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철인 3종에 빠져있을 무렵 아이가 묻는다.
‘엄마 일등 했어?’
철인 3종 동호인 카테고리는 연령대로 묶어 시상을 한다. 20-24세 25-29세, 30-34세, 34-39세, 40-44세, 45-49세, 50-54세, 54-59세, 60, 70...
필자는 여자 AGE 30-34 group이었다. 여자는 참가 선수가 얼마 없으면 20-29세 30-39세로 묶기도 한다.
한참 철인 3종에 빠져있을 무렵 대회란 대회는 다 신청했었다. 아이들 데리고 여행 갈 겸, 운동도 할 겸, 대회도 뛸 겸이었다. 그땐, 나가면 AGE group에서는 90프로의 확률로 1등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다음 해가 되고 나는 ‘상위그룹’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게 되었다.
철인 3종은 비인기종목 인 데다 인프라도 부족하고, 선수 수급이 잘 되지 않아, 해마다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 나갈 선수가 부족해 동호인 상위그룹 선수들을 참가시킨다. 전국체육대회에는 한 종목에서 8개 시도 이상이 나와야 전국 체육대회에(이하 체전이라고 하겠다.) 종목을 유지시킬 수 있다. 슬프지만 선수, 시도별 감독, 코치, 협회 등 상생하기 위해선 8개 시도의 선수들을 등록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나는 체전 선수로 발탁이 되어, 동호인 상위그룹으로 등록을 하게 되었다. 각 AGE별 한 가닥 하는 선수들이 다 모인 그룹이다.
방심하는 순간 순위는 엎치락 덮치락 예상할 수 없었다. 조류도, 바람도, 코스도 그리고 컨디션과 경기 진행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인들로 인해 기록도 순위도 예측할 수 없었다.
어느 날 상위그룹에서 3등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시선에는 나가면 1등 하던 엄마니까, ‘엄마 또 1등이야?’ 묻는다. 3살 아이의 시선에서는 어땠을까?
‘아니 엄마 이번엔 3등 했어!’
‘1등이면 좋겠다~‘
’아니 1등이 중요한 게 아니야, 엄마가 이 대회를 나오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대회에서 노력하고 즐기는 게 중요한 거야, 1등 아니어도 괜찮아 ‘
아직은 어린아이들에게 눈높이를 맞춰 설명하기란 어렵지만 이 아이들도 1등을 쫓는 게 아닌, 자신의 어제와 오늘을 비교했을 때 나아진 모습으로 성취감을 느끼며 세상을 즐기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집중하고 순위에 집착하는 순간 자신의 삶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다.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타인의 삶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삶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 느려도 괜찮아,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오늘의 실패가 내일의 성장에 밑거름과 발판이 되어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