오빠가 창혁이 오빠의 여자친구들을 거의 다 만나봤다는 불필요한 정보는 방금 알게 된 것이지만, 어쨌든 나도 원준이 오빠까지 만나서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긴 했다.

“저 이번에 집에 가면 창혁이랑 원준이 만나기로 했어요.”

“아...예...그렇군요. 근데 전 정말 그분 모르는 분인데...다른 창혁인데..."

"네ㅎ 그냥 제 친구한테 김현수 선임님 아냐고 물어보려고요!"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난 정말 상혁씨가 수내에 산다고 하길래, 순간적으로 정말, 찰나에, 예전에 사귀었던 창혁이 오빠가 생각나서 장난으로(정말 둘이 아는 사이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가볍게 드립 한 번 친 것 뿐인데...일이 이렇게 되다니...정말 끔찍했다. 상혁씨가 창혁이 오빠에게 정말 내 존재를 알린다면?


(상상)

"창혁아, 너 김현수라는 사람 알아?"

"김현수? 네가 김현수를 어떻게 알아? 예전에 원준이랑 밥 먹을 때 너도 있었나?"

"아니? 그게 아니라 나 이번에 회사 새 팀에 선배 중에 김현수라는 사람이 있는데, 아는 사이야? 우리보다 3살 어려."

"나 예전에 사귀던 앤데...걔가 내 이름을 아직도 말하고 다녀? 와 소름이다."

"수내에서 살았다고 하니까, 나한테 너 얘기 바로 하던데?"

"와...날 아직 못 잊은 건가? 어휴. 정말 무서운 미저리다!"

(상상 끝)


정말 끔찍했다.


"상혁씨, 정말 저 그 사람 몰라요..."

"네^^"

"상혁씨...창혁이 오빠한테 연락할 거예요?"

후...내 입이 방정이다. 내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PS. 여러분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하실 것 같아요? 이미 창혁이 오빠 얘기를 꺼낸 다음에 수습을 어떻게 하실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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