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없인 힘든 우리들
[철인 3종 완주] 그 첫 출전의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근전환? 그게 뭔데? 그냥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근 전환이 되지 않아,
자세히 말하면 철인 3종의 각 종목(수영, 자전거, 런)에 주로 사용되는 근육군이 조금씩 다른데,
그 근육들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전환하여 사용하는 근 전환 훈련을 해보지 않아서 근육에 무리가 갔다.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 안장 위에서 온몸이 베베 꼬이고,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근육 경련, 이른바 쥐가 났다.
근육 경련에 좋다는 보충제도 먹었으며, 살살 달래 가며 자전거 40km 완주를 하고, 러닝에 돌입했다.
모래주머니 보다 훨씬 묵진한 무언가가 내 발목을 잡았다.
족쇄인가?
마치 발목에 족쇄를 차고 달리는 것 같이 다리는 무거웠으며, 종아리는 근육경련에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근데 그거 혹시 나만 그래?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며 달렸다. 마음이 급할 건 없었다.
천천히 내 몸의 반응에 집중하며 남들의 고통스러운 표정도 관찰하며 고통 속에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니 이 목표는 버킷리스트에서 삭제된 줄 알았다.
철인 3종의 그 다른 세계를 알기 전 까지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자 연예인들의 철인 3종 도전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외모와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초과하여 과도한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운동을 하면 도파민 호르몬이 분비되어 쾌락, 즐거움, 만족감 등을 느낀다.
일부는 이런 느낌에 중독되어 필요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일부에 나도 포함이다.
20년 정도 수영선수로 운동을 했었고, 은퇴한 지 10년
은퇴할 때에는 이 지독한 숨찬 운동은 하지 않으리. 다짐 했.었.다.
그러나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나.
두 번의 임신과 출산으로 근력은 떨어졌고 뱃살은 늘어만 갔다.
다이어트로 그리고 평생 체육으로 선택한 종목이 철인 3종 이라니.
수영은 해 왔었고, 자전거는 원래 좋아했으며, 달리기야 뭐 쉽게 생각했다. 지금은 제일 어렵지만.
운동으로 얻는 쾌감과 행복감,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나는 도파민 중독자가 되었다.
나는 본래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장기간 그리고 단기간의 목표가 없어지면 나는 어떻게든 다시 목표를 만들려 애썼다.
취미라도, 여행이라도, 영화를 보거나 무언가를 하며
그냥 흘러가지 않는 하루를 가만히 두지 못 하고 채워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처럼.
심지어는 쉬는 행위 조차 계획의 범주에 넣었다.
예기치 못하게 잠이 들거나 쇼츠를 보며 시간이 지나가버리고 나면
이 시간이 아무것도 아닌 시간이 되어버려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목표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