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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하신다면

레이스는 잘 펼치고 계십니까?

by 사라랄라 철사라

마라톤 대회에서 중간에 포기했다고 해서 인생고 중단되는가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인생의 중요한 업이라 여기던 일을 중간에 관두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일까요?

-권은주,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성실함을 최고라 여겼던 부모님 그리고 그 시절을 살아온 나의 스승님들.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은 없었어도 성실하고 꾸준하게 묵묵히 할 일을 해내던 아이. 지금 돌아보면 성실만 했지 아니, 성실해 보이려 노력만 했었다. 지금에 와서야 하는 말인데, 그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으려고, 행여나 실패 하더라도 성실하게는 했으니 덜 혼나려고 말이다.

어렸을때 부터 '성실하다', '잘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어른들의 칭찬은 나를 춤추게 했다. 하지만, 단일화된 칭찬은 나를 병들게했다. 어른들의 칭찬들은 나를 강박과 불안에 떨게 했다. 나중에는 그들이 재단해 놓은 곳에 나를 끼워맞추려고 부단히도 노력해왔다. 처음에는 눈에 띄게 큰 성장을 보이다가, 제자리 걸음을 오래 했었다. 남들은 치고 나가는데 나는 제자리 이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나에 게 기대하고있는 그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기 싫어서,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치는게 싫었던 나는 점점 성실하게 준비하지 못한 이유들을 찾으러 다니며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그럴싸한 이유들을 갖다 붙였다. 완벽한 준비가 어디 있으랴. 그렇게 나는 내 자아를 지켜가고 있었다. 한번 두번 실패를 맛보았을 때, 나는 마음에 큰 내상을 입었고 회복하는 방법을 몰라서 회피하며,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위치를 부끄럽게 여겼다. 물론 아무에게도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나의 어린 마음이 병들어가기 시작했다.


성실함을 강조받았던 어린시절. 하던 일을 중간에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마라톤에서 DNF(Do Not Finish)는 없는것이었다. 몸에 무리가와도, 이상신호가 있어도 꼭 완주해야만 했던 어린시절 나의 인생 마라톤.

하지만 은퇴하고, 건강관리와 자기관리겸 취미로 다시 시작한 운동으로 생각의 관점이 바뀌었다. 중도하차 하면 인생이 마치 끝날 것 같고 세상이 끝난 것 만큼 힘들고 괴롭기도 했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본다. 인생의 중요한 업이라 여기던 것들도,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중간에 관두었다고 인생이 끝나지는 않는다. 다른 역할이 있고, 다른 길이 있고, 다음 경기도 있다. 오히려 몸에 이상신호가 왔을 때, 포기할 줄 아는것도 용기라고, 무리가 왔을 때에는 포기하고 다시 회복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 된다. 그게 롱런하는 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각자만의 사연을 가지고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는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멋지고 대견하고 칭찬할만 하다. 다른 사람을 굳이 이겨야 할까? 어제의 나를 항상 이겨야 할까? 왜 다른 사람보다 빨라야하는지 왜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거리와 시간을 운동하는지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운동하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그 시간 안에 매몰되었을때 비로소 나의 진짜 모습을 찾게된다.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만의 삶의 목표를 가지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해서 나만의 결승점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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