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실패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던 아이

by 트라이쌤

중학교 생활 내내 모든 시험에서 전 과목 100점을 맞던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이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교내 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 아이는 늘 완벽하다는 시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그리고 어쩌면 아이 스스로도 익숙해져버린 '완벽한 나'라는 이미지.

중학교 3학년 2학기 2차 지필고사. 중학교 생활의 마지막 시험, 마지막 국어 시험에서 한 문제를 틀리고 말았다. 성적을 확인하는 순간, 교무실의 공기가 달라졌다. 그 학생의 멘탈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낙심이 크지는 않을지. 완벽에 가까웠던 아이일수록, 작은 균열 하나가 전부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여느 아이처럼 납득하기 위해, 해당 과목의 문제를 출제한 선생님을 찾았다. 그리고 문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멈춰 섰다. 아쉬워했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자책 속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아쉽긴 하지만, 이게 저를 설명하는 전부는 아니니까요. 괜찮아요."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친구들과 다시 웃고, 자신의 리듬으로 일상을 이어갔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아이가 진짜로 앞서나가고 있었던 이유는 성적표의 100점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힘에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흔히 앞서나가는 아이를 남들보다 빨리 습득하거나, 성과를 내고, 항상 최고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로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오래 아이들을 지켜본 교사로서 점점 확신하게 된다.

진짜 앞서나가는 아이는, 실패 앞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 아이다.

이 아이는 알고 있었다. 한 번의 미끌림이나 실수, 그에 따른 결과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 다는 것을.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그리고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태도라는 것을.

이 차이는 어디에서 만들어질까? 부모의 말 한마디, 교사의 반응 하나, 그리고 아이가 자라온 정서적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완벽했을 때만 칭찬받은 아이는 작은 실패 앞에서 자신을 부정하고, 크게 낙담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과정과 태도를 함께 인정받고 자라온 아이는 결과가 흔들려도 빠르게 회복되고, 자신을 붙잡을 수 있게된다.

그 아이는 아마도 "왜 틀렸니?" 또는 "100점 맞아야 해"보다 "네가 최선을 다한 건 변하지 않는다."라는 메세지를 내면에 쌓아왔을 것이다. 그래서 단 한 문제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장면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입시 결과인가. 성적표에 적힌 숫자인가. 아니면 성적표의 숫자가 흔들려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인가. 결국 앞서나가는 아이는 앞서 빠르게 달리는 아이가 아니라, 달리다 넘어져도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날 줄 아는 아이다. 그리고 그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른이 만들어주는 환경 속에서 자라난다. 아이의 점수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먼저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앞서나가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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