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 추위에 꽁꽁 움츠러든 몸을 깨우고 자전거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저 바다가 보고 싶어 바다로 향했다.
찬 바람에 땀이 식을라 낮은 강도로 쉬지 않고 페달을 굴려본다.
바다에 도착해 따듯한 칼국수를 한 그릇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고 자전거 안장에서 그대로 날아갔다.
눈을 떴을 땐, 할아버지 한 분이 길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할아버지께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묻지만, 구급차를 불렀다고 일단 기다리라고 하신다.
머리가 멍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기억이 나질 않아 폰을 집어드는 순간 화면에 비치는 내 얼굴은 도무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오 신이시여.
그래도 어디 하나 부러진 느낌도 없었고, 눈앞도 잘 보였다. 다행이다.
살아 있구나.
병원에 실려가고, 정신이 더 돌아와서 보니 할아버지 패딩을 걸치고 있었다.
이 패딩 그리고 그때 그 시골길을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길거리에서 객사했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드레싱을 받고 119 상황실에 전화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할아버지와 연락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다. 얼마 후 할아버지와 연락을 취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에 할아버지를 찾아뵈었다.
은인이 인연이 되었다.
종종 안부를 묻고 찾아뵙고 있다.
건강하세요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