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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붙잡아주는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

by 사라랄라 철사라

혼자 달려 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세상에서 내가 뒤처졌을 때

나를 붙잡아 이끌어주는 건

누군가의 다정한 손길이지 않을까요?

-권은주, <인생에 달리기가 필요한 시간>



권은주 감독님이 따듯한 손으로 나를 감싸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누구에게나 한없이 가라앉는 날,

세상에 혼자 내버려진 것만 같고

어느 누구 하나 내 편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


나는 자주 이런 감정을 느꼈다.

결혼도 했고 자녀를 둘씩이나 낳았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아직 엄마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나이이다. 남편이 왜 남의 편이라고 하는지 대강 감을 잡은 것도 같다.


워킹맘에 독박육아가 5년째 지속되니 철인인 나도 지쳤다. 멘털은 철이 아니었나 보다. 철은 고사하고 바람만 후 불어도 휘청거리며 자주 넘어졌다.

따듯한 말 한마디, 따듯한 손길 한 번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 한 번이면 됐을 텐데, 돌아오는 건 가시 박힌 말들 뿐이었다.

내가 잘못인가?

정신과 마음이 아파서 정신과 상담도 받고 약도 처방해 먹었다. 나의 우울감과 분노 섞인 감정들이 아이들에게 흘러들어 갈까 봐. 하지만 약은 나를 멍하게 만들었고 멍하다 못해 무기력까지 왔다. 그 기분들을 안고 약의 힘을 빌려 힘겹게 잠을 청한다.

첫째 아이를 낳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는 단 하루도 푹 자본적이 없다. 어렸을 땐 새벽 수유로, 수유를 끊고는 살이 떨어지면 깨서 엄마를 찾는 아이들.. 왜 엄마만 찾는가.. 아빠는 안 되는 것인가?

모유는 아빠도 같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모유, 부유. 허허허


몇 날 며칠 그리고 몇 번의 대화 시도 끝에 타협점을 찾았다기 보단 한 달에 한두 번의 자유시간을 얻어냈다.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이게 타협인가... 아직도 긴가민가 하다.

그래도 한 달에 한두 번 하루 또는 반나절 정도 얻어낸 시간이지만 정말 소중했다. 자유인 이 날은 아빠에게 아기들을 맡기고 내가 철인 대회나 마라톤대회 또는 트레일런 대회를 신청하고 나갈 수 있는 날이다.

운동뿐만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이 하고 싶었다. 사는 이야기도 하고 싶고 시시콜콜 농담도 좋았고 아무 생각 없이 걱정 없이 이어지는 대화들이 고팠다.

MBTI가 파워 E로 시작하는 게 맞나 보다. 전국방방곡곡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은 가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었다. 대회에 나가서 몇 등을 하고, 시상대에 오르던지 내 기록을 세우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물론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수확들이었지만 나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다.


평일에는 아이들을 등원시키며 출근하고 빨리 퇴근하는 날은 30분이라도 운동하고 아이들을 하원시킨다.

운동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비밀! 유일한 나만의 시간이다. 운동명상 시간.

나만의 시간에는 잡생각도 날리고, 하루를 정리하고 돌아보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그래서 최대한 칼퇴근을 하려 노력한다.

업무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덤으로 업무처리의 스피드가 생겼다. 가끔 스피드를 중시하다 보니 정확성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말이다.


운동선수 생활을 길게 하고도, 그렇게 지겹게 운동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운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때처럼 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니 한계 근처에도 가기 싫고, 뛰어넘을 수도 없지만.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나만의 시간!


운동이 주는 영향력은 위대하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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