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 [에필로그]에서 제시한 오늘의 글쓰기 주제는 '미래'이다. 글을 쓸 때 보통 과거에 겪었던 일이나, 현재의 생각과 감정들로 글을 썼다. 물론 이것도 과거에 있던 견해로 생기는 것들이었다. 미래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은 했지만 글로 쓰려니 어려운 주제가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벌려놓은 것들도 모두 내가 원하는 미래에 다가가기 위해 저질러 놓은 것들 이겠지만. 막연하다.
'미래'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설렘이었다. 적어도 이 글을 쓰기 전 까지는..
두 번의 출산 후, 시작한 철인 3종은 나의 미래를 설레게 한다. 내일은 무슨 운동을 할까? 주말엔 무슨 운동을 할까? 다음 대회는 어디로 정할까? 하는 설렘이 있다.
하지만, 나의 10년 후 20년 후 미래는 그려지지 않는다. 10년 후에도 운동을 하고 있을까? 80대까진 몸 관리를 꾸준하게 해서 철인 3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사고는 순식간이다. 특히 자전거는 더욱 그렇다. 얼마 전 나도 자전거 안장 위에서 실신을 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가 아닌 혼자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다.
종종 저혈압으로 쓰러질 때가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이 무슨 저혈압이냐!' 하는데 혈압은 어렸을 때부터 계속 낮았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다가 쓰러지는 적도 있고, 설거지하다 갑자기 픽 쓰러지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운동 중에 픽 쓰러질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것도 시속 30km가 넘는 자전거 안장 위라니.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사고 나고 정신이 든 지 한 달 반 밖에 안되었는데, 다시 자전거 탈 생각을 하고, 기온이 올라 따듯해지니 운동할 생각만 난다. '운동중독'인가 보다.
10년 후, 20년 후를 위해 나는 지금 달려가고 있다. 미래를 위해 운동하며 체력관리를 한다. 혹자는 과하다고 한다. 누가 다이어트를, 어린애들도 있는데 운동을 그렇게 하는 엄마가 어디 있냐며. 체력은 오르는데 수명을 깎아 먹는 것 같다고 한다. 도대체 잠은 언제 자고 언제 쉬냐며..
올해는 개인적으로 더 성장하고 싶어서 가입한 소모임들, 그 안에서 모임원들과 소통을 통해 더 자극을 받기도 한다. 저러다 쓰러지실 것 같은데 하는 분들도 더러 계신다. 내 친구들이 보는 내 모습도 그럴까? 하지만 나만의 페이스와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의 밸런스를 잡고 쓰러지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거나, 진짜 어떻게 될지 결과를 모를 때, 내가 하고 있는 이게 맞나 싶을 때, 서류의 제출 기한이 임박했을 때, 시합이 다가왔을 때와 같은 상황에서 내가 자주 내뱉는 말이다.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내 미래도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원하는 이상적인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 나는 그거면 됐다. 하루 하루 해야 하는 일들을 마무리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것.
지금도 드는 생각은 '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은퇴 후 원하는 나의 삶은 이런 것이다. 제주도의 한적한 바닷 마을에 집을 두고, 바다를 바라보며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다. 제주도에는 산도, 바다도 있다. 나는 산과 바다를 좋아한다. 따듯한 차 한잔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마음도 아주 평안해진다. 날이 좋으면 물속에 뛰어들어 물질도 하고, 산에 올라 세상을 정복한 느낌도 받는다.
그리고 해외에 나가 한 달씩 또는 그 이상 살며 그 세상에 스며드는 것. 해외에서 현지인들과 운동도 하고 유유자적하는 것. 그렇게 이 세상 저 세상 다 돌아보는 것. 그때쯤이면 자녀들은 장성하여 본인들의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고 있겠지만, 내 옆에 있는 소중한 한 사람. 동반자와 그러고 싶은 것. 나의 미래다.
물론, 자녀들과 함께하는 당장의 1, 2년 후의 미래도 기대가 된다. 그때쯤이면 아이들이 자전거도 지금보다 더 잘 탈 것이고, 수영도 러닝도 같이 할 생각에 빨리 컸으면 좋겠다. 아들 둘이라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주말엔 국내를 돌아다니며 같이 자전거도 타고 등산도 가고 수영도 하고, 여행도 하고 싶다.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경험하고 느낄지는 모르겠지만,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 그리고 부모님 주변인들을 만나고 세상을 탐험하면서 자아가 건강하게 잘 성장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녀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니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리지 않을 수 없다. 자녀들과 여행을 다니기 위해 새로운 차도 계약했다. 한 달 후면 차가 나오는데, 정말 앞으로의 삶이 기대가 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고, 특히 '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 때문에 가족들은 항상 불안에 떨고 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이 세상엔 너무 많아서. 내 미래는 막연하기도 설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