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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by 사라랄라 철사라

"후회는 자기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하기 십상이지만, 엄마의 후회는 자주 자식 중심이었다. 당신의 삶보다 더 중요한 삶이 엄마에게는 있었다. "

-조향록 산문집, 그러니까 엄마라니까 중에서




26살에 결혼하여 30살에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 먹고, 자고, 노는 패턴에 맞추어 모든 일상과 나의 스케줄이 정해졌고 순전히 아이들 중심이 되어갔다.


아이들 것은 유기농으로, 나의 것은 대충 먹어도 문제없을 정도로만.

아이들 것은 더 건강하게, 나의 것은 대충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로만.

아이들 것은 이쁜 옷, 나의 것은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을 만한 정도로만.

딱 그 정도로만.


그런데 어느 날, 어렸을 때부터 동고동락하던 친구들이 찾아와 선물을 건넸다.

"너무 아기에게만 희생하지 말고, 너 자신도 좀 가꾸고 네 건강 잘 돌봐." 라며 건넨 건 다름 아닌 립스틱. 거울을 보아하니 너무 나한테 무심한 것 같기도 하다. 정갈하게 묶일 정도로만 싹둑 잘라낸 머리카락,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와 운동복 바지. 이게 육아하기에는 제일 편했다. 처음부터 목이 늘어난 티셔츠는 아니었다. 아이들이 매달리다 보니 그렇게 변했다.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 둘을 따라다니고 케어하려면 편한 복장들이 최고였다. 꾸미는 것은 시간도 비용도 사치였다.


그러나 예쁘게 차려입고 아기 데리고 다니는 엄마들을 보아하니 가끔 내가 초라해 보였다. 남과의 비교는 금물이지만, 그땐 그랬다. 아이를 돌본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너무 내려놓은 것만 같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둘째가 어느 정도 크고 나니 얼굴에 화장을 얹어도 괜찮고 치마를 입어도 불편하지가 않았다.

유튜브에 검색해 본다. "워킹맘"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도 자신을 가꾸고 커리어를 쌓아가며 힘차게 살아가는 멋진 엄마들이 많았다. 그날 이후, 나를 가꾸기 시작한다.


일단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책으로 위안을 삼았다.

늘어난 뱃살 때문에 옷이 안 맞아 더욱 편한 것만 찾게 되니 내 생활도 점점 늘어난 티셔츠처럼 편해지는 것만 같았다. 일단 운동을 해서 자존감과 자신감을 얻자. 힘든 마음이 있을 땐, 책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고 마음 근육을 단단히 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을 믿는다.

육아와 가사의 99%를 담당하며 사실은 신세한탄도 많이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의 자아는 무너져 갔고 자존감과 자신감도 하락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니 마음도 더 안정이 되었고, 무엇보다 내가 행복했다. 운동을 하면 힘들지 않으냐고 질문을 받는데 나는 오히려 운동을 하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그리고 체력이 좋아져서 아이들을 더욱 신나게 놀아줄 수 있다. 달리기를 뛰며 나를 돌아보기도 하고. 내 몸에 집중하며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니, 그 시간들이 나를 더 잘 알아가는 시간이 되더라. 이렇게 나를 위해서 시간을 쓰고, 나를 가꾸며 행복한 마음을 담았더니, 그 행복이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당신의 삶보다 더 중요한 삶이 엄마에게는 있었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고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았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곧 나의 품 속을 떠나갈 거라 생각하니, 나도 내 꿈을 펼치고 주체적으로 더 멋지게 사는 엄마로 남고 싶었다. 나의 행복이 곧 아이들의 행복이라며. 요즘의 일상과 육아를 이렇게 곱게 포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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