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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선수의 물 공포증

by 사라랄라 철사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물이라면 어디든 뛰어들었다.

물가를 좋아했다.

물놀이를 좋아했다.

바라만 봐도 좋았다.

계곡의 물소리, 바다의 파도소리도 좋았다.


그래서 수영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선수시절 눈을 감고 수영했다.

그때는 눈을 뜨면 앞으로 나가는 것 같지 않았다.

스피드감이 느껴지지 않아

눈을 감고 감각에 의존해서만 수영했다.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수영선수들은 눈을 감고 수영해도 여기가 어디쯤이고, 지금이 몇 초 페이스로 역영 중인지 알 수 있다. 눈을 감고 역영해도 계획했던 기록을 맞춰 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10년 넘게 눈을 감고 수영을 했던 것 같다.


나는 물 공포증이 없는 줄 알았다.

아니 없을 줄 알았다. 적어도 오픈 수영을 하기 전 까지는....




처음으로 나간 오픈대회인 장거리 바다수영대회에 출전했다. 역시나 이때도 전면 부표를 확인할 때 빼고는 눈을 감고 수영했다. 어차피 눈을 떠도 수질이 좋지 않아 시야는 나오지 않았다.


눈을 감고 감각에 의존해 가다 보면, 오픈수영은 냉수대를 만나게 된다. 그때, 등골이 오싹 해졌다. 마치 큰 물고기나 상상 속 상어가 와서 나를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그 후로 생긴 걸까?

저수지나 강 바다에서 수영을 하면 섬뜩하고 뭔가 모를 공포감에 휩싸여서 수영을 할 수가 없다. 특히 혼자 하하는 수영에서는.. 대회나 지인들이랑 같이 가면 괜찮은데 혼자 하는 수영은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른 동호인들은 사람들에 치이거나 눌릴까 봐 겁이 난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수영선수들 중에도 의외로 물 공포증이 있다던지, 오픈 수영을 못하는 경우가 꽤나 있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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