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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다이어트_철인3종

출산 9개월 만에 철인 3종이라니...

by 사라랄라 철사라

나는 아들 둘 엄마이다.

첫째를 낳자마자 터진 코로나19. 설마 우리나라에 전파되겠어?라고 생각한 순간.. 오만한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에 암흑기가 되었다.

물론 나의 첫 육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집 밖에는 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가 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갈 만한 곳도 없었다.

짚 앞 공원에서 잠깐의 산책과(아이는 유모차를 거부한다..) TV와 SNS 속 사람들과의 소통뿐.


SNS에서 아기를 업고 등산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90퍼센트 아빠들 모습뿐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색한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도 동네 산책이랑 등산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기와 등산‘, ’ 아기 등산캐리어’ 성격이 급하고 충동적인 나는 중고 거래 장터에서 보이자마자 거래를 했다.

아기띠보다는 훨씬 안정적이고 수납공간도 많아 아주 만족이었다.

산 중턱에서 아기가 용변을 보고 수유를 원하기 전 까지는...

야외에서 난감했던 그 한순간, 초보 엄마는 이 한 번의 고난으로 다시 등산 캐리어를 드레스룸 한 구석으로 몰아놓을 수밖에 없었다.

돌까지 모유수유를 원했기 때문에 야외에서는 이렇게 난감할 줄이야..

변명을 하자면 그냥 야외가 아닌 산 중턱에서, 땀까지 촉촉했기 때문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렇게 SNS에서 들여다보던 아이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등산이나 운동 장면들은 상상 속으로나 미뤄두고, 이듬해 임신을 했다. 아이는 둘째까지만 계획했던 터라 몸을 돌보기보단 다이어트를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보통 산후 6개월 즈음 남아있는 살은 내 살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이 더 급했던 것 같다.


출산 1일 차, 조리원에서부터 복직근이개 운동이나 코어운동은 해왔었기에, 유산소운동을 해야 효과적으로 빠른 시일 내에 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의 버킷리스트에 고이고이 넣어 두었던 철인 3종을 완주해 보겠노라 다짐했다. 다이어트 겸 철인 3종이라도 해야 움직일 것 같았다. 나의 Motivation!

철인 3종은 동호인 표준거리가 수영 1.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를 제한시간 3시간 30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이 전에는 수영 1.5km 컷오프(제한시간) 50분 이내 들어와야 자전거를 출발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약20년 동안 수영선수로 활동했다. 수영은 자신이 있었고, 자전거와 마라톤은 완주만 하자! 걷지만 말자!라는 생각을 하며 출산 6개월 후 자전거 타기에 돌입했다.

동네에서 살살 타는 게 다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동호회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안전 수칙이나 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달리기는 동네 호수공원을 조깅하면서 10km 거리 감각만 익혔다. 이때는 페이스고 기록이고 개념이 하나도 없었다. 단지 내가 10km를 쉬지 않고 뛸 수 있는가? 가 관건이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혼자 준비해서 출산 9개월 만에 첫 철인 3종 올림픽코스(표준거리 수영 1.5km, 자전거 40km, 마라톤 10km) 9월에 삼척에서 열린 '제11회 이사군장군배 삼척그레이트맨 철인 3종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다.

제11회 이사군장군배 삼척그레이트맨 철인3종대회 경기 전 날 결승탑에서

대회날 수영은 웻슈트를 착용했고, 바다의 파도와 너울이 심해 바다와 이어진 강에서 수영경기가 진행되었다. 첫 출전이라 맨 뒤에서 출발 하였는데 앞도 안보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추월하느라 힘든게 아닌, 재미가 있었다. 수영 완주 후, 모래사장의 바꿈터 주로를 빠져나와 자전거를 타고, 처음이라 어영부영 길만 잘 찾아갔다. 대회라 자전거 주로가(자동차도로) 안전하게 통제 되어 마음껏 달릴 수 있었고, 마라톤은 해안 산책로와 소나무 숲길을 달리는데 경치가 정말 좋아 힐링이 되었다.

바꿈터와 주로 곳곳에서는 나의 지인들은 아니지만 여러 갤러리와 서포트들의 응원에 많은 힘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나의 배번호를 불러주며 화이팅을 외쳐주었고, 덩달아 신이나서 더 달렸다. 아, 이게 대회의 묘미인가 모르는 사람들도 화이팅을 외쳐주다니!!

첫 출전이라 부담도 없었고,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자세를 구경하며 속으로는 '걷지만 말자'를 되뇌이며, 그렇게 나의 첫 철인 3종 경기가 마무리가 되었다.

결승탑을 통과하자, 'AGE Group 1위, 전체 3위! 축하드립니다!' 라는 멘트가 흘러나왔다. 우와 내가?


시상식을 기다리며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요기를 하고(기다려준 아이들에게 고마워서 과자를 사줌), 내가 받은 응원만큼 아직 도착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파이팅을 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선수들이 완주를 했고, 시상식이 진행이 되었다.

철인 3종에 도전해서 아이들 안아줄 수 있을 때, 시상식에 같이 올라가는게 꿈이었는데, 생각치도 못하게 빨리 이루어졌다. 그리고 나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철인 3종은 AGE별 랭킹 포인트가 주어지는데, 대회마다 주어지는 포인트가 다르고, 순위마다도 주어지는 포인트가 있더라.

다음목표는 바로 너! AGE 상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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