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사진첩 속 즐거운 아이들의 모습.
목요일 점심시간, 하늘을 올려보다가 하늘에겐 미안하지만 문득 '바다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바라보며 바다가 보고 싶다니 하늘의 입장에서는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일까.
그렇게 금요일 퇴근하자마자 아이들을 데리고 양양으로 향했다.
장작 3시간을 거쳐 도착한 바다의 하늘은 그 어디보다 고요했고, 반짝였다.
철썩거리는 파도와 솔솔 부는 바닷바람이 발가락을 간지럽힌다.
한참을 바라보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고요히 잠이 들었다.
창 사이로 내리쬐는 태양빛에 눈이 떠졌다.
눈이 떠진 시각은 새벽 4시 57분. 시계를 확인하니 오늘의 일출은 5시 5분.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랜만에 일출을 보자. 오메가 일출이다. 우연찮게 오메가 일출까지 보게 되다니. 근 몇 년 동안 일출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구름에 가려지거나 타이밍이 좋지 않아서.
나는 바다가 참 좋다. 파도 소리도 습기 머금은 바닷바람도.
기억나는 어렸을 적 나의 아버지는 울진에서 리조트 사업을 하셨다. 사무실과 집은 청주에 있어서 어머가 평일에 사무실을 보시고, 주말이면 아버지가 계시는 울진으로 매주 향했다. 물론 아버지도 왔다 갔다 많이 하셨지만 주말이 더 바쁜 사업이라 주말엔 오실 수가 없었다. 그때는 도로도 좋지 않고 고속도로가 개통되지 않아서 5시간을 산 넘고 물 건너 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어머니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울진바다와 동해는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잠들고, 눈뜨면 눈앞에는 광활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날씨에 따라 파도의 높이와 소리는 달라졌다.
뉴스에서 '파고 10m' 혹은 10m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방파재를 뛰어넘고, 해안가 도로까지 집어삼키는 듯했다. 소위 '집채만 한 파도'라고 비유를 하는데 그 집채 만한 파도들은 해안가의 집들을 집어삼킬 듯이 위협했다. 파도소리가 천둥 번개를 능가하는 굉음을 내며 도로가 까지 덮쳤다.
'최대 파고 21m' 어마 무시했던 그 파도가 바로 '태풍 매미'때였다.
그 후로 웬만한 파도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바다가, 그리고 물속이,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나는 시끄러운 환경이나 큰 소리가 들리는 것을 힘들어한다.
헌데 지금은 직장에서도 하루 종일 시끄럽고, 소란스럽다. 어린아이 둘을 키우는 우리 집도 정말 소란스럽다.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TV를 봉인했다. TV를 켜놔도 눈은 화면을 보고 있는데, 생각과 마음은 온통 다른데 가있었다. 영화를 봐도 마찬가지. 재미있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틀어놔도 매 한 가지. 소음으로 느껴져서 꺼버린 후로 다시 켜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조용한 물속이 더 좋다. 물속에 들어가면 고요해지고, 물소리와 내 심장박동 소리만 들린다.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며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마음 챙김 운동명상이다.
갑자기 바다가 생각이 나고, 퇴근 후에 바로 바다로 달려간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