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머피의 법칙일까

하필 이런 날

by 사라랄라 철사라

겨울 방학을 알차게 보내고, 교육과정 함께 만드는 주간으로, 새로운 학기를 구성하기 위해 출근을 했다.

오전에는 업무의 인수인계가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자리 이동과 교과별 협의회가 있는 날이다. 동 교과 신규 선생님도 오셔서 업무도 알려줘야 하고 필요한 교과 협의도 해야 한다.



아침부터 안 그러던, 7살의 1호기가 칭얼거린다. 하필? 오늘? 일찍 나가야 되는데 왜! 오 신이시여... 꼭 이런 날 한 번씩 어린이집엘 안 간다고 하던지, 엄마랑 같이 있겠다고 한다. 나의 1호기는 다행히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한번 꼬-옥 안아주면 진정이 되는 아이라 꼬-옥 안아준다. 그런데 아이가 불덩이다. 체온계를 가져다 대니 39.2도.... 하 오늘 첫날이야... 엄마 학교 가야 돼... 미안해... 일단 해열제를 먹이고, 어르고 달래서 1호기는 둘러업고 2호기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어린이집에서는 발열이 있거나 심하게 아프면 보통 가정보육을 권한다. “선생님 죄송해요.. 오늘 중요한 일이 있어 해열제만 먹이고 일단 보내요.. 열 오르면 해열제 투약 해 주시고, 중간에 일찍 나올 수 있으면 최대한 일찍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보내놓은지 1시간도 안되어 열이 오르고 애기가 축 쳐진다고 전화가 온다...

하...

오후에 학교운영위원회도 참석을 해야 한단다.. 담당자가 학교에 남아있지 않아서 내가 들어야 하는데 들어가면 일찍 가기는 글렀다..


1호기가 점심도 못 먹고 축 쳐진다고 한번 더 전화가 온다... 최대한 빨리 가고 싶은데 하필 또 운영위원회 안건 상정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럴 땐 마음이 정말 불편하다 아이한테도 미안하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도 그리고 혹시나 우리 아이 때문에 어떠한 바이러스가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이 되지는 않을까? 전정 긍긍하며..


결국 퇴근시간이 되어야 어린이집으로 갈 수 있었다. 다른 직장보다는 퇴근시간이 빠르긴 하지만서도 하필 이런 날 집에서 쉬게 할 수 없어 미안했다.




꼭 중요한 날. 연차나 조퇴를 쓸 수 없는 날 하필 이런 날 아이는 아프더라. 아니면 엄마 쉬는 날 귀신같이 알고 아프더라.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잘 버텨준 1호기에게 고마움을 꼭 안아줌으로 표현해 본다. 엄마가 회사 가버려서, 일찍 오지 못해서 미안해! 기다려줘서 고마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새 학기를 준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