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예전에는 곧잘 해내던 아이들 상담을 해보면, “몰라요.”, “ 하기 싫어요.”, “어차피 안 될 것 같아요.”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면 부모의 마음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한국 사회에서 이 불안은 단순한 걱정이 아니다. ‘혹시 지금 뒤처지는 건 아닐까.’, ‘이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안 되는 건 아닐까.’, 입시라는 긴 레이스에서 벌써 밀려나는 건 아닐까.’
부모는 아이보다 먼저 초등 고학년을, 중등 내신을, 고등 입시를 떠올린다. 그래서 더 서두르게 된다. 다그치고, 설득하고, 더 좋은 학원과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이 꺾이는 순간, 가장 열심히 작동하는 것은 공부 능력이 아니라 회피와 방어 본능이다. 이때 아이에게 쏟아지는 설명과 조언은 머리로는 맞다고 인정하지만 그 순간들을 겪어내기가 버겁다.
사실 이러한 시점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도, 더 강한 동기도 아니다. “다시 해볼 수 있겠다"라는 용기와 도전 정신 그리고 회복 탄력성. 이러한 감각은 듣는다고, 말로 이해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몸이 먼저 기억해야 한다. 턱에 걸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 균형을 잡아본 경험, 숨이 가쁘고 포기하고 싶지만 끝내 완주해 본 경험, 긴장했지만 몸을 움직이며 안정을 찾은 경험. 이런 경험은 아이의 신경계에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런 생각들이 쌓일 때, 아이의 말과 행동은 다시 바뀐다. “해볼게요.”, “조금 어렵지만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AI 시대의 공부는 이전보다 더 많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확실함 속에서도 시도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틀려도 다시 조정하고 수정하고, 감정을 다스리며 집중을 회복하는 힘을 요구한다. 이 힘의 바탕에는 어렸을 때 정서교육으로 다진 마음의 근력이 있다. 몸을 움직이며 자신의 상태를 느끼는 아이는 감정이 흔들릴 때도 회복의 경로를 안다. 정서를 언어로, 감각으로 다뤄본 아이는 공부 앞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성적은 다시 올릴 수 있다. 입시의 타이밍도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이 완전히 꺾인 아이를 다시 일으키는 데에는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아이의 공부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아이의 마음이 아직 회복이 가능한지, 다시 움직일 수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를 앞당겨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라,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바닥은 책상 위가 아니라, 아이의 몸과 마음 안에 놓여 있다.
자고 일어나면 트렌드가 변해있는 엄청난 시대다. 이런 격변의 세상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역량들은 무엇일까? 지금처럼 아이들의 개성을 억누르고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키우기가 힘든 자질인 창의력, 협동력, 수용력 같은 것들이다. 내 자녀가 AI에게 먹히지 않고 AI 시대를 선도하는 인재로 성장하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순위와 정답이 아니라 그 반대편에서 작동하는 공부 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조지은 교수는 말하고 있다. 조지은 교수는 부모들에게 세 가지의 용기를 요청한다.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을 용기, 기다려줄 용기, 더 행복해질 용기.
부모의 용기는 아이를 뒤처지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멀리 가게 만드는 선택이다. 공부는 결국 마음이 움직일 때 시작된다. 그 첫 단추는 오늘, 부모의 선택에서 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